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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80] 적폐들과 타협하려는 정치인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6/29 [10:55]

[정조준80] 적폐들과 타협하려는 정치인들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6/29 [10:55]

결정적 순간마다 반복되는 일들

 

#1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87년 대선을 앞두고 ‘4자 필승론’을 내세우며 야권 후보 단일화를 거부했습니다. 

 

노태우, 김영삼 후보가 영남권을 나눠 갖고, 김종필 후보가 충청권을 가져가면 수도권과 호남권의 지지를 받는 자신이 승리한다는 논리였습니다. 

 

▲ 1987년 대선 선거 포스터.  © 중앙선관위


하지만 선거 결과 야권 분열의 어부지리로 신군부 이인자였던 노태우 후보가 승리했고 김대중 후보는 3위에 그쳤습니다. 

 

지역주의의 최대 피해자였던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를 전제로 한 ‘4자 필승론’을 내세운 건 참으로 역설적입니다. 

 

#2

 

2016년 박근혜 퇴진 촛불이 거세게 타오르자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10월 26일 긴급성명을 통해 거국 중립 내각을 제안했습니다. 

 

▲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  © Teddy Cross


국회가 추천하는 국무총리와 거국 중립 내각을 받아들이고 대통령 권력을 이양하면 임기를 보장하겠다는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국민은 루비콘강을 건넜는데 야당이 오히려 눈치를 보고 있다”라며 문재인 전 대표의 제안을 비판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여당이던 새누리당(현 국힘당)이 거국 중립 내각을 덜컥 수용하자 민주당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거부하는 황당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11월로 넘어가 박근혜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기미가 안 보이자 촛불국민은 국회가 나서서 탄핵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문재인 전 대표는 11월 20일 국회에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준다면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 “퇴진 후에도 대통령의 명예가 지켜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라고 제안했습니다. 

 

스스로 물러나면 사법처리를 하지 않겠다는 말입니다. 

 

이에 야권 내에서도 “마치 대통령에 당선된 것처럼 말한다”, “지나치게 안전 운행만 하려고 한다”, “광장에서는 시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는데 이를 대변하지 않는다”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3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5월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헌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를 단축하는 방안을 제시하며 “윤 대통령이 명예롭게 자신의 임기 단축에 동의하고 우리가 말하는 개헌에 동의한다면 지금까지의 국정운영 실패, 무능, 무책임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헌법을 바꿨다는 점에서 기여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총선 기간에 “3년은 너무 길다”를 핵심 구호로 제시한 조국혁신당이 당연히 총선 후 탄핵에 나설 것으로 여겼던 국민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습니다. 

 

조국 대표의 논리는 탄핵을 시도하면 헌법재판소에서 뒤집힐 수 있기 때문에 개헌으로 임기를 줄이는 게 안전하다는 것이었습니다. 

 

#4

 

지난 19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대통령 탄핵 가능성이 있다면서 “모두에게 행복한 길은 (윤석열 대통령이)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냥 물러나면 봐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 “우리도 사면법을 좀 개정해서 미국식 사면 제도를 도입하는 게 좋겠다”라며 윤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나면 사법처리를 하지 않는 제도를 도입하자고 제안했습니다. 

 

2016년 문재인 전 대표가 했던 주장을 반복한 셈입니다. 

 

문제의 원인

 

왜 정치인들은 결정적 순간마다 갑자기 적폐세력과 타협하려는 것일까요?

 

국민을 정치의 중심에 놓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치인들은 국민의 지혜와 힘을 믿지 않기 때문에 상층 협상을 통해 정치를 하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국민의 뜻은 알겠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국민이 현실 정치를 몰라서 그런다”라고 변명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행위를 ‘정치공학’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합니다. 

 

정치의 주인은 정치인이고 국민은 그저 정치인이 하는 걸 잘 지켜보고 선거 때 투표나 하라는 건데 민주주의에 어긋나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유튜브 방송 ‘새날’에 출연해 “(정치인은) 절대로 촛불보다 앞서 계산하고 촛불 몰래 타협하지 말라. 정치공학이라고 하면서 정치인들이 만날 했던 것이 그런 거였다”라고 지적했습니다. 

 

▲ 민형배 의원.  © 민형배 페이스북


더 근본으로 들어가면 정치인들이 한국 사회의 문제를 진영 간 경쟁으로 보는 게 문제입니다. 

 

진보 대 보수, 여 대 야, 이런 식으로 편을 갈라 경쟁하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니 어느 한쪽을 없앨 수 없고 공존해야 한다고 여기며 그래서 협상하려고 합니다. 

 

정치에서는 절대적 정의와 진리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마치 민주화세력과 군부독재가 공존하면서 경쟁하자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진보개혁세력과 적폐세력이 공존하면서 경쟁하고 번갈아 집권하는 게 민주주의라는 주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 공장장은 총선 직후 방송에서 “200석 이상의 의석수는 국민들의 균형감각을 다시 작동시킨다. 이번엔 야당에 크게 몰아주었으니까 다음 대선은 또 다른 균형을 찾아야겠다는 어떤 기저가 작동하게 만든다”라고 주장하면서 “그래서 200석을 넘기는 것이 반드시 좋다고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좋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총선 한 번 이기고 다 끝날 건가”라고 하였습니다. 

 

이 논리대로면 이번 총선에서 200석을 못 넘긴 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됩니다. 

 

이것도 진영 논리입니다. 

 

절대 선은 없고 민주당과 국힘당이 경쟁하는 구도 속에서 정치공학적으로 얼마의 의석을 차지하는 게 더 이득인지 계산하는 것입니다. 

 

2005년 11월 27일 유시민 당시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이 “10년 집권하면 많이 한 거다. 야당 하면 어떠냐”, “박근혜·이명박 씨가 대통령이 된다고 나라가 망하지는 않는다. 야당도 나라를 위해서 할 일이 있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정부·여당 지지율이 급락하고 재·보궐 선거에서 잇따라 패배하자 나온 얘기입니다. 

 

그런데 정말 이명박이 대통령이 되고 어떻게 됐습니까?

 

이명박 정권의 정치 보복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강제로 ‘자살’을 당했습니다. 

 

이에 관한 유시민 전 의원의 평가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왜 반성하지 않을까요?

 

유시민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도 민주주의의 틀 안에 있다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협상과 타협을 하려고 했습니다. 

 

또 여야가 번갈아 집권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정치인은 국민을 중심에 놓고 한국 사회를 봐야 합니다. 

 

진영이 아니라, 진보 대 보수가 아니라 국민 대 반(反)국민으로 봐야 합니다. 

 

국민의 편에서 봐야 절대 진리와 절대 선을 볼 수 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나선 국민의 요구가 보입니다. 

 

하루에 10만 명씩 윤석열 탄핵 국회청원에 동참하고 청원 사이트에 사람이 몰려 몇 시간씩 기다려야 청원을 할 수 있는 이 폭발적인 민심을 봐야 합니다. 

 

▲ 29일 오전 9시 21분에 55만 명을 넘겼다.

 

지금 국민의 요구는 윤석열 대통령을 탄핵하고 타도하자는 것입니다. 

 

끌어내려 감옥에 처넣자는 것입니다. 

 

윤석열의 명예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국민을 모욕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요구를 받드는 게 정의를 실현하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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