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정조준102] 의료대란의 본질과 주목할 점 ②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9/18 [17:47]

[정조준102] 의료대란의 본질과 주목할 점 ②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9/18 [17:47]

애초에 협의나 타협은 계획에 없었다

 

윤석열 정권이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는 과정을 보면 애초에 의사나 국민과 협의나 타협을 할 생각이 없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지난 6월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에서 “2월 6일 진행된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회의에서 의대 정원 2천 명 증원 규모를 처음으로 밝혔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오후 2시 약 1시간가량 진행된 회의에서 2천 명 증원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으나 조규홍 보건복지부장관이 ‘기자가 기다리고 있다’고 회의를 급하게 마무리 지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긴급브리핑으로 2천 명 증원을 발표했습니다. 즉, 2천 명 증원 계획을 발표하는 날 처음으로 증원 숫자를 의사 측에 제시한 것입니다. 애초에 의료계와 협의할 생각이 없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박민수 차관.  © 보건복지부


또 박민수는 “2천 명 증원 의사결정 한 것은 정부 내에서 여러 차례 논의와 토의를 거쳤다”라며 “의대 정원 숫자를 정할 때 ‘의사가 부족한가’, ‘부족하다면 얼마나 부족한가’ 등 두 가지 질문에 스스로 자문하고 답을 내렸다”라고 말했습니다. 정부 내에서 알아서 결정한 것이지 의료계와 협의해서 결정한 것이 아님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입니다. 

 

법원도 증원 숫자와 관련한 논의는 2023년 10월 17일 의사인력전문위원회 제5차 회의가 유일하다고 하였습니다. 심지어 조규홍은 2천 명 외에 어떤 증원 숫자도 고려한 적이 없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왜 의사들과 대화하지 않느냐는 여론이 빗발치자 2월 28일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의협이 의사들의) 대표성을 가지기가 좀 어렵다”라며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 구성원을 의료계에서 제안해달라고 계속 요청하고 있다”라고 변명했습니다. 하지만 의협은 의료법에 규정된 법정단체입니다. 법이 인정하는 공식 단체를 부정하면서까지 대화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야당은 물론 여당과도 협의하지 않습니다. 한동훈 국힘당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계획이라도 유예하자고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은 단칼에 거부했습니다. 

 

윤석열 정권이 원래부터 불통에 막가파 정권이었지만 이렇게까지 장기간 자기 지지율을 다 깎아 먹으면서 막무가내 정책을 편 적은 없습니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걸까요?

 

윤석열의 속셈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는 윤석열의 의도를 두고 지난 총선용이었다는 견해가 가장 많습니다. 총선을 앞두고 개혁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 인기몰이를 해보겠다는 심산이었다는 것입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2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가 일부러 2,000명 증원을 들이밀며 파업 등 과격 반응을 유도한 후 진압하며 애초 목표인 500명 전후로 타협하는 정치쇼로 총선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한다는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라며 “사실이라면 최악의 국정농단 사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의사의 파업을 유도한다는 의혹에서 불현듯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1998년 한국조폐공사 노동조합 파업을 유도한 한동훈의 장인 진형구 검사 말입니다. 당시에도 검찰은 파업을 유도한 후 무자비하게 진압해서 다른 노조들에 본보기를 보이려 했습니다. 적폐세력 특히 검사들은 이런 일에 전문가입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도 2월 1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에서는 때로는 선을 넘는 공약이 나오기도 한다”라며 “비현실적인 증원 규모이기 때문에 총선을 앞두고 여당이 이걸 조정하는 척하면서 표를 가져가려 하는 또 다른 약속대련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번져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즉,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으로 포장했지만 철저히 총선용, 지지율 끌어올리는 용도였으며 윤석열이 사심을 가지고 추진한 정책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총선용이라는 주장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밀어붙이다가 결국 극적인 타협을 할 것이라는 예측입니다. 의대 증원 문제를 총선 표로 연결하려면 그 방법이 가장 좋기 때문에 다들 그렇게 예측했습니다. 원래 협상가 혹은 장사꾼들은 일단 상대가 받기 힘든 안을 던진 다음 양보하는 척하며 목표를 달성하는 게 상식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윤석열은 끝까지 타협하지 않아서 총선을 망쳤습니다. 심지어 총선을 9일 앞둔 4월 1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2천 명 증원을 밀어붙이겠다고 선언해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어버렸습니다. 윤석열의 담화를 들은 국힘당의 한 국회의원은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혜성을 보며 멸종을 예감하는 공룡들의 심정이 지금 우리들의 심정”이라고 했습니다. 윤석열 담화 때문에 총선에서 떨어지겠다는 것을 직감했다는 말입니다. 

 

윤석열이 타협 대신 강행을 선택했을 때는 나름의 계산이 있었을 것입니다. 

