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러시아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의 배후에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정황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지난 3월 22일 밤(현지 시각) 모스크바주 북서부 크라스노고르스크 ‘크로쿠스 시티홀’ 공연장에서 테러로 145명(어린이 6명)이 사망하고 550여 명이 부상당한 일이 발생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관련해 우크라이나 정부가 배후에 있다는 근거들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지난 3월 말 테러 발생 직후 우크라이나의 비밀정보국 국장이 인터뷰를 통해 지금까지 자신들이 테러했던 러시아 인물들을 줄줄이 언급했다. 이해하기 힘든 이 인터뷰 직후 러 외무부는 우크라이나에 국제테러방지협정에 의거해 범인인 비밀정보국 국장의 신병인도를 공식 요청한 바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 소장인 안드레이 코발렌코가 4월 2일 영국 ‘더 타임스’와의 대담에서 “사실상 (크로쿠스 시티홀 테러 사건의) 배후가 자신들임을 밝혔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코발렌코 소장의 말을 근거로 그들의 목적이 “테러를 통해 다민족국가인 러시아 소속 민족들 간 분쟁과 불화를 통해 내전을 유발해 러시아를 약화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크라이나 비밀 첩보원이 러시아 텔레그램 채널에 침투해 인종 간 증오심을 유발하기 위해 활약 중”이며 “타지키스탄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러시아에 의해 가혹한 심문을 받고 있는 타지키스탄 테러리스트에 대한 동정을 유도”하고 “각종 루머를 퍼뜨려 이미 두 번이나 전쟁을 겪었던 체첸과 러시아를 이간질”하는 식으로 공작을 벌였다고 언급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코발렌코 소장은 이 같은 내용과 함께 “우리는 민족 간 긴장을 부채질함으로써 러시아를 약화할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 교수는 “여전히 사건의 전모가 완전히 밝혀지진 않았지만 우크라이나와의 연계는 이제 부정하기 어려워 보인다”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건 경위는 다음과 같다.
테러범들은 크로쿠스 시티홀을 여러 번 답사했고 러시아 대선(3월 15~17일)이 진행되기 며칠 전에 테러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날짜를 변경하게 됐다.
이들이 테러를 준비했을 즈음 미국 정부와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48시간 이내 테러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3월 7일 현지 자국민을 대상으로 “극단주의자들이 콘서트홀을 포함 모스크바 내 대규모 군중 밀집지를 목표로 한 임박한 공격계획을 갖고 있다는 보고를 모니터링하고 있는바 미국 시민은 향후 48시간 사이에 대규모 군중 밀집지를 피할 것을 권고한다”라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3월 22일, 테러범 4명은 총으로 곤봉을 들고 있던 경비원들을 극장 입구에서 살해한 후 건물 안으로 들어가 로비에 있는 사람들과 극장 안에 있던 사람들에게 총탄을 퍼부었다. 그리고 무대와 출입문을 불태웠다.
테러범들은 테러를 일으킨 후 차를 타고 최대 시속 140킬로미터로 우크라이나 국경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국경까지 140여 킬로미터를 앞두고 러시아 경찰에 의해 체포되었다.
지금까지 이들을 포함해 10명의 관련자가 체포되었다.
타지키스탄 국적으로 확인된 테러범들은 처음에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IS)로부터 각 50만 루블(약 731만 원)을 받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다가 지난 7일 러시아 국영 텔레비전 방송 ‘채널1’에서 공개한 심문 영상에 따르면, 테러범들은 테러 이후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갈 계획이었다고 밝혔다.
테러범들은 일관되게 ‘사이풀로’라는 남성이 키이우로 가라고 했다며 “그는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당신들을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그들이 우리가 키이우로 가는 걸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도착하면 100만 루블(약 1,462만 원)을 준다고 했다”라고 실토했다.
그리고 국경 4킬로미터 앞에서 차를 불태우고 사이풀로의 지시에 따라 걸어서 국경을 넘어갈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탈출을 위해 당시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 추이키우카·소피치지역에서 지뢰를 제거했던 것도 확인됐다.
크로쿠스 테러 사건 관련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 드러날 정황들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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