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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끊이지 않는 한국군의 1년

이인선 기자 | 기사입력 2024/04/18 [13:25]

사건·사고 끊이지 않는 한국군의 1년

이인선 기자 | 입력 : 2024/04/18 [13:25]

최근 한국 언론들은 3월 15일 있었던 북한 공수부대 훈련이 강한 돌풍이 부는 속에서 강행돼 많은 수의 사상자가 나왔다는 식의 보도를 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보도들은 ▲당시 강풍이 불지 않았던 점 ▲사진만으로 낙하산이 얽혀 사고가 났다고 확증할 수 없는 점 ▲출처가 ‘대북 소식통’이나 ‘정부 당국자’로 불분명한 점 등에서 억측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북한 훈련 사고를 걱정하기에는 한국군의 상태가 상당히 심각하다.

 

한국군만 놓고 볼 때 매년 훈련하다가 사망자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군 당국은 당사자에게 문제가 있다거나 ‘자살’로 결론짓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왔다. 재발방지책 역시 미흡했다.

 

이번 글에서는 2023년부터 현재까지 한국군과 주한미군에서 훈련 도중 발생한 사건·사고들을 일부 다루고자 한다.

 

군인 사상 사건

 

첫 번째로 볼 사건은 2023년 1월 12일 강원도 태백시 육군 제36보병사단 예하 부대에서 혹한기 훈련 도중 발생한 일이다.

 

이날 오전 6시 54분경 혹한기 훈련 중 추위에 적응하는 내한 훈련에 참여한 최 모 일병이 연병장 내 텐트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최 일병은 당시 코로나19로 격리됐다가 해제된 이틀 후 훈련에 동원됐다. 코로나19가 완치됐다고 볼 수 없는 시점에 무리하게 훈련에 참여시킨 것이 위험성을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군 당국은 병사 관리 규칙 중 ▲혹한기 훈련 위험성 평가 ▲코로나19 완치자 관리지침 ▲건강 상태 면담 ▲건강 이상 징후 식별을 준수하지 않고 강행군을 강요했다고 한다.

 

두 번째 사건은 2023년 5월 22일 경기도 양주시 광적면 육군 제8기동사단 소속 부대 사격훈련장에서 개인화기 사격 훈련 도중 20대 ㄱ 일병이 사망한 일이다.

 

ㄱ 일병은 1차 사격 후에 총탄 20발을 추가로 받았고 실전 상황을 가정해 자세를 전환하는 사격 훈련을 하다가 자신의 K-2 소총탄에 맞았다. 머리에 관통상(후두부 관통상, 정수리 하단부위)을 입고 심정지 상태로 인근 민간병원 응급실로 옮겨졌으나 이날 오후 3시경 사망했다.

 

동아일보는 당일 이를 보도하면서 “(ㄱ 일병은) 군 생활 과정에서 병사들과 잘 지내는 등 생활에 문제가 없던 것으로 전해졌다”라고 언급했다.

 

그런데 2개월 뒤 군 수사단과 경찰은 총기 각도 등을 고려했을 때 ‘우발적 사고 가능성은 낮다’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ㄱ 일병이 ‘고위험 스트레스군’으로 분류됐고 군내 가혹행위를 당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주장했다.

 

즉 사고보다는 ㄱ 일병이 고의로 자신에게 총기를 발사하여 사망했다고 결론지어진 것이다.

 

세 번째 사건은 2023년 7월 19일 폭우 피해 지역인 경상북도 예천군에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채수근 상병이 사망한 일이다.

 

채 상병은 해병대 제1사단 포병여단 제7포병대대 소속으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되었다가 14시간 뒤 사망한 채 발견됐다.

 

사건과 관련해 ▲구명조끼 등 기초적 안전 장비가 제대로 장병들에게 지급되지 않았던 점 ▲폭우로 인해 불어나고 유속이 빨라진 내성천에 해병대원들이 맨몸으로 들어가지 않도록 지휘부가 적절히 통제하지 않았던 점 ▲해병대원들이 인명 구조와 관련한 전문 훈련이나 교육을 받은 적 없었다는 점 등이 밝혀졌다.

 

네 번째 사건은 2024년 3월 27일 동해상에서 사격 훈련 중 부사관이 바다에 빠져 숨진 일이다.

 

부사관은 해군 제1함대사령부 소속으로 고속정을 타고 사격 목표물을 예인하는 과정에서 발목에 줄이 감겨 바다에 추락했다.

 

다섯 번째 사건은 2023년 3월 1일 경남 진주시 공군 기본군사훈련단에서 발생한 일이다.

 

공군 845기 3대대 훈련병 1,400명은 연병장에서 훈련받던 중 “생활관으로 10초 안에 복귀하라”라는 소대장의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연병장에서 생활관까지의 거리는 약 100미터 정도로 전력 질주를 해도 중대 인원 수백 명이 10초 안에 복귀하기 힘든 거리였다.

 

교육대대 4개 중대 중 3중대 380여 명이 해당 명령을 먼저 따랐고 명령 이행에 실패한 훈련병들은 쪼그려뛰기 등 얼차려를 받았다. 이를 지켜본 1, 2, 4중대 훈련병들은 얼차려를 받지 않기 위해 무리하게 달리기 시작했다. 결국 좁은 계단에 몰리게 되었고 한 명이 넘어지면서 수백 명이 뒤엉키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훈련병 7명이 타박상과 치아 마모, 어깨 탈골 등의 부상을 당했다. 하마터면 더 큰 사고로 번질 수 있는 사건이었다.