 

의대 증원 문제가 사회적 관심 사안이 된 건 문재인 정부 때였습니다. 당시 의사들의 강력한 반발에 정부가 서둘러 꼬리를 내리면서 사람들 속에 문재인 정부가 유약하고 무능하다는 인식과 함께 의사들은 이기적인 집단이며 의대 증원은 개혁적인 정책이라는 인식도 생겼습니다. 

 

윤석열은 이걸 이용해 문재인 정부와 정반대로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총선을 앞두고 의대 증원이라는 개혁적인 정책을 밀어붙이면 인기가 오르고, 거기다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의사의 반발에 물러서지 말고 강공으로 밀어붙이면 유능하고 추진력 있는 정부라는 평가도 받고, 이기적인 집단인 의사를 응징해서 국민의 호응도 받을 수 있다는 게 윤석열의 판단이었던 듯합니다. 

 

실제로 민주당의 모 중진의원은 “민주당이 하지 못한 일을 윤 대통령이 나섰고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와 같이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비교 대상이 될 것”이라며 “당시에는 코로나 때문이라고 했지만 사실 민주당의 온정주의가 만들어낸 결과”라고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예상대로 초반 여론조사를 보면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비율이 높았습니다. 그런데 의사의 반발이 예상보다 강하고 좀처럼 진압이 안 되면서 의료 공백이 발생해 국민이 피해를 보자 여론이 바뀌었습니다. 

 

보통은 이런 상황을 내다보고 대비책을 마련하는데 윤석열은 그런 게 없었던 듯합니다. 상황이 바뀌어도 무조건 원래 계획대로 밀고 나갑니다. 자기가 틀렸다는 걸 절대 인정할 수 없다는 투입니다. 마치 취임 후 첫 해외 방문에서 실수로 미국 국기에 경례했다가 비판을 받자 “의전상 결례가 아니다”라고 우기더니 그 뒤로도 해외를 방문할 때마다 그 나라 국기에 경례해 실수가 아니었음을 입증하려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기서 또 다른 해석도 나옵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애초에 윤석열의 목적은 의사 집단이 반발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가 의료대란을 일으키는 것이었다고 주장합니다. 의료대란으로 우리나라 의료 체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후 의료민영화 등 미국식 의료 체계를 도입하는 게 윤석열의 구상이라는 것입니다. 

 

윤석열 정부가 건강보험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은 건강보험 보장성 낮추기, 건강보험 재정을 민간 의료기관에 퍼주는 수가 인상, 건강보험공단에 쌓인 전 국민 개인정보를 민간 보험사에 넘겨주기, 바이오 기업만을 위한 의료 기술 허가 규제 완화와 약값 인상책 등입니다. 사실상 민영화 계획입니다. 또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 위원장에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을 임명한 것도 기업 이윤을 앞세우려는 행태로 보입니다. 

 

미국식 의료 체계의 핵심은 민간 보험사입니다. 미국은 한국의 국민건강보험 제도를 부러워하며 도입하려 하는데 윤석열은 거꾸로 미국식 민간의료보험 제도를 도입하려는 것입니다. 미국에서는 공공의료보험 제도가 극히 미약해 값비싼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야만 합니다. 민간 보험사는 병원과 직접 계약을 맺기 때문에 환자는 자기가 가입한 보험사와 계약한 병원에 가야 합니다. 결국 얼마짜리 보험을 들었느냐에 따라 어떤 수준의 병원에 갈 수 있냐가 정해지는 꼴입니다. 재산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의료 혜택이 천지 차이인 것이지요. 그리고 민간 보험사가 가입자의 건강 정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에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게 됩니다. 

 

이런 제도가 한국에 도입되면 쉽게 말해 삼성생명 같은 보험사가 개인 정보를 손에 쥐고 자기와 계약한 병원 의사들을 쥐락펴락하게 됩니다. 민간 보험사야 돈 버는 게 목적이니 결국 돈줄이 되는 부자들에게 혜택을 집중할 것입니다. 서민들은 민간 보험을 꿈도 못 꾸고 웬만한 병은 집에서 스스로 치료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인처럼 어디 찢어져도 집에서 자기가 바늘로 상처를 꿰매야 할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정부에서는 아무리 크게 다쳐도 전화를 할 수 있는 정신이 있으면 경증이니 병원에 가지 말라고 하는데 앞으로 의료민영화가 되면 더 심해지겠지요. 

 

▲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의 장면에 누군가 현 실태를 담은 자막을 입혔다.


원래 개혁이라고 하면 기득권은 싫어하고 서민들이 좋아하는 내용이어야 하는데 윤석열이 추진하는 의료 개혁은 서민이 고통받고 재벌 보험사가 환호하는 내용입니다. 이걸 추진하려니 국민 반발이 예상됩니다. 그래서 통상의 방법으로는 안 되고 의료 체계를 아예 무너뜨리는 초강수를 두어 국민을 혼돈에 빠뜨린 게 아닌가 생각할 수 있습니다. 

