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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113] 10.16재·보궐선거 평가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10/19 [09:18]

[정조준113] 10.16재·보궐선거 평가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10/19 [09:18]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요구가 갈수록 치솟는 가운데 10월 16일 재·보궐선거가 끝났습니다. 이번 재·보궐선거는 군수·구청장 4명, 교육감 1명을 뽑는 선거였습니다. 

 

선거 결과 서울시 교육감에는 진보 성향의 정근식 후보가 50.24%, 보수 성향의 조전혁 후보가 45.93%, 보수 성향의 윤호상 후보가 3.81%로 정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 유세 중인 정근식 후보.  © 정근식


부산 금정구청장에는 윤일현 국힘당 후보가 61.03%, 김경지 민주당 후보가 38.96%로 윤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인천 강화군수에는 박용철 국힘당 후보가 50.97%, 한연희 민주당 후보가 42.12%, 나머지 후보들이 6.89%로 박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전남 곡성군수에는 조상래 민주당 후보가 55.26%, 박웅두 조국혁신당 후보가 35.85%, 나머지 후보들이 8.87%로 조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전남 영광군수에는 장세일 민주당 후보가 41.08%, 이석하 진보당 후보가 30.72%, 장현 조국혁신당 후보가 26.56%, 나머지 후보가 1.62%로 장 후보가 당선되었습니다. 

 

민주당 후보 2명, 국힘당 후보 2명, 진보 성향 교육감 1명이 당선되면서 언론은 대체로 ‘이변은 없었다’, ‘이재명과 한동훈이 비겼다’는 식으로 선거 결과를 평가했습니다. 

 

윤석열 탄핵세력과 탄핵 저지세력의 대결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12~14일 윤 대통령 탄핵에 대한 공감도를 조사했는데 ‘공감한다’라는 응답이 62.6%, ‘공감하지 않는다’라는 응답이 35.1%로 나타났습니다. 탄핵 여론이 두 배 가까이 높은 가운데 대통령 지지율도 20% 초반의 극도로 낮은 상황입니다. 민심은 누가 봐도 탄핵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는 윤 대통령 탄핵세력과 탄핵 저지세력의 대결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거 결과 탄핵세력이 기본적인 우세를 차지하고 있으며 탄핵 저지세력은 위축, 축소되고 소수임이 확인되었습니다.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를 봅시다. 

 

이곳은 원래 민주당, 국힘당, 조국혁신당의 3파전이었고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로 국힘당이 1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2, 3위였지만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더하면 국힘당을 이기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그러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단일화하였고 이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에브리리서치 조사에서는 민주당 45.8%, 국힘당 42.3%로 나왔고 여론조사꽃 조사에서는 민주당 40.9%, 국힘당 37.7%로 나왔습니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민주당이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투표 결과를 보니 국힘당 후보가 61.03%로 민주당 후보의 38.96%를 큰 차로 앞섰습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힘당 후보가 62.03%, 민주당 후보가 37.96%를 득표했으니 이번에도 당시와 거의 비슷하게 나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결과가 투표로 반영되지 않은 것입니다. 여론조사를 10월 9일까지 하였으므로 10월 9일 이후 마지막 일주일 동안 어떤 변수 때문에 국힘당 지지층이 결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전에는 탄핵 저지세력이 위축되어서 여론조사 응답률이 낮았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른바 ‘샤이 지지층’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살펴보면 한동훈 국힘당 대표가 김건희 씨를 계속 공격한 일이 있었습니다. 이번 재·보궐선거 기간 있었던 특이한 일은 선거보다 김건희-명태균 사건이 언론에 훨씬 많이 등장했다는 것입니다. 김건희를 향한 국민의 분노가 치솟고 이게 정부·여당으로 옮겨붙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이를 차단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한 대표는 12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와 걱정을 불식시키기 위한 대통령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하였고 14일에는 “(김건희는) 공적 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니지 않느냐”라며 “(김건희) 라인은 존재하면 안 된다”라고 하였습니다. 투표 전날인 15일에도 김건희-명태균 카카오톡 대화에 관한 질문에 “국민의 걱정과 불안이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조중동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며 강한 논조의 사설로 김건희를 공격했습니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한 대표도 그렇고 조중동 논조도 그렇고 김건희가 문제라고는 하면서도 윤 대통령을 공격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윤석열·김건희 모두 문제라는 식으로 공격했으면 보수세력 내에서는 한 대표를 배신자로 보고 공격하거나 아니면 윤건희도 문제고 한 대표도 싫다는 식으로 국힘당 지지를 철회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김건희가 자제해야 윤 대통령이 산다는 논리를 펴니 탄핵 저지세력이 총궐기해 ‘탄핵을 막기 위해 단결하자’고 할 명분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기존의 국힘당 지지자들이 결집해 국힘당 후보를 찍은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 교육감선거 결과도 보면 강남 3구로 꼽히는 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의 조전혁 후보 득표율이 각각 66.30%, 64.06%, 53.58%로 서울 전체 득표율 45.93%보다 월등히 높게 나왔습니다. 전통적인 국힘당 지지층이 결집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탄핵 저지세력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대표의 김건희 공격에 관해 좀 더 생각해 봅시다. 

