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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296] 구인난에 허덕이는 미국과 유럽 군대

추락하는 미국과 유럽의 군사력 ①

박명훈 기자 | 기사입력 2024/05/22 [18:06]

[아침햇살296] 구인난에 허덕이는 미국과 유럽 군대

추락하는 미국과 유럽의 군사력 ①

박명훈 기자 | 입력 : 2024/05/22 [18:06]

 

한때 세계 유일 초강대국을 자처했던 미국의 힘이 빠지면서 국제질서가 변화하고 있다. 군사력은 국제질서의 변화를 이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서방 진영의 군사력은 급속히 약해지고 있지만 반미·반서방 진영의 군사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이를 살펴본다. 

 

 

미국과 유럽의 군대 문제

 

나토군은 미국과 유럽 주요국 등 32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집단 다국적군이다. 

 

회원국의 수로만 보면 나토군의 규모가 상당할 듯한데 이는 ‘착시 효과’다. 나토군은 상설군대가 아니라 필요할 때마다 회원국에서 군대를 차출하고 있다. 전쟁이 나면 즉각 투입할 수 있는 나토 신속대응군의 병력 규모는 현재 고작 4만 명에 그친다.

 

여기서 더 좁혀 보면 유럽에서 실전에 배치할 수 있는 나토군의 규모는 수천 명 수준인 1개 여단뿐이라고 한다. 나토 유지를 위해 연간 33억 유로(약 4조 8,753억 원)라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지만 나토군의 실체는 엉성하기 짝이 없다. (「‘종이 호랑이’로 전락한 나토 군사력 실상」, 주간조선, 2024.3.11.)

 

나토군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해도 러시아에 맞서 실전에 투입되지도 않고 이렇다 할 대응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어쩌면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나토군이 숨겨왔던 민낯이 드러난 것일 수도 있다. 2차 세계대전 때 미국과 서유럽(영국, 프랑스)의 연합군이 영웅으로 대접받던 과거와는 딴판이다.

 

  © 나토 공식 페이스북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징병제를 채택하고 있었다. 

 

미국은 1940년에 21~37살 남성을 대상으로 추첨식 징병제를 실시했다. 나치 독일의 침공을 직접 받은 유럽 각국에서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동원령이 내려졌다. 주로 미국과 서유럽 출신으로 구성된 연합군 군인들 사이에서는 목숨을 걸고 유럽을 지키겠다는 인식이 있었다.

 

당시 미국과 유럽 사회는 군인을 영웅으로 예우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실화가 바탕인 1998년에 나온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면 알 수 있다.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배경인 영화에서는 라이언 가의 4형제 중 막내인 제임스 라이언 일병을 구하기 위해 희생을 각오한 연합군의 모습이 부각된다. 

 

라이언 일병을 제외한 3형제가 전쟁에서 모두 사망한 가운데 미군은 영국, 프랑스군의 도움을 받아 라이언 일병을 구출했다. 영화는 병사 한 명을 구하기 위해 힘을 모은 연합군의 희생과 헌신을 조명했다.

 

그렇다면 2차 세계대전 때는 왜 군인이 미국과 유럽 사회에서 예우받았을까?

 

당시 군인들에게 나치 독일의 파시즘과 맞서 싸운다는 정당성과 명분이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국과 서유럽의 군인들은 나치라는 ‘악’에 맞서 조국과 세계를 지킨 영웅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에서 군인을 영웅처럼 대접했던 분위기는 20년도 채 되지 않아 완전히 뒤집어진다. 미국이 정당하지 못한 침략전쟁을 벌이고 유럽이 동조했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군대의 인식이 추락한 결정적 원인은 베트남전쟁이었다. 미국은 1960년대 들어 북베트남을 침략하고자 ‘통킹만 사건’을 조작해 무리하게 전쟁에 개입했다. 베트남전쟁으로 140만 명이 넘는 베트남의 군인과 민간인이 사망한 것으로 짐작되는데, 이조차 추정치라 정확한 피해를 알 길이 없다.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베트남전쟁이 계속되자 미국과 유럽 곳곳에서 청년·학생들의 반전 시위가 들끓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징병제에 호응하는 여론이 급격히 추락했다. 결국 여론 악화에 견디다 못한 미 정부는 베트남전쟁 말엽인 1973년 7월 1일 징병제를 폐지하고 모병제로 전환해야 했다.

 

청년층 외면으로 모집난 겪는 미군

 

  © 미군 공식 페이스북

 

2023년 기준 미국의 정규군은 약 132만 8,000명, 예비군은 80만 명, 주방위군은 43만 명 정도다. 엄청난 규모지만 병력의 현상 유지조차 쉽지 않은 실상이다.

 

2022년 5월, 제임스 맥콘빌 당시 미 육군참모총장은 미 의회에 출석해 미국 청년층(17~24살)의 비만과 약물 사용, 범죄 이력 때문에 미 육군에 지원할 수 있는 청년 비율이 23%에 그친다고 밝혔다. 