 

양비론에서 윤석열 책임론으로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의대 증원을 잘했다고 응답한 비율이 2월 3주 76%에서 6월 2주 66%, 9월 1주 56%로 급격히 줄어들었고 반대로 잘못했다는 응답은 16%에서 25%, 34%로 급격히 늘었습니다. 그래도 잘했다는 비율이 과반인데 이는 의대 증원 자체는 필요한 일이라는 의견이 많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 의료대란과 관련해 정부가 대응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21%,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64%로 나와 현 사태의 책임이 윤석열에게 있다는 의견이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9월 1주 기준)

 

문재인 정부 때의 일로 의사를 단순한 이기주의 집단으로 치부하던 사람들이 점점 정부 책임론에 무게를 둔 계기가 몇 가지 있습니다. 

 

먼저, 유명인이 ‘응급실 뺑뺑이’ 피해자가 되어 사람들에게 알려진 게 컸습니다. 

 

김종인 전 국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8월 2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새벽에 잘못하다가 넘어져서 이마가 깨졌다”라며 “119가 와서 응급실에 가려고 22군데를 전화했는데도 안 받아줬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겨우 옛날에 다니던 병원에 갔는데 응급실에 의사가 아무도 없었다며 “(이런 경험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김한규 민주당 국회의원의 아버지도 갑자기 위독해졌는데 응급실을 못 구해 50만 원을 주고 사설 응급차를 불렀지만 뺑뺑이를 돌다가 상황이 매우 악화하여 결국 돌아가셨다고 전했습니다. 심지어 김 의원의 아버지는 현직 외과 전문의였습니다. 

 

전직 당대표도 응급실 뺑뺑이를 돌고, 국회의원 아버지이자 현직 의사도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사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의료대란이 정말 심각한 사안이라는 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또, 재판 과정에서 2천 명 증원 결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드러난 것도 주요한 원인입니다. 

 

대법원판결 결과 의대 증원은 예정대로 추진되기는 했지만 항소심 재판부가 증원 작업을 보류하도록 지시하고 근거 자료를 제출하라고 지시하면서 뭔가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커졌습니다. 또 재판 과정에서 2천 명이라는 증원 규모의 근거가 없다는 게 확인되면서 여론이 정부에 비판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야당도 의료대란의 심각성을 알리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8월 30일 민주당 의료대란특위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와 함께 국회에서 긴급 간담회를 열고 ‘응급실 뺑뺑이’ 영상을 시청하며 사태의 심각성을 공유했습니다. 권영각 소방본부 본부장은 “소방본부에선 응급의료 시스템이 전부 붕괴하고 있다고 현장에서 느끼고 있다”라고 증언했습니다. 이런 현장의 목소리가 언론에 계속 나오면서 사태의 심각성이 더욱 널리 퍼졌습니다. 

 

윤석열의 막무가내식 기자회견도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꼴이었습니다. 총선 직전 대국민 담화도 논란이었지만 8월 29일 기자회견에서 “비상 진료체계는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 “의료 현장을 한 번 가 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라며 질문하는 기자에게 오히려 역정을 낸 게 국민의 분노를 키웠습니다. 

 

또 한덕수 총리도 9월 12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응급실 뺑뺑이’를 두고 “가짜뉴스”라고 큰소리를 쳤고 야당 의원들이 “국민이 죽어 나가고 있다”라고 소리치자 “죽어 나가요? 어디 죽어 나갑니까?”라며 화를 냈습니다. 

 

이 정도면 윤석열 정권 전체가 망상에 젖었거나 정신착란에 빠진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러니 민심이 떠나는 것입니다. 

 

예상을 뛰어넘은 의사들의 투쟁

 

이번 의대 증원 사태를 보면서 2022년 화물연대 파업이나 2023년 건설노조 탄압을 떠올리는 이들이 많습니다. 당시 윤석열 정권은 노동자 탄압에 공권력을 총동원했고 결국 견디다 못한 노동자 내부에서 타협론이 나오면서 노조 지도부가 물러났습니다. 노조가 한 발 물러서자 정부는 더욱 가혹하게 노동자를 몰아세웠습니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권은 저항하는 국민은 가차 없이 짓밟는다는 경고를 보냈고 유약하고 무능한 문재인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했습니다. 