 

분노한 국민의 손에 끌려 내려갈 위기에 놓인 적폐세력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습니다. 

 

첫째는 6.29선언처럼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전두환에서 노태우로 권력을 넘기듯 윤 대통령에서 한 대표로 자연스레 권력을 넘기는 길입니다. 

 

둘째는 박근혜가 탄핵당하고 문재인으로 권력이 넘어간 것처럼 결국 윤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정권교체가 되는 길입니다. 

 

당연히 적폐세력은 두 번째 길을 피하고 싶을 것입니다. 첫 번째 길을 가자면 윤 대통령 탄핵을 막으면서 동시에 한 대표를 띄워야 합니다. 이번에 한 것처럼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도 탄핵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차단하는 것입니다. 

 

이런 전술을 쓰는 걸 보면 아직 적폐세력, 탄핵 저지세력이 완전히 무너진 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작년 10월 11일 치른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와 비교해 봅시다. 당시 윤 대통령은 보궐선거의 원인이 된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을 특별사면해 준 다음 온갖 논란 속에 재출마를 강행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윤 대통령의 수족이었던 김기현 당대표를 비롯한 친윤석열 세력이 결집해 국민 여론을 무시하고 무식하게 밀어붙였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56.52% 대 39.37%로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했습니다. 아마도 국힘당은 이때 교훈을 얻고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탄핵 저지세력이 줄어들었다

 

탄핵 저지세력이 무너지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건재한 것도 아닙니다. 확실히 축소, 위축되었습니다. 이는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제일 중요한 선거가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였습니다. 다른 선거는 구청장, 군수 선거로 아무래도 중요도가 떨어지고 전국 판세에 미치는 영향도 한정적인 데 반해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는 서울시 유권자 전체가 참여하는 선거로 서울 민심을 확인할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언론에서는 다른 선거에 비해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 결과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습니다. 노출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만약 정근식 후보가 아닌 조전혁 후보가 당선됐다면 반응이 달랐을 것입니다. 서울 시민이 보수 성향 후보를 선택했다고 대서특필하며 언론을 다 뒤덮었을 것입니다. 

 

사실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는 시작부터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조희연 전 교육감 재판 최종 선고가 8월 29일 있었습니다. 만약 하루만 더 늦게 선고를 했어도 보궐선거가 내년으로 넘어갔을 것입니다. 대법원이 의도를 가지고 재판 날짜를 서둘러 잡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즉, 이번 서울시 교육감 보궐선거는 탄핵 저지세력이 판을 짜고 준비한 선거라는 것입니다. 서울에서 진행하는 선거에서 탄핵 저지세력이 이겨 윤석열 정권의 위기를 뒤집으려는 구상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탄핵 저지세력은 3가지 이유로 선거에서 이길 것으로 예상한 듯합니다. 

 

첫째는 진보 성향인 조희연 전 교육감의 유죄 판결로 보궐선거를 하므로 보수 성향 조전혁 후보에게 유리하다고 봤을 것입니다. 

 

둘째는 보수 성향 후보가 단일화하면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봤을 것입니다. 2022년 선거에서 패배한 게 보수 성향 후보가 난립했지만 진보 성향 후보는 사실상 단일화가 되었기 때문이라서 그 반대로만 하면 이길 수 있을 것으로 봤을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선거에 들어가니 진보 성향 후보들은 단일화에 성공했는데 보수 성향 후보는 끝내 단일화에 실패해 두 명의 후보가 남았습니다. 그래도 조중동은 조전혁 후보로 단일화가 된 것처럼 조 후보만 밀어줬습니다. 

 

셋째는 서울에 다른 재·보궐선거가 없이 교육감만 뽑기 때문에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고 그러면 조직표가 중요하기 때문에 탄핵 저지세력에 유리할 것으로 여겼을 것입니다. 

