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 이곳에는 윤석열 탄핵을 외치는 용산촛불행동 회원들이 있다. 용산촛불행동 회원들은 모이면 꼭 밥이나 다른 먹을거리를 함께 먹는다고 한다. ‘윤석열 탄핵’ 구호 아래 뭉친 회원들이 촛불식구가 된 모습이다.
용산촛불행동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지난 2월 26일 오후 6시 30분께, 효창공원역 근처 ‘책놀이터 고래이야기 작은도서관’에서 열린 용산촛불행동 소식지 읽기 모임을 찾았다. 이번부터 모임이 아침에서 저녁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회원들이 저녁도 못 먹고 모이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그런데 괜한 걱정이었다. 기자가 도서관에 도착하자마자 김은희 용산촛불행동 대표는 사과부터 깎았다. 그러면서 사과를 비롯해 천혜향, 농축 요구르트, 초콜릿 빵 등 온갖 먹을거리를 권했다. 저녁이라 배가 고플 때니 취재하기 전에 잘 챙겨 먹으라는 것이었다. 꼭 ‘따뜻한 쌀밥’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밥을 대신할 게 있었다.
간식을 먹고 있으니 하나둘씩 회원들이 모였다. 회원들은 오자마자 봉투에 바리바리 싸 온 채소와 과일부터 꺼냈다. 사이좋은 가족들 사이에서 들을 법한 대화도 들려왔다.
김은희 대표는 “여동생 시댁이 사과 농사를 지어서 (사과를 가져왔다)”라고 말했다. 어떤 회원은 “냉이는 우리 집에 있습니다”라고 했다.
이 밖에도 가족 건강, 근황에 관한 얘기가 오갔는데 한가족처럼 포근한 분위기였다. 회원들은 과일을 입에 넣은 채로 이야기를 나누고 커피 주전자에 물을 끓였다. 마치 자기 집인 듯 말투와 행동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던 중 김은희 대표가 “집에 있으면 얼른 오세요”라고 한 회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머잖아 회원이 도착했고 7시가 조금 넘어 소식지 모임이 시작됐다.
회원들은 윤석열 정권이 총선을 앞두고 의대 정원을 확대한 의도, 진보민주개혁세력의 연대와 단결을 주제로 2시간 동안 열띤 토론을 벌였다.
회원마다 생각이 다르기도 했는데, 윤석열 탄핵에서만큼은 뜻이 통했다. 특히 통일부장관을 지냈고 용산이 지역구인 권영세 국힘당 국회의원을 반드시 낙선시켜야 한다는 데 의견이 같았다. 총선 국면에서 윤석열 탄핵을 위해 민주당, 진보당, 국민주권당, 조국 전 법무부장관(조국혁신당)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모임은 9시가 넘어 끝났다. 회원들은 인사를 나누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김은희 대표에게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은희 용산촛불행동 대표 대담
1. 용산촛불행동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용산촛불행동은 2023년 5월 24일에 결성했습니다. 회원 수는 70여 명 정도고요. 격주마다 소식지 모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 식사 준비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원래는 월요일 아침에 소식지 모임을 했습니다. 모임이 오후 12시쯤 끝나면 저와 최명희 회원이 준비한 밥과 국, 반찬으로 회원들과 점심을 먹었는데요. 그러다 아침에 못 나오는 회원들이 있어서 소식지 모임을 월요일 저녁으로 옮기게 됐습니다. 이제는 모임 장소가 도서관이라 소식지 모임에서 밥을 직접 해 먹지는 못하지만, 간식을 잘 챙겨 먹으려 합니다.
3. 식사할 때 분위기는 어떤가요?
분위기가 좋습니다. 각자 가져온 반찬을 나누고 남은 음식도 챙겨 가는데 ‘한솥밥 먹는 식구’ 같다고 할까요. 밥을 먹고 나면 보통 오미숙 언니가 설거지합니다. 이후 김교영 선생님이 사람들을 차로 태워 집에 데려다주면서 이야기도 나눕니다.
4. 밥을 함께 먹으면서 달라진 점은?
회원들이 서로를 더욱 친밀하게 챙기며 정이 통하는 가족 같은 사이가 됐습니다.
설날 연휴 마지막 날인 2월 12일에 소식지 모임을 했는데요. 이때도 많이 모였습니다. 연휴였는데 다들 모이고 싶었나 봐요. 각자 음식, 명절 과일도 가지고 와서 푸짐하게 먹었습니다.
촛불집회를 마치고 종종 뒤풀이 음식을 준비하는데 이때도 회원들이 상당히 좋아합니다.
음식을 준비하고 설거지를 하는 번거로움은 있는데요. 그렇지만 회원들이 좋아하고 정을 나눌 수 있다면 그런 번거로움은 이겨나갈 수 있습니다. 회원들은 바깥 사회는 팍팍한데 용산촛불행동에 오면 따뜻함을 느낀다고 합니다.