 

미 국방부 내부 조사에 따르면 미군 복무 자격이 있는 청년층 가운데 9%만이 군 복무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 조사에 답한 청년층의 57%는 미군에 들어가면 육체, 정신적 문제를 겪게 될 것이라며 입대를 꺼렸다. 

 

청년층이 미군을 외면하는 상황에서 2018년 70%에 이르렀던 미군을 향한 미국인들의 신뢰도 역시 2022년 들어 45%로 급락했다. (「Every branch of the military is struggling to make its 2022 recruiting goals, officials say」, NBC NEWS, 2022.6.27.)

 

2022년 11월 27일(이하 현지 시각) 스티브 베이넌 ‘밀리터리닷컴’ 기자는 미 군사 매체 ‘1945’에 보낸 기고에서 “(미군의 정원이) 채워지지 않는 이유는 대체로 청년들 사이에 비만이 널리 퍼져있는 점, 과거 범죄 이력에 있다”라고 강조했다.

 

비상이 걸린 미 국방부는 군대에 오면 살을 뺄 수 있게 돕고 대학 등록 지원 등을 해주겠다고 홍보 중이다. 그럼에도 자국 군대를 바라보는 미국 청년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특히 미 육군은 신병 모집 부족으로 2022년에 유럽과 태평양지역에서 47만 6,000명이었던 전체 병력을 46만 6,000명으로 축소했다. (「[지구촌 돋보기] 세계 최강 미군 구인난…원인은?」, KBS, 2023.8.17.)

 

2022년 미 육군은 신병 6만 명 모집을 목표했지만 1만 5,000명이 부족했다. 미국이 유럽과 태평양지역에서 육군 병력을 축소한 것은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신병 모집에 애를 먹은 것은 미 해군과 공군도 마찬가지다. 2022년 미 해군은 2023년 입대 예정자를 미리 입대시키는 ‘편법’을 써가며 억지로 목표치를 맞췄다. 미 공군 지원자는 2023년 기준 모집 인원인 2만 7,000명에서 약 3,400명이 부족했다.

 

2022년 7월 14일 뉴욕타임스는 미국인들 사이에서 미군의 인기가 추락한 이유로 청년층의 애국심이 옅어진 점을 꼽았다. 또 현재 약 135만 명인 미군 병력 규모는 1980년대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며 “군인 수는 향후 계속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짚었다. 2023년 기준 미군 정규군 수가 132만 8,000명이었는데 1년 새 병력이 줄었음을 알 수 있다.

 

2023년 12월 27일 폭스뉴스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미 하원 군사위원회에 보고한 자료에서 “육군, 해군, 공군을 가리지 않고 전군에 걸쳐 올해 모집한 신병이 목표 대비 4만 1,000명 부족했다”라면서 “내년에도 이 같은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신병 모집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틱톡에는 미군의 실상을 폭로하는 영상도 종종 올라온다. 영상 속 미군들은 얼굴을 공개하며 낮은 급여와 대우, 훈련 강도 등 열악한 여건에 불평·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미 연방정부에서 군인들에게 틱톡을 쓰지 말라고 강제하지만 정작 미군들이 근무 중 틱톡에 폭로 영상을 버젓이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군의 기강해이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인지 보여준다. (「“군대 오지 마”…美 Z세대 병사 ‘틱톡 반란’(영상)」, 뉴시스, 2023.12.24.)

 

올해 미 육군은 신병 모집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지만 목표 달성은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모집된 미 육군 신병의 80% 이상은 군인 가족 출신으로 집계됐는데 미국 청년층의 군대 기피 현상이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Army on pace to meet lowered recruitment goal for 2024, but long-term challanges remain」, 성조지, 2024.4.18.)

 

미국은 국방부장관이 신병 미달 문제를 직접 챙기는 등 신병 모집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럼에도 청년층은 미군을 외면하고 있다.

 

백인은 뒤로 빼고 유색인종 차별하는 미군

 

미국 사회에서는 오랫동안 인종차별 논란이 있었다. 더구나 사회와 떨어져 폐쇄된 군대에서는 인종차별 문제가 더더욱 심각했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참모총장과 국방부장관을 임명했다. 하지만 이는 극소수 사례일 뿐, 미군에서 흑인 등 유색인종이 차별받는 실상은 여전하다.

 

2020년 6월 14일 CNN이 미 국방부와 보훈처의 자료를 분석한 데 따르면 미국 인구의 13%인 흑인은 미 사병의 19%를 차지하지만 흑인 장교 비율은 9%에 그쳤다. 게다가 흑인 등 유색인종 병사의 중증 장애 판정은 백인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 정부에서 보훈처장을 지낸 데이비드 슐킨은 “해당 자료는 군 복무 중인 유색인종 병사들이 백인 병사들에 비해 더 위험한 임무를 맡은 비율이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우리(미국)는 유색인종 병사들이 국가를 위해 더 많고 위험한 일을 하도록 요구하지만 이에 걸맞은 직책과 권리를 반드시 주고 있지는 않다”라고 개탄했다. (「흑인 미군, 백인보다 장교 되기 힘들고 더 심하게 다친다」, 헤럴드경제, 2020.6.15.)