 

훈련 중 기계 고장 및 오발 사고

 

첫 번째 사고는 2023년 1월 28일 강원도 철원군 감시초소에서 북한을 향해 실탄 4발을 오발한 일이다.

 

이날 오후 6시 27분경 K-6 중기관총 훈련 도중 실탄 4발이 발사되어 군사분계선 남쪽 300미터 부근에 떨어졌다.

 

부대는 곧바로 방송 장비를 통해 북한에 고의 사격이 아니었다고 안내방송을 여러 번 진행했다.

 

두 번째 사고는 2023년 1월 31일 공군 전투기가 기지로 돌아오던 중 섬광탄을 발사한 일이다.

 

이날 오후 12시경 비행 교육 훈련을 끝내고 서산기지로 복귀하던 KF-16 전투기 조종사가 실수로 플레어 발사 장치를 건드려 플레어 1발을 발사했다.

 

플레어는 적외선 유도무기체계를 기만하기 위한 유인체로 기만용 섬광탄이라고도 불린다.

 

군 당국은 “투발된 플레어는 자유낙하를 하며 정상 연소했다”라면서 이에 따른 피해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 사고는 2023년 5월 6일 경기도 평택시 농지에 훈련 중이던 주한미군 전투기가 추락한 일이다.

 

이날 오전 9시 45분경 훈련 중이던 주한미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F-16 전투기가 오산 공군기지 인근 농지로 추락했다. 전투기는 완파돼 불에 탔고 조종사는 추락 직전 탈출했다.

 

만약 추락한 전투기가 민가에 떨어졌다면 인명 사고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네 번째 사고는 2023년 6월 14일 강원도 양양군에서 훈련 중이던 500MD 헬기가 불시착한 일이다.

 

이날 오전 10시 20분경 육군 제3군단 제13항공단 소속 500MD 헬기는 기체 결함으로 제3군단이 아닌 제8군단 부대로 불시착했다.

 

1976년 도입된 노후 기종이었던 사고 헬기는 일부 파손되었고 조종사 2명은 허리와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다섯 번째 사고는 2023년 9월 21일 서산기지에서 공군 KF-16 전투기가 이륙 직후 추락한 일이다.

 

엔진 내부에 부착된 러버실(고무패킹)이 비행 중 갑자기 떨어져 나가 엔진 내부로 유입된 것이 사고원인으로 확인됐다.

 

공군 관계자는 “동종 엔진을 운용 중인 모든 국가를 통틀어 러버실이 탈락한 (고장) 사례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여섯 번째 사고는 2023년 12월 11일 주한미군 전투기가 군산시 앞바다에 추락한 일이다.

 

주한미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F-16 전투기는 군산기지에서 이륙한 후 얼마 안 돼 군산시 어청도에서 남서쪽으로 약 64킬로미터 떨어진 바다에 추락했다. 주한미군 조종사는 비상 탈출 뒤 해경에 구조되었다.

 

일곱 번째 사고는 2024년 1월 31일 주한미군 전투기가 서산시 앞바다에 추락한 일이다.

 

주한미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F-16 전투기가 군산기지에서 이륙해 비행하다 추락했다.

 

여덟 번째 사고는 2024년 2월 22일 주한미군 전투기가 군산비행장 인근에 연료통 2개를 투하한 일이다.

 

주한미군 제8전투비행단 소속 F-16 전투기가 응급상황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연료통 2개(개당 1,400리터)를 떨어뜨렸다.

 

지나가던 운전자들과 주민들은 떨어지는 연료통을 보고 미사일이라 생각해 공포에 떨었다고 한다. 주택가나 도로가 아닌 새만금 간척지에 떨어져 다행히 민간 피해는 없었다.

 

아홉 번째 사고는 2024년 3월 5일 미사일사령부 예하 부대 장병들이 야간이동훈련을 위해 이동하던 중 현무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는 발사대의 바퀴 1개가 빠진 일이다.

 

일반도로를 이용해 이동하다 발생했기에 당시 현무-2 탄도미사일이 장착되어 있었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열 번째 사고는 2024년 4월 1일 강원도 홍천군 야산에서 사격 훈련 도중 산불이 발생한 일이다.

 

이날 오후 1시 7분경 육군 제11기동사단에서 사격훈련을 진행하다 산불이 발생했다. 군부대와 소방 당국 등은 헬기 5대, 장비 14대, 인력 49명을 투입해 오후 6시 40분경 진화했다.

 

열한 번째 사고는 2024년 4월 11일 경기도 파주시 야산에 군용 헬기가 비상 착륙한 일이다.

 

이날 오후 3시 10분경 비행 훈련 중이던 헬기는 기체에 이상이 생겨 야산에 착륙했다. 이 사고로 군인 두 명이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처럼 지난 1년여 간 언론에 공개된 군인 사상 사건만 5건, 기계 고장 및 오발 사고는 11건이었다.

 

이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사건·사고가 있을 수도 있다. 특히 두 번째 사건으로 언급한 ㄱ 일병 총기 사망 사건처럼 ‘자살’로 결론지어진 사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간 군 사망 사건 원인 중 ‘자살’이 대다수를 차지해왔기 때문이다.

 

또 사람이 죽거나 다쳤음에도, 전투기에 계속 이상이 발생함에도 군 당국 차원에서 개선되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북한을 문제 삼기 전에 한국군과 주한미군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부터 돌아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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