5. 회원들은 모임이나 실천 활동을 어떻게 진행할까요?
소식지 모임과 회원 전체 모임이 있고 현수막 걸기 실천 등을 합니다. 용산지역 차원의 ‘윤석열 퇴진! 박희영 사퇴! 용산 시국촛불집회’도 격월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촛불합창단 등에서도 회원들을 매주 만납니다.
회원들의 나이는 3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데요. 특히 어르신들이 실천을 열심히 합니다. 같이 점심 먹었던 선생님들은 모두 60대였어요. 실천에도 잘 나오고 여러 일들에 몸을 사리지 않고 나서는 분들입니다. 현수막을 걸 때는 차량을 가져와 이동을 담당합니다. 걸어 다니면서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 참여를 독려하는 몸자보를 가방에 붙인 채로 현수막을 걸기도 합니다.
또 길거리에서 실천하면서 시민들에게도 윤석열 탄핵, 촛불대행진에 함께 해야 하는 이유를 적극 해설합니다. 어떤 분은 2월 22일 열린 용산 시국촛불집회에 남편, 아들, 제부와 함께 오기도 했습니다.
어르신들은 온라인에서 실천 내용을 어떻게 공유해야 하는지 어려워하긴 합니다. 또 아무래도 세대 간 경험이 다르다 보니까 회원마다 생각에 차이가 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도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회원들은 직접 만나지 않더라도 전화와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소통하고 있습니다. 고민과 걱정, 의견이 있으면 직접 전화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르신들의 회갑과 칠순은 우리가 다 챙긴다’가 용산촛불행동의 기조입니다. 용산촛불행동은 윤석열 탄핵 이후에도 회원들과 쭉 함께하려 합니다.
6. 용산촛불행동의 새해 목표, 포부는?
당장은 총선에서 권영세 의원을 떨어뜨리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많은 회원과 함께할 수 있도록 용산촛불행동을 더욱 강화해야겠습니다. 총선 국면, 탄핵 투쟁 과정에서 더 많은 관계를 맺고 단단한 조직으로 성장해야겠습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가려는데 김은희 대표가 걱정스러운 말투로 “저녁도 못 먹었는데 배고프지 않아요?”라고 물었다. 기자는 “(간식을) 챙겨주셔서 괜찮습니다”라고 답했다. 용산촛불행동은 밥과 정에 진심인 듯했다.
오미숙 용산촛불행동 회원 대담
평소 왕성하게 실천하며 ‘용산촛불행동의 모범’으로 인정받은 회원이 있다. 오미숙 회원은 지난 1월 28~29일 열린 촛불 수련회에서 촛불행동이 주는 상을 받았다.
오미숙 회원은 ▲촛불집회와 촛불합창단 참여 ▲10.29이태원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오체투지 행동 ▲전국 집중 ‘몸자보’ 달기 ▲윤석열 탄핵 구호가 담긴 현수막 달기 ▲용산 시국촛불 준비 등을 했다.
김은희 대표는 오미숙 회원에 관해 평소 말수는 적지만, 실천과 행동으로 보여주는 회원이라고 말했다.
아래에 오미숙 회원과 한 대담도 소개한다.
1. 수상 소감은?
용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이 많은데 제가 수상을 하게 돼 감사하고 다른 분께 미안한 마음이 있습니다.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하며 유가족의 발언을 들을 때마다 너무 마음이 아파서 활동을 더 이상 하는 게 힘들겠다고 느낄 때가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이 정권을 하루라도 빨리 끝낼 수 있다면 더욱 촛불행동에 적극 참여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참석했습니다. 항상 활발하게 적극적으로 활동하며 모범을 보여주고 계신 선생님들을 보며 부족하더라도 뒤에서 잘 따라가며 배우고자 하고 있습니다.
2. 용산촛불행동 활동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용산시민연대에서 용산 마을합창단 활동을 하게 됐는데요. 그곳에서 촛불합창단을 하게 되면서 용산촛불행동과 연결이 됐습니다. 용산시민연대에서는 ▲이태원참사에 책임이 있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퇴 촉구 ▲윤석열 탄핵 서명 운동과 시청 앞 이태원참사 분향소 지킴이 ▲이태원참사 특별법 제정을 위한 국회 앞까지 걷기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용산 마을합창단과 연대한 용산촛불행동 합창단 활동에서도 기후위기행동 소모임 등을 함께했습니다.
3. 용산촛불행동 하면 떠오르는 건?
항상 따뜻한 나눔과 배려가 있는 곳입니다. 소식지 모임에 참석하면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4. 국민에게 전하고 싶은 말.
전쟁 반대, 평화를 위해서 촛불행동과 함께해 주십시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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