 

그래서 의대 증원을 놓고 의사들이 투쟁을 시작하자 이번에도 결국 의사들이 무릎을 꿇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의협이 총파업을 선언하는 등 여러 의사·의대생 단체들이 대정부 투쟁을 시작한 지 반년 이상 지났지만 대오 내 이탈도 없고 타협론도 대두되지 않습니다. 물론 의사·의대생 단체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있고 그들 내에도 의견 차이가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윤석열 정권과 더 잘 싸우기 위한 갈등은 있어도 타협이나 후퇴를 주장해 생긴 갈등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 의대 증원을 둘러싼 갈등은 의사에게 불리한 상태로 시작되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의료 개혁에 반발해 밥그릇 지키기를 했다는 이유로 국민은 전반적으로 의사 편이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언론도 의사들의 이기주의와 부도덕성을 강조하는 기사를 연일 쏟아냈습니다. 그래서 윤석열도 의사와의 싸움에 손쉽게 이길 거로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의사 단체들은 민심을 반영하고 투쟁의 강약을 조절해 가며 상당히 영리하게 투쟁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의사에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여론을 상당히 반전시켰습니다. 

 

추석을 앞둔 11일 의협은 의료계 입장문을 발표해 추석 연휴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의사들은 협력과 대화를 원하고 있다, 진정성 있는 대화가 성사되도록 국민이 정부에 쓴소리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의료대란은 유언비어’라고 혹세무민하는 윤석열과 비교가 됩니다. 

 

의사 집단이 예상외로 장기간 투쟁을 잘 해내고 있는 배경은 여러 가지로 살펴볼 수 있습니다. 

 

첫째, 어릴 때부터 공부를 치열하게 해서 어려움 앞에 쉽게 타협하지 않는 기질이 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의대생 하면 가장 성적이 좋은 학생으로 꼽힙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흔히 공부를 잘하는 학생을 보면 ‘원래 머리가 좋아서’라거나 ‘집에 돈이 많아서 비싼 사교육을 많이 받았겠지’라고 쉽게 생각합니다. 물론 그런 평가가 근거 없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학생 스스로 강한 의지와 끈기가 없으면 아무리 좋은 조건에 있어도 의대를 갈 수 없습니다. 

 

요즘은 의대를 가려면 어릴 때부터 남들보다 훨씬 많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의대생은 청소년 시절 온갖 유혹을 다 이겨내고 하루 종일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의지를 키운 사람들입니다. 의대를 간 뒤에도 유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엄청난 학습량을 소화해야 합니다. 의대가 6년제인 이유도 학습량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면허를 딴 뒤에도 병원에서 실습하며 수련의(인턴) 생활 1년, 전공의(레지던트) 생활 3~4년을 보낸 뒤 전문의 자격시험에 합격하면 전문의가 됩니다. 의사를 소재로 한 연속극에서 쉽게 볼 수 있듯 병원 실습 과정 역시 극한의 환경에서 펼쳐집니다. 일부 의사들은 병원 실습 기간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라고도 하는데 실제로 전공의의 법적 근무시간은 일반 노동자의 2배에 달하는 주 80시간이며 수련의는 그보다 더 열악합니다. 

 

이걸 모두 해낸 사람만 전문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정부가 탄압한다고 물러서거나 타협하지 않고 버틸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 엘리트 의식이 강합니다. 

 

흔히 현 대결 구도를 두고 검사와 의사의 싸움이라고들 합니다. 한국 사회를 대표하는 두 엘리트 집단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입시를 놓고 보면 의사가 검사 위에 있습니다. 그러니 의사들은 ‘나보다 공부도 못하던 검사들에게 질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합니다. 특히 9수 끝에 겨우 사법고시를 통과한 윤석열에게 밀리는 건 치욕일 것입니다. 

 

셋째, 먹고 살 걱정이 없습니다. 

 

노동자, 서민은 당장 정권의 탄압을 받아 밥줄이 끊기면 가족이 생계를 이어가기 힘듭니다. 구속이나 해고가 가족 전체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의사는 다릅니다. 일단 의사면허가 있으면 병원에 취직하든 개업하든 밥을 굶을 일은 없습니다. 은행에서 대출도 잘 해줍니다. 

 

정 안되면 외국으로 나가도 됩니다. 한국 의사 실력은 세계적으로도 알아주며 많은 나라에서 국내 의사면허가 인정되기 때문에 아예 이민해서 대접받으며 살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의료대란 이후 외국 의료인 채용 설명회에 의사들이 몰린다고 합니다. 7월 27일 서울에서 열린 싱가포르 보건부 산하 회사가 주최한 의료인 채용 설명회에는 200여 명의 의사가 몰렸고 이 중 절반가량은 전공의였다고 합니다. 이 가운데 30명은 현장에서 면접도 봤다고 합니다. 

 

의대생도 고생 끝에 한번 의대에 합격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재도전에 대한 두려움이 적습니다. 

 

현실이 이러니 정부의 탄압이 의사에게 먹히지 않습니다. 

 

최근 윤석열 지지율이 취임 후 최악으로 추락했습니다. 지지율이 10%대로 추락할 위기에 처한 가운데 의사 집단의 비타협적인 투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