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사건 발생 39일 만에 국가정보원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수사를 시작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30일, 국정원 불법사찰의 피해자이자 국정원 조사관 ㅇ 씨를 고발한 주지은 씨의 진술을 들었다.
이 사건은 국정원 조사관 ㅇ 씨가 지난 3월 22일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회원들을 불법사찰 하다가 현장에서 잡힌 사건이다. 당시 ㅇ 씨의 휴대전화에서는 주 씨뿐만 아니라 촛불행동, 민주당 지역 전 당직자, 농민회 회원, 시민단체 활동가 등을 불법사찰 한 자료가 쏟아져 나왔다.
3월 25일 촛불행동을 비롯한 불법사찰의 피해자 10여 명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국정원 조사관 ㅇ 씨 등 9명을 고발했다. 경찰청은 이를 서울경찰청으로 이관했고, 서울경찰청은 오늘(30일) 고발인 첫 조사를 한 것이다.
이에 촛불행동은 이날 오후 2시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에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과 관련해 빠르게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권오혁 촛불행동 대표는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의 목표는 총선을 앞두고 북풍 조작 사건을 만들려던 것”이라며 “그런데 국정원은 여전히 정당한 활동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했다.
주 씨는 “지난 3월 22일은 과거 무고한 사람을 잡아 가두고 죽이기까지 했던 간첩 조작 망령이 살아난 날”이라며 “국정원 조사관들이 서로 나눈 카카오톡 대화에는 나를 북한과 연계된 간첩으로 찍어놓고 그림을 그렸던 내용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누가 죄인인가.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나와 지인들이 죄인인가. 아니면 아무나 간첩으로 찍어놓고 일상을 24시간 감시하며 세금을 탕진하는 윤석열 정권의 국정원과 경찰인가”라며 “물러서지 않겠다. 사찰 대상이었던 나와 가족, 동료들을 지키고 불법사찰의 책임자를 처벌할 때까지 싸우겠다”라고 결심을 밝혔다.
김재하 국가보안법폐지국민행동 공동대표는 “이번 사건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더 많은 국정원 조사관이 (국민을) 불법 사찰하고 있을 것”이라며 “경찰은 당장 국정원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를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정원이 민간인을 불법사찰 하는 목적은 북풍 공작 사건을 조작하는 것뿐만 아니라 경찰로 넘어간 대공수사권을 돌려받으려는 의도였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들을 대리한 백민 변호사는 주지은 씨가 국정원 조사관 ㅇ 씨를 스토킹 혐의로 신고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의 행태를 폭로했다.
백 변호사는 “최근 수서경찰서가 (주지은 씨에 대한) 국정원 조사관 접근 금지를 검사에게 신청했다. 그런데 검사가 접근 금지 신청을 기각했다”라며 “검사는 국정원의 불법사찰이 정당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래서 수서경찰서는 국정원 조사관을 소환조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민변을 통해 사찰 피해자들에 대한 국정원의 정보수집, 불법 문건 작성 등과 관련해 정보 공개 청구를 했다. 이외에도 필요한 법률적 대응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국정원의 불법사찰 책임자를 처벌하라”, “북풍 공작 시도, 국정원 책임자를 처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고 기자회견을 마쳤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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