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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외무부차관 “미국, 주한미군 주둔 명분 다지려 한반도 긴장 고조시켜”

이인선 기자 | 기사입력 2024/02/05 [11:45]

러 외무부차관 “미국, 주한미군 주둔 명분 다지려 한반도 긴장 고조시켜”

이인선 기자 | 입력 : 2024/02/05 [11:45]

▲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  © 러시아 외무부

 

러시아 외무부가 미국이 최근 한반도에서 남북한의 군사적 대치 상황을 조성하고 주한미군 주둔 명분을 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한 중인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은 지난 3일 서울에 있는 러시아 기자들과 만나 “미국은 한반도 현 상황을 구실로 군사력 강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행동으로 인해 긴장이 더 커질수록 동맹국들은 미국 군대 주둔과 군사적 보장의 필요성을 더 느끼게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주한미군 주둔 명분을 강화하기 위해 동맹국들을 동원한 군사훈련을 늘리고 한반도 긴장 상황을 급격하게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루덴코 차관은 “군사훈련과 공개적인 반북·반중·반러 군사동맹 구축 등 미국의 공격적인 도발 행위는 한반도 긴장 고조의 주요 원인이자 동북아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라며 “이번 방한의 주요 목적 중 하나는 이 문제에 대한 러시아의 우려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지역 내 긴장 고조의 근원이나 원인 등의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는 러시아와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다. 이 지역에서 상당한 분쟁 가능성이 있고 한국은 러시아가 비우호적인 국가로 보고 있는 국가들과도 가깝지만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 양국 간 의사소통 통로를 열어두는 것은 중요하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루덴코 차관은 1일부터 4일까지 방한했다.

 

루덴코 차관 방한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북 발언에 대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편향적”이라고 비판한 사실이 러시아 언론보도로 알려지기 전에 계획된 일정이었다.

(자하로바 대변인 논평 관련 기사 : http://jajusibo.com/64271)

 

한러 양국은 애초 루덴코 차관 방한을 지난해 9월 말경 성사되도록 조율했다. 그러나 막판에 일정이 늦춰지면서 현실화하지 못했다. 즉 이번 방한은 한러관계 관리 필요성에 대한 양국 의지 아래 일정 조율을 거듭하다가 성사된 방한이다.

 

루덴코 차관은 2일 한국 외교부 고위급 인사들과 면담했다.

 

루덴코 차관은 이날 김홍균 외교부 1차관, 정병원 차관보, 김건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만나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전반, 양국 관계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루덴코 차관은 이 지역의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그 주요 원인은 지정학적 목적을 위해 지역 동맹국들이 군사 영역을 비롯해 예측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는 공격적인 계획을 실행하도록 장려하는 미국의 무책임한 도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루덴코 차관은 현 상황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미국과 동맹국들이 위험한 군사 활동을 즉각 중단하고 기존 정치적, 외교적 해결책을 공동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루덴코 차관은 또한 국제법에 따라 양국과 국민의 이익을 위해 북한과 호혜적 협력을 계속 발전시키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표명했다.

 

이후 윤 대통령의 대북 발언에 대한 자하로바 대변인의 논평이 나왔고 한국 정부는 “혐오스러운 궤변”이라며 반발했다.

 

한국 외교부는 3일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이런 발언은 북한의 위협적인 수사와 지속적인 무력 도발이 한반도와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명백하고도 객관적인 현실을 도외시했다”라며 “국제사회의 규범을 성실하게 준수하는 국가의 기준에 비춰 볼 때 혐오스러운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외교부는 이어 “러시아 지도자가 명백한 국제법 위반 행위인 우크라이나 침공을 특별 군사작전이라고 지칭하는 것이야말로 국제사회를 오도하려는 억지에 불과하다”라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이날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주한 러시아대사를 불러들여 항의하기도 했다.

 

정병원 차관보는 지노비예프 대사에게 “진실을 외면한 채 무조건으로 북한을 감싸면서 일국 정상의 발언을 심히 무례한 언어로 비난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라며 이는 한러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확고한 생각은 흔들리지 않았다. 

 

지노비예프 대사는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의 긴장 상황에 대한 러시아의 평가를 다시 한번 전달하며 앞선 한국 외교부의 주장을 수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루덴코 차관도 이날 진행한 러시아 기자와의 대담에서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한국 정부의 언행 변화를 지켜보고 있다며 “러시아는 한국 정부의 모든 진술을 기록해두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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