지난 10월 새로 출범한 슬로바키아 정부가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11월 30일(현지 시각) 로베르토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는 미국, 러시아 대사와 대화하면서 국익 관점에서 “러시아와 관계 정상화를 준비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피초 총리는 유럽연합(EU)과 나토 회원국인 슬로바키아가 두 집단의 영향을 받는다면서도 “(슬로바키아의) 주권적 입장”이 있음을 강조하면서 “EU가 추진하는 단일한 정책이나 의견과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피초 총리는 슬로바키아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를 “슬로바키아 국익의 보호와 증진”에 두고 있다면서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전쟁이 아닌 평화 계획을 지지한다고 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앞서 11월 8일 피초 정부는 전임 정부가 추진하던 4,030만 유로 규모(대략 571억 5,000만 원)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제공도 중단시켰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로 흘러 들어갈 뻔했던 KUB 대공 미사일 140발, 125밀리미터 포탄 5,000발, 탄약 400만 발 등의 원조가 중단됐다.
이는 전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13차례에 걸쳐 미그-29 전투기와 S-300 방공미사일 체계 등 6억 7,100만 유로(대략 9,400억 원) 규모의 무기를 지원한 친우크라이나 정책을 뒤집은 것이다.
나토 회원국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지원을 거부한 첫 사례라 주목된다.
슬로바키아는 우크라이나와 동쪽 국경을 맞댄 나라다. 전임 정부는 미국을 따라 우크라이나 지지 정책으로 일관하다가 민심을 잃었다. 이 때문에 지난 9월 치러진 총선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거부를 공약으로 내건 피초 총리의 사회민주당이 1당으로 올라섰다.
총선 유세 당시부터 피초 총리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단 한 발의 탄약도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낼 것이 아니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평화 협상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해 왔다.
피초 총리로서는 슬로바키아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