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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67] 한미연합사 최고의 전략가가 내놓은 한심한 보고서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5/19 [09:39]

[정조준67] 한미연합사 최고의 전략가가 내놓은 한심한 보고서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5/19 [09:39]

미국의 민간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폭탄을 위한 노예: 북한 핵과학자의 역할과 운명(Slaves To The Bomb: The Role And Fate Of North Korea’s Nuclear Scientists)」을 발표했습니다. 저자는 로버트 콜린스 북한인권위원회 선임고문입니다. 

 

콜린스 선임고문은 31년간 주한미군에서 복무하며 4성 장군인 한미연합사령관을 보좌한 한미연합사 최고의 전략가로 정치 분석과 기획 등을 담당했습니다. 그는 탈북자 면담과 비공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이번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북한의 핵과학자를 왜 연구하나?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핵과학자를 어려서부터 체계적으로 길러낸다고 합니다.

 

북한은 시골, 도시 할 것 없이 행정 단위별로 수학, 과학에 우수한 인재들을 중앙으로 선발할 수 있는 체계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지역별로 가장 우수한 초등학생들을 모아 수학, 과학 등 과목별로 영재교육을 시킨다고 합니다. 특히 평양 신원동의 ‘제1중학교’는 영재교육의 산실로 북한 전역에서 내로라하는 수재들이 모여든다고 합니다. 또 학생들이 국제 수학올림피아드 등에 꾸준히 참여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고 합니다. 

 

핵프로그램 종사가 확정된 예비 과학자들은 김일성종합대, 김책공대, 자강도 강계공업대 등 주로 5개 대학에 진학하게 되고 한 번이라도 특정 연구 분야에서 훌륭한 학문적 성과를 내면 전문가로 발탁된다고 합니다.

 

또 보고서는 북한 핵과학자들이 자유가 박탈된 환경에서 강제적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북한 핵과학자들은 북한 내 핵시설 100여 곳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주거, 이동, 직업, 결혼 등의 자유가 박탈된 채 강제로 연구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나마 주어진 혜택은 근무 장소나 그에 따른 주거의 품질 정도인데 그마저도 불만이 있는 사람은 처벌받고 각종 혜택이 박탈된다고 합니다.

 

보고서를 통해 북한 핵개발에 관한 몇 가지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콜린스는 북한이 자기 힘으로 엄청난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것을 만드는 북한의 핵과학자들이 어떻게 탄생하는지가 궁금해서 이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북한이 자기 힘으로 핵무기를 만들지 못하고 중국이나 러시아의 도움을 받았다거나, 북한이 개발한 무기가 크게 주목할 만한 가치가 없다면 핵과학자에 관한 분석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 핵과학자에 관해 탐구한 보고서가 나오는 것을 보면 북한이 자기 힘으로 엄청난 무기를 만들고 있다고 여기나 봅니다. 

 

▲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발사대차를 대량 생산하는 모습.

 

 

강제로 연구시켜서 성과를 낸다?

 

그런데 보고서는 북한 핵과학자들이 강제로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첨단 무기는 고도의 창의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특히 북한은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자기 힘으로 해결해야 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할 정도의 창의성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강제로 연구한다면 미국을 앞서는 첨단 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창의성이 나올 수 있을까요?

 

창의성은 자발적인 지혜와 열정에서 나옵니다. 열심히 토론하고 생각할 수 있도록 자유로운 분위기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세계의 많은 정보통신(IT) 회사들이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회사 분위기를 매우 자유롭게 하는 것도 이와 같은 이유입니다.

 

또, 사람들은 대체로 어떤 일을 강제로 시키면 회피하려는 태도를 보입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음식을 억지로 먹게 하면 극구 거부하고 심지어 먹다가 토해버리기도 합니다. 청소를 강제로 시키면 하는 둥 마는 둥 대충 하면서 태업을 합니다. 

 

반대로,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게 하면 더욱 기를 쓰고 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유학을 간 많은 청년은 일제가 금지한 사회주의 사상에 빠져 독립운동을 하였고 그 과정에서 죽거나 다치는 일이 많았습니다. 이런 것 때문에 부모들은 자식이 공부를 잘해도 일본으로 유학을 보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해방 후 그리고 6.25전쟁을 겪으며 똑똑한 청년들이 사회주의 운동을 하다가 많이 죽었고, 그래서 부모들이 똑똑한 자식들을 일부러 서울로 대학을 안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를 보면 한 번이라도 특정 분야에서 훌륭한 학문적 성과를 내면 전문가로 운명이 결정되며 강제로 열악한 생활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이를 회피하기 위해 학문적 성과를 내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아예 부모들이 자식들에게 공부를 하지 말고 시험도 일부러 엉터리로 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의 핵과학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강제로 최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콜린스의 분석을 믿기가 힘듭니다. 애초에 탈북자 증언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부터 내용의 신빙성을 떨어뜨립니다. 

