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일(현지 시각)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긴급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다. 앞서 10월 27일 열린 유엔 총회에서는 120개국이 하마스에 전쟁 책임을 묻지 않는 휴전 촉구안에 찬성했는데, 이번에는 153개국이 찬성했다.
지난 결의안 투표에서 두 달이 지나지 않았는데 휴전을 촉구하며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국제사회의 여론이 훨씬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이스라엘을 편들며 휴전을 강하게 반대해 오던 미국으로서는 상당히 뼈아픈 결과다.
투표 결과를 살펴보면 이번 결의안은 찬성 153표, 반대 10표, 기권 23표로 통과됐다. 지난 10월 27일 채택된 결의안(찬성 120표, 반대 14표, 기권 45표)과 비교해 보면 찬성이 크게 늘고 반대와 기권이 줄었다. 이번에 반대한 10개국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포함해 오스트리아, 파푸아뉴기니, 파라과이, 체코, 과테말라, 라이베리아, 미크로네시아, 나우루에 그친다.
특히 한국 등 미국의 동맹국들이 대거 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점이 눈에 띈다. 지난 유엔 총회에서 기권했던 한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덴마크, 핀란드, 스웨덴 등 25개국 이상이 결의안에 찬성했다.
이는 ‘팔레스타인의 형제국’임을 강조하는 아랍 국가들이 합심해 제출한 결의안이 미국의 동맹국들을 움직인 결과일 가능성이 있다. 또 각국으로선 이스라엘군에 의한 가자지구 희생자가 1만 8,000여 명을 넘어선 참상을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다는 판단도 했을 것으로 보인다.
결의안에는 팔-이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과 함께 가자지구 주민을 위한 인도주의적 지원, 인질 석방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결의안 통과를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군이 무차별 폭격으로 전 세계의 지지를 잃기 시작했다”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들(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제거할 때까지 군사 지원을 계속할 것이지만, 조심해야 한다”라며 “전 세계 여론이 하룻밤 사이에 바뀔 수 있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게 해선 안 된다”라고 덧붙였다.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하마스의 책임이 거론되지 않은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테러리스트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발언은 이미 대다수 국제사회가 휴전에 동의한 현실을 애써 부정하려는 행태로 보인다.
반면 투표 결과에 고무된 리야드 만수르 유엔 주재 팔레스타인 대사는 “역사적”이라고 환영하며 “미국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의 의지를 간과해선 안 된다”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며칠, 몇 시간 내에 미국이 이스라엘의 침략을 중단하도록 강제하는 결론에 도달하길 희망한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휴전 촉구 결의안과 동시에 미국과 오스트리아가 제출한 ‘하마스 규탄 수정안’은 맥없이 부결됐다.
미국의 수정안에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선제 테러 공격’을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고, 오스트리아의 수정안에는 ‘하마스가 인질을 잡고 있다’라는 내용이 적시됐다. 그러나 양국 모두 수정안 채택 기준인 3분의 2 이상 찬성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미국의 수정안은 84개국, 오스트리아의 수정안은 89개국의 찬성을 받는 데 그쳤다.
유엔 총회가 채택한 팔-이 전쟁 휴전 촉구 결의안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과 달리 강제·구속력은 없다. 그럼에도 팔-이 전쟁 중단 여론이 국제사회의 ‘대세’임이 명확히 확인됐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번 결의안 채택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을 편들어온 미국이 국제사회에 일방적으로 밀려 패퇴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바이든 정부가 이스라엘을 맹목적으로 편들수록 미국의 고립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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