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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 ② 기술 발전에 의한 경제 성장의 한계

이영석 기자 | 기사입력 2024/09/11 [11:15]

자본주의 세계가 무너지고 있다 ② 기술 발전에 의한 경제 성장의 한계

이영석 기자 | 입력 : 2024/09/11 [11:15]

1991년 말 소련이 붕괴하면서 자본주의 나라들은 자본주의가 영원할 것이라고 주창했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계는 심각한 경제적 양극화와 경제 위기, 경제 성장의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세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1. 한계에 이른 자본의 자기 증식

2. 기술 발전에 의한 경제 성장의 한계

3. 자본주의 패배를 인정한 주장들

 

과학기술이 발전해 새로운 산업이 발전하면 일반적으로 사회 전반이 발전하게 된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발전과 함께 사람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래야 새로운 기술 발전도 가치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 자본주의 사회의 기술 발전은 노동력을 착취하는 새로운 수단이었다.

 

기술 발전이 자본주의 사회에 가져온 변화

 

자본가들은 새로운 기술과 기계를 활용해 노동력을 더 효율적으로 착취할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새 기술은 자본가들의 이익을 채워주고 무한 탐욕을 충족시키는 데 사용되었다.

 

물론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기술 발전은 자본주의 경제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한 만큼 생산력이 높아졌고, 사람들의 물질생활 수준과 경제력도 높아졌다.

 

그런데 사회 전반에서 계층 간 빈부격차가 더 심해졌다.

 

자본가는 더 좋아진 기술과 기계를 이용해 얻은 더 많은 이윤을 애당초 노동자와 나눠 갖지 않았다.

 

새 기술과 기계에 투자한 자본가의 몫을 빌미로 자본가가 이윤의 대부분을 챙겼다.

 

노동자에게 새 기술과 기계는 생산을 더 많이 해 자본가에게 더 많은 이윤을 안겨주는 도구일 뿐이었다.

 

오히려 노동자는 기계화된 생산 체계 아래 쉬지 않고 일해야만 했다.

 

자본가들은 기계가 돌아가는 동안 노동자들이 쉬는 꼴을 못 본다.

 

노동자가 쉬는 만큼 생산을 못 하게 되고, 이 때문에 자본가 자신의 이윤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기술 발전으로 자본가는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갔고 노동자는 더 많이 일하면서도 더 많이 빼앗겨야만 했다.

 

결코 노동자의 삶이 나아지지 않았다.

 

자본가가 이전보다 더 많은 이익을 취하려고 한 무한 탐욕 때문이다.

 

기술 발전에 의한 경제 성장의 한계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1차 산업혁명이, 내연기관과 전기 동력의 개발로 2차 산업혁명이,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3차 산업혁명이 추진되며 자본주의 경제는 발전해 왔다.

 

무엇보다 기술의 발달은 노동 생산력을 상승시켰다.

 

그런데 새로운 기술이 나올 때마다 고용이 줄어드는 문제가 생겼다.

 

새 기술과 기계가 사람을 대체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기술 발전으로 산업 체계가 바뀔 때마다 ‘기술적 실업(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실업)’이 큰 문제로 대두되었다.

 

1차 산업혁명 당시 증기기관의 등장으로 사람이 할 일을 기계가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이유로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이 기계를 부수며 다닐 정도였다.

 

고용 감소로 인한 실업 증가는 수요, 즉 구매력을 떨어뜨린다.

 

1차 산업혁명을 비롯해 기술 발전이 가져온 3차례의 산업혁명으로 고용이 줄어들어 수요가 떨어짐으로써 생산성이 늘어나지 못하게 되었다.

 

생산성은 투입된 생산요소의 양과 생산된 생산물의 양의 비율을 말한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노동, 토지, 자본을 3대 생산요소라고 한다.

 

자본가는 기계를 설치하고 돌리고 유지하기 위해 노동, 토지, 자본 등 생산요소를 더 투입했다. 그 결과 생산력이 높아졌다.

 

그런데 새 기계와 기술로 인해 고용을 줄이니 수요가 줄어 생산물이 팔리지 않아 생산을 줄여야만 했다.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기술 발전이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렸다는 ‘생산성 역설’ 주장까지 나왔다.

