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의 유력 정당 헤즈볼라를 치겠다며 레바논 전역을 공습해 수천 명의 사상자가 나왔다. 이번 공습으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의 군사 대립이 결국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9월 23일(현지 시각)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날 하루에만 “이스라엘의 무자비한 공격”으로 어린이 35명과 여성 58명을 포함해 적어도 492명이 숨졌다. 이번 공습에 따른 부상자는 최소 1,654명으로 집계됐는데, ‘최소치’라 실제 사상자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에서 레바논 남부와 동부를 표적으로 24시간 동안 650차례 공습을 벌여 헤즈볼라 시설 1,100개 이상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헤즈볼라를 겨눈 공격이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피라스 아비아드 레바논 보건부장관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병원에 온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과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이었다”라고 밝혔다.
아랍권 유력 매체 알자지라는 9월 24일 “(레바논을 겨눈) 이스라엘의 첫 번째 공습은 현지 시각으로 월요일(9월 23일) 오전 6시 30분쯤 시작됐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격렬한 폭격의 첫 번째 물결이 레바논 남부 전역을 강타했다”라면서 “(2024년 9월 23일은) 지난 2006년 전쟁 이후 레바논 역사상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날”이라고 보도했다.
또 “이스라엘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레바논 남부와 동부 지역에 매우 강렬하고 광범위한 공격을 감행해 왔다”라면서 “수만 명의 사람이 남부를 떠났고, 학교는 문을 닫았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공습으로 두려움에 떤 레바논 시민들이 자동차를 몰고 고속도로로 쏟아져 나왔는데, 도로 한복판은 시민들이 옴짝달싹 못 하는 ‘교통지옥’이 됐다고 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레바논 공습을 앞두고 레바논의 민간인을 향해 이스라엘의 대피 명령에 주의해서 따르라며 “이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협박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위험지역에서 벗어나 달라. 일단 이스라엘 (공격) 작전이 완료되면 여러분은 그때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이 레바논 전역을 무차별 공습해 주택을 무너뜨리고 사상자 수천 명을 낸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말대로 과연 레바논에 ‘돌아갈 집’이 있는지 의문이다.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도 공습 이후 “이스라엘군은 레바논과 이스라엘의 국경에서 헤즈볼라를 몰아내기 위해 필요한 일이면 무엇이든 할 것”이라며 레바논 침공을 위한 지상전을 시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의 민간인 희생을 신경 쓰지 않고 공격을 더욱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노골화한 것이다.
무차별 공습으로 레바논의 민간인 희생이 심각한 상황임에도 미국은 오히려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공습이 일어나자 이스라엘을 편들며 “동맹국과 동반자를 방어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습을 두둔한 것이다.
게다가 미국 국방부는 중동지역에 병력을 추가로 파병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국방부는 구체적인 규모와 임무를 밝히지 않았는데,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발언으로 비춰보면 이스라엘군을 지원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헤즈볼라를 지지·옹호해 온 이란 등 중동 각국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수 있다.
이스라엘이 시작한 전쟁에 미국이 불을 붙이면서 중동의 위기가 갈수록 격화하고 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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