 

그럼에도 만약 보고서의 분석이 사실이라면 북한 과학자들이 엄청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됩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과학자 중 여러 명이 핵무기 개발 회피를 한다고 합시다. 대략 열 명 중 다섯 명의 뛰어난 과학자가 핵무기 개발을 회피하고 나머지 다섯 명만 참여한다고 합시다. 그 다섯 명도 강압적인 환경에서는 자신의 능력을 60~70%밖에 발휘하지 못한다고 합시다. 

 

그런데도 북한은 미국마저 능가하는 최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과학자들을 엄청나게 많이 확보하고 있으며 그들의 수준은 최소한 미국의 2배 정도 높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뒤떨어진 사람은 앞서간 사람을 따라잡기 위해 일단 앞선 사람의 특징을 분석하고 그것을 배우며 질적, 양적으로 더 큰 노력을 해야 합니다.

 

미국은 자기들도 만들지 못하는 최첨단 무기들을 만들어내는 북한을 잘 보고 배워야 할 텐데 그렇다면 북한이 한다는 그 ‘강압적인 수법’을 한번 도입해서 노력해 보는 것도 좋은 시도로 될 것 같습니다.

 

보고서가 틀렸을 가능성

 

콜린스의 분석이 잘못되었다면 북한의 실상을 파악하지 못하도록 북한이 역공작했을 가능성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은 과거에 이런 역공작을 즐겨 사용해 왔습니다.

 

대표적으로 1998년 금창리 사건이 있습니다. 

 

1998년 8월 초, 미국은 인공위성 사진을 근거로 북한의 금창리에 지하 핵시설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사찰을 요구했습니다. 북한은 핵시설이 아니라며 사찰을 거부하면서 대신 3억 달러의 참관료를 내고 구경하는 건 허용하겠다고 했습니다. 북한이 비밀 핵개발을 하는지 꼭 알아야 했던 미국은 결국 3억 달러어치의 식량을 참관료로 지불하고 문제의 ‘금창리 지하 시설’을 구경하였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구경’ 결과 금창리 지하 시설은 아무것도 없는 텅 빈 땅굴이었습니다. 미국은 이 정체불명의 지하 시설을 만드는 데 10년 이상 걸렸을 것으로 추정했고 규모나 형태, 시설을 볼 때 어떤 용도인지 전혀 짐작할 수 없는 수수께끼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심지어 식량을 받아내려는 북한의 미끼라는 지적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미국 처지에서 북한이 뭘 숨기고 있는지 몰랐다가 큰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값을 치르더라도 금창리 지하 시설을 꼭 봐야만 했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불태’*인데 북한은 이것을 역공작으로 허물어뜨린 것입니다.

*손자병법에 나오는 말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는 뜻.

 

미국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북한의 무기 개발 정보입니다. 북한은 이걸 이용할 수 있습니다. 가령 역공작을 위해 탈북자를 미국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이런 탈북자를 통해 북한이 과학자들에게 무기를 개발하라고 강요한다는 정보를 흘립니다. 미국은 ‘북한이 강제로 무기를 개발하고 있으면 수준도 높지 않고 언젠가 중지될 수 있다, 이런 북한은 결국 망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습니다. 미국이 잘못된 정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대응을 게을리하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아니면 콜린스가 진실을 알고 있지만 대중에게 거짓 정보를 알려주고 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북한의 상황을 기밀로 하여 일부 당국자와 전문가들만 진실을 공유하고 대중에게는 우월감을 심어주기 위해서 거짓 정보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고, 북한의 전쟁 의지가 매우 높다는 것을 미국인들이 알게 되면 매우 불안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부 안정을 위해서 이런 전략을 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전략은 총력 체제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북한과 미국은 나라의 명운을 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유사시 전쟁이 발생하면 국가의 총력을 다해 싸워야 합니다. 전쟁 위기가 고조되면 북한이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예비군을 소집하며 청년들이 줄을 서서 입대 청원을 하는 모습을 연상하면 됩니다. 

 

그런데 많은 미국인이 북한의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당국자, 전문가들과 입장을 달리한다면 큰 혼란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부가 전쟁 동원령을 내려도 ‘북한 군사력이 뭐가 무섭다고 그럴까? 정부가 자기 문제를 감추려고 북한 핑계로 우리를 통제하려는 것 아니냐’며 국민이 반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다가 싸움에서 패하게 될 것입니다.

 

어떤 것이 맞든지 한미연합사 최고 전략가였다는 콜린스의 분석은 매우 한심합니다. 최고 전략가가 저 정도인데 지금 한국은 저런 미국에 안보를 맡기고 있습니다.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걱정이 앞서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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