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인포, 자주포
포를 이동하는 방식에 따라 견인포, 자주포로 나눌 수 있다.
견인포는 차량이나 가축,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포다.
반면 자주포는 차량 위에 포를 얹은 무기로 북한은 자행포라 부른다.
자주포가 전차(탱크)와 비슷하게 생겨서 헷갈리는 사람도 있다.
대표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2022년 11월 24일 경남의 한 방위산업체를 방문해 K-9 자주포를 보고 “탱크와 포를 결합한 거잖아”, “포신 낮추면 탱크 기능도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일단 자주포는 포의 일종이다.
포는 기본적으로 멀리 후방에서 적을 공격해 보병을 도와줄 목적으로 개발한 무기다.
따라서 자주포는 전차에 비해 장갑이 약하거나 아예 없는 종류도 있다.
물론 자주포도 적이 코앞까지 오면 전차처럼 저각으로 사격할 수는 있지만 사실 그 정도로 전선이 무너지면 절망적인 상황이므로 서둘러 후퇴하는 게 낫다.
반면 전차는 안전하게 적의 저지선을 뚫고 진격하기 위해 만든 무기로 최전방에서 적과 뒤엉켜 싸우는 ‘몸빵’ 역할을 한다.
그래서 전차의 장갑은 자주포에 비해 매우 튼튼하다.
전차에 달린 포는 보통 눈앞에 보이는 적을 직접 맞추는 용도로 자주포와 달리 달리는 중에도 조준해서 쏠 수 있을 정도로 빠른 공격이 가능하다.
자주포를 개발한 목적은 견인포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다.
견인포의 가장 큰 단점은 이동 후 사격 준비에 너무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견인포가 목적지에 도착하면 사격 준비 작업인 ‘방렬(방열)’를 해야 한다.
방렬은 포신을 목표물 방향으로 맞추고 바닥을 파서 포를 땅에 단단히 고정하는 작업이다.
방렬을 끝내고 포를 쏘면 상대측이 사격 원점을 공격하는 반격에 나설 것이다.
따라서 포를 쏜 뒤에는 재빨리 이동해야 하는데 이것도 쉽지 않다.
이런 단점을 보완해 빠르게 쏘고 빠르게 빠질 수 있도록 만든 게 자주포다.
하지만 자주포에도 단점이 있다.
일단 너무 비싸다.
그리고 무겁고 커서 산악지역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없는 점도 자주포의 단점이다.
무겁고 덩치가 크다는 점은 장거리 운반에도 크게 불리하다.
견인포는 헬리콥터로도 들어서 운반할 수 있지만 자주포는 대형 수송기가 아니면 어림도 없다.
한국이나 북한은 좁은 지역에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주포가 유리하지만 미국처럼 세계 곳곳의 전쟁에 개입해 쉴 새 없이 무기를 보내야 하는 나라는 자주포보다 견인포가 차라리 유리하다.
게다가 미국은 본토에서 대규모 지상전을 대비하지도 않기 때문에 자주포 개발과 생산에 큰 미련이 없는 듯하고 그래서 미군 자주포는 한국군에도 밀린다.
미군은 지금도 1960년대에 개발한 M109 자주포를 개량해서 쓰고 있으며 몇 차례 후속 자주포를 개발하려다 돈이 부족해 포기하고 말았다.
2024년 3월 27일 미 육군 심포지엄에서 미 육군 미래사령부의 제임스 레이니 사령관은 “2023년 미 육군 미래사령부가 진행한 24개의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 및 획득 계획 중 유일하게 ERCA만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라고 한탄했다.
ERCA란 M109를 개량해 사거리를 늘리는 사업으로 2019년 시작했지만 포신의 내구성 문제로 결국 사업이 중단됐다.
하지만 포신의 내구성 문제는 명분일 뿐이며 결국 자주포에 투자하기를 꺼려하는 미국의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M109를 도입해 1980년대 K-55라는 제식명으로 면허 생산을 하다가 K-9 신형 자주포를 개발하였다.
K-9은 서방권에서 독일의 PzH 2000 자주포 다음으로 뛰어난 성능을 가졌다고 평가된다.
대신 가격은 PzH 2000 절반 수준이라서 방산업계에서는 수출 효자 상품으로 꼽힌다.
아무튼 자주포의 이런 단점들 때문에 21세기가 한창인 지금도 여전히 견인포가 전장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과거에는 아예 포를 바닥에 고정하고 쏘는 고정포도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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