 

4차 산업혁명과 기술적 실업 문제

 

세계는 이미 4차 산업혁명으로 들끓고 있다.

 

인공지능, 첨단로봇, 무인 운송 드론, 빅 데이터, 가상현실, 3D프린터,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자동차, 5G 이동통신, 바이오 기술 등 새로운 기술들이 펼쳐지고 있다.

 

사람들은 발전하는 기술 문명 수준을 보며 미래 사회에 대한 기대가 크다.

 

최근 AI 기대 속에서 엔비디아 같은 기술 기업들의 주식이 폭등하는 것만 봐도 이를 엿볼 수 있다.

 

반면 기술적 실업 문제에 대한 걱정도 크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수요 없이 생산력만 무제한 커지지는 않을지 우려가 제기된다.

 

산업혁명을 거듭할수록 기술적 실업을 비롯해 산업의 불균형 등 자본주의의 폐단은 갈수록 더 심각한 문제가 되었다.

 

이전에는 기술 발전으로 밀려난 산업 부문의 실업자들이 더 커진 소매·금융·보험 등 서비스업종에 들어가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경제 구조가 제조업 비중은 줄어들고 서비스·금융업 등으로 치우치는 등 불균형한 편향을 낳았다.

 

또 3차 산업혁명으로 정보통신기술이 서비스업종에 도입됨에 따라 기술적 실업 대중이 더는 갈 곳이 없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획기적인 기술 발전과 더불어 기술적 실업 문제가 더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교육부는 2021년 4월 19일 정책 뉴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미래 사회 모습 4가지」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자동화, 산업구조 개편 등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고용불안 등 사회문제 발생”을 부정적인 면으로 꼽았다.

 

또 2018년 12월 13일 이세훈 KT 마이크로웨이브 중계소 소장은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면서 기술 발전에 따른 직업별 일자리 변화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전문가 등 고숙련 직업군에서는 취업자 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나, 단순노무직 직업군은 증가 폭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라고 짚었다.

 

2013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칼 베네딕트 프레이와 마이클 오즈번은 20년 안에 미국 노동자의 47%가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2016년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그 비율이 45%라고 주장했고, 세계은행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로 보면 노동자의 57%가 위기를 맞을 것으로 추정했다. (「로봇 1대 도입하면 실업자 3명」, Economy Insight, 2017.6.1.)

 

엘렌 러펠 셸 미국 보스턴대학교 교수는 『일자리의 미래』(예문아카이브, 2019)에서 “기술의 발달과 인공지능 때문에 중산층이 점점 없어진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술의 발달이 사람들의 일자리를 위협하는 일은 이제 흔한 사례가 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예를 들었다.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는 일이나 식당 테이블에 물 잔을 놓는 일은 사람이라면 쉽게 할 수 있지만 기계로서는 난도가 높은 작업이다. 이와는 반대로 부기, 회계, 법률 분석처럼 높은 수준의 논리 추론이 요구되는 일은 인간에게는 어렵지만 기계 입장에서는 쉬운 작업이다. 저임금 일자리보다는 나름의 기술 역량을 요구하는 중간 수준 임금의 일자리들이 크게 감소하거나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라면서 “한마디로 인공지능이 중산층의 일자리를 빼앗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노우에 도모히로 일본 고마자와대학 경제학부 준교수는 『2030 고용절벽 시대가 온다』(다온북스, 2017)에서 “기존의 자본주의를 기계화 경제라고 일컬으며, 생산 활동을 위해 기계와 노동이 같이 공급된다”, “반면 4차 산업혁명이 성공을 거두는 미래는 순수 기계화 경제라고 일컬으며, 기존과 크게 구별되는 것은 생산 활동을 위해 공급되는 것이 기계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노동이 필요 없이 기계만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되면 ‘노동자 계급이 임금 소득을 얻지 못하게 되어 자본주의가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막으려면 기본 소득제를 도입해 모든 사람에게 최소한의 생활비를 일률적으로 지급해 수요를 채워줘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기술 발달이 기술적 실업을 낳고, 이는 수요 없이 생산력만 무제한으로 커져 이전 대공황같이 공급 과잉과 불황으로 자본주의의 위기가 다시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어쩌면 자본주의가 소멸하는 때가 다가올 수 있다는 주장에 주의를 돌려야 할지도 모르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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