 

2023년 7월 16일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합법 이민자’를 대상으로 미군에 들어오는 대신 시민권을 지원하는 유인책을 쓰고 있다. 2023년 상반기 기준 자메이카, 멕시코, 필리핀, 아이티 등에서 2,900명이 미군에 입대했다. (「2040년 병력 30만 유지도 어려워…각국 ‘軍구인난’ 아우성[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문화일보, 2023.7.22.)

 

미군 내부의 유색인종 차별이 계속되는 가운데 새로 유입된 유색인종 미군 병사들 역시 백인을 지키기 위한 희생양으로 투입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영어도 서툴고 차별까지 받는 유색인종 출신 미군들이 과연 미국을 위해 목숨을 걸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하지만 신병 모집 문제에 골머리를 앓는 미 정부는 앞으로도 유색인종을 계속 미군에 들이려 할 것이다. 인종차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유색인종 출신 비중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미군 병력의 손실, 약화가 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징병 거부하는 유럽 청년들

 

청년들이 군대를 기피하는 분위기는 유럽도 마찬가지다. 유럽에서는 영국이 1960년대에 모병제로 전환했다.

 

징병제를 유지하던 1990년대 유럽 주요국에서는 청년층 상당수가 입대를 거부했다. 당시 독일 청년 3명 중 1명이 병역 복무 대신 사회봉사를 선택했다. 프랑스의 상황도 독일과 비슷했다. (「유럽 젊은이 ‘군생활 싫다’ 입영 거부」, 매일경제, 1996.8.2.)

 

이후 벨기에가 1995년에 모병제로 전환했다. 프랑스는 2001년, 독일은 2011년에 모병제로 전환했다. (「모병제와 징병제를 실시하는 나라 총정리」, 병무청, 2024.4.3.)

 

그런데 최근 유럽 각국 정부에서는 다시 징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의 위협에 맞서 전쟁을 준비해야 한다는 논리다. (「“유럽 전역 군 모집난 직면”…유럽에 부는 ‘징병제 부활’ 바람」, 서울경제, 2024.3.26.)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재무장을 선언한 독일이 징병제 부활을 적극 검토 중이다. 3월 12일 슈피겔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장관은 “위협에 대응할 수 있고 단기간 실현 가능한 병역 모델의 선택지를 4월 1일까지 제시하라”라며 징병제 전환을 암시했다.

 

그런데 독일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작 독일 청년층(18~29살) 59%는 징병제 전환에 반대하고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징병제 부활 검토에…18∼29세 “무슨 소리냐”」, 한국경제, 2024.3.12.)

 

이는 전쟁을 위해 징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독일 정부의 주장이 통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유럽 각국에서도 미국이 부추긴 우크라이나 전쟁에 왜 자국 청년들이 희생돼야 하느냐며 징병제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속출하고 있다. 또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을 둘러싸고 대학가에서 반대 시위가 번지고 있다.

 

그렇다면 오늘날 반서방 진영을 대표하는 북·중·러 군대는 어떨까? 

 

북한은 조선인민군에 지원하는 이들을 심사해 군인으로 뽑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2023년 3월 18일 전국적으로 80여 만 명에 이르는 청년동맹 일꾼들과 청년학생들이 인민군에 입대, 재입대를 탄원했다고 보도했다. 또 통신은 이틀 뒤인 3월 20일에는 “전국적으로 인민군대 입대, 복대(재입대)를 열렬히 탄원한 청년들의 수는 19일 현재 140만여 명에 달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통신은 이에 관해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자주권과 안전 이익을 난폭하게 침해”하는 상황에서 청년들의 애국심이 높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밖에도 북한에서는 군대에 가고 싶어도 사정이 있어 갈 수 없는 청년들이 군대 대신 험지에서 힘든 일을 하는 돌격대에 지원하기도 한다고 한다.

 

중국은 모병제를 중심으로 군대를 운용하고 있다. 2023년 6월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3년까지 100만 명이 넘는 대졸자가 인민해방군에 지원했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는 2018년 4월 4일 “중국은 워낙 군 입대를 원하는 장정이 많기에 모병제 만으로도 충분히 군 유지가 가능”하다며 “군인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 ‘머리가 터지도록(抢破头, qiang po tou)군인이 되려고 한다’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모병제 or 징병제, 중국의 병역 제도는?」, 중앙일보, 2018.4.4.)

 

징병제를 채택한 러시아 군인의 복무 기간은 1년이라 짧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상황에서 모병도 받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특별 군사작전’에 나선 복무자와 자원봉사자들에게 복지와 대우를 잘해줘 군대에 지원하는 청년들이 많다고 한다. 군인이 되면 이를 영광으로 여기는 분위기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3년 12월 14일 열린 기자회견 겸 국민과의 대화 행사에서 부분 동원령으로 모집한 병력 가운데 24만 4,000명이 전투지역에서 싸우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계약 등으로 군에 입대하려는 사람들이 줄지 않아 2차 동원령을 내릴 계획은 없다고 했다. 

 

이로 미뤄보면 북·중·러의 군대는 미국, 유럽에 비해 군대 기피 현상이 없고 안정돼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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