 

이처럼 탄핵 저지세력에 충분히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선거 결과는 진보 성향 정근식 후보의 승리였습니다. 2022년 선거 때는 보수 성향 후보의 득표율 합이 58.56%, 진보 성향 후보의 득표율 합이 41.40%였는데 이번에는 보수 성향 후보의 득표율 합이 49.74%, 정 후보 득표율이 50.24%로 나타났습니다. 탄핵 저지세력이 10% 줄고 탄핵세력이 10% 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반명세력이 재·보궐선거를 보는 관점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뜻밖에 주목을 받은 지역은 전남 영광군이었습니다. 이곳은 어차피 국힘당이 출마도 하지 않은 지역이었지만 조국혁신당이 역량을 총집중하는 바람에 갑자기 민주당 대 조국혁신당의 대결장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진보당도 당력을 집중해 3파전이 되었고 여론조사 결과도 막상막하로 나와 관심을 끌었습니다. 

 

당이 선거 승리를 위해 힘을 집중하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영광군수 보궐선거에 조국혁신당이 총집중한 건 단순히 군수 한 명 배출해 보자는 취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지나쳤습니다. 심지어 조국 대표는 한 달간 영광군에서 월세살이까지 하면서 힘을 쏟았습니다. 조국혁신당 의원들이 선거운동에 전념하는 바람에 9월 19일 진행된 김건희·채해병 특검법 표결에 불참해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정치인이 국민의 염원인 윤 대통령 탄핵을 앞세우지 않고 자기 당의 이익을 앞세운 건 구태정치의 모습입니다. 

 

조국혁신당은 영광군수 보궐선거에 어떤 의의를 두었기에 이렇게 사활을 걸고 매달렸을까요?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는 18일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호남지역의 정치 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온 의미 있는 선거였다”라고 평가하면서 “이재명 대표가 그렇게 영광에 많이 간 거에 비하면 득표가 50%를 안 넘었다. 그러니까 민주당을 선택 안 한 사람이 약 60%에 육박한다”,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과 관계없이 이제 조국혁신당의 등장으로 호남 정치에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이렇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즉, 조국혁신당은 이번 영광군수 보궐선거의 목표를 호남에서 이재명 대표를 약화하고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것으로 두고 있었던 것입니다. 국민이 바라는 윤 대통령 탄핵을 누가 더 잘할 수 있는지 적임자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민주당 내 반명세력도 비슷한 태도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김부겸 전 국무총리는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를 두고 “(민주당이) 부족했다”, “윤석열 정권의 참담한 실정에도 불구하고 부산시민들께 믿음을 드리지 못했다”라고 평가하며 “우리 민주당, 더 겸손해지겠다”, “국회 다수당에게 정쟁보다는 국민의 삶이 우선이어야 한다”, “우리 민주당이 가야 할 길을 가겠다”라고 했습니다. 전부터 이 대표를 향해 반윤석열 공격 수위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며 발목을 잡아 왔던 걸 생각하면 결국 ‘이 대표가 특검법과 김건희 국감 등을 밀어붙이는 바람에 부산 여론이 돌아선 것’이라는 소리입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정부·여당 공격을 자제해야 한다는 거니 전형적인 ‘수박’ 논리이고 이번 선거 결과를 이 대표 공격에 활용할 생각만 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입니다. 

 

이런 목표를 두고 있었으니 영광군수 보궐선거는 반이재명 세력이 결집하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지난 10월 4일 문재인 전 대통령이 경기도청을 방문해 김동연 도지사를 만난 게 반명세력이 결집하여 영광군수 보궐선거에 총집중하라는 신호탄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일들은 모두 11월에 예정된 이재명 대표 재판을 바라보고 일어난 것들입니다. 이 대표 재판은 명백한 정치 탄압이며 정치재판입니다. 따라서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호남이 이 대표를 버렸다는 그림을 그려주면 재판부도 부담을 적게 받으며 이 대표에 유죄 판결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걸 노리고 반명세력이 움직인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히 해야 할 게 있습니다. 

 

반명세력 결집을 문제 삼는 게 이재명 대표 개인을 지지하자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금 국민은 윤 대통령 탄핵과 적폐세력 척결을 바랍니다. 그리고 이걸 이 대표를 내세워 실현하려고 합니다. 그런 국민의 뜻을 따르자는 것이지 이 대표 개인을 지지하자는 게 아닙니다. 반명세력의 문제도 이 대표와 경쟁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자기 권력과 기득권을 앞세우기 때문에 문제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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