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졸지에 북한군 우크라이나 파병설이 우크라이나와 한국에서 먼저 나돌더니 급기야는 전 세계를 거세게 요동치게 하고 있다. 파병된 북한군 영상이라는 것이 언론 매체들을 도배질하고 연일 대서특필을 해대고 있다. 하지만 뉴스 출처가 불분명하고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치적 최대 위기에 직면한 공동 운명의 윤석열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가 당면한 위기 탈출을 위해 북한군의 러시아 내에서 활동을 두고 우크라이나 전선에 투입된다고 과장, 확대한 공범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다.
최초 파병 발설자는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
10월 4일 우크라이나 언론이 우크라이나의 미사일 공격으로 사망한 군인 20여 명 중 북한군 장교가 6명 포함됐다고 보도했다. 뒤이어 러-우 경계지역에 배치된 북한군 중 18명이 배가 고파 탈영했으나 러시아군에 의해 체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10월 17일 젤렌스키가 북한군 12,000명(4개 여단)이 12월 중 우크라이나에 파병된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북한군 2,000여 명은 이미 극동지역의 여러 러시아군 기지에 배치돼 적응훈련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은 북한군이 10월 23일 러시아 남서부에 있는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된다고 발표했다. 쿠르스크는 약 3만 명 이상의 우크라이나군 최정예 부대가 지난 8월 러-우 국경을 넘어 침략해 3개월 넘도록 러시아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곳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지연작전과 소모전에 걸려들어 거의 와해해 지금은 ‘독 안에 든 쥐’ 신세가 된 상태이다. 러시아를 침략한 수만 명의 우크라이나 정예부대 중 수천 명이 살아남아 최후 발악을 하고 있다. 쿠르스크 전선에 북한군이 투입돼 최후 승리를 장식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반응
뒤질세라 서울의 언론 매체들은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의 발표를 대대적으로 전파하고 있다. 마치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 10월 18일 윤석열은 긴급 안보 회의를 소집해 대응책으로 국제 사회와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과 한국군 파병까지 논의했다고 한다. 왜 남의 일에 끼어들어 야단법석인지 알 길이 없다. “사즉생 생즉사”를 외치며 젤렌스키와 같이 러시아를 무찌르겠다고 한 약속을 윤석열이 드디어 이행, 완수하겠다는 것은 아닐까?
사흘 전에도 우크라이나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군 파병을 알렸던 국정원이 국회 정보 비공개회의(10/23)에 출석해 이미 젤렌스키가 언급한 내용을 되풀이했다. 세상에 다 공개된 사실을 비공개로 알리는 게 좀 이상하다. 위기의식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보인다. 대한민국 외교부는 지난 10월 27일 게오르기 지노비예프 러시아 대사를 불러 북한군 파병에 대해 강력히 항의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주한 러시아대사관은 SNS를 통해 “러-북 간 협력은 국제법 틀 안에서 이뤄지며 한국 안보 이익에 반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폴란드, 체코 정보당국과 대응책을 협의했다고 한다. 또, 정부는 군부와 정보 고위 관리를 나토와 유럽연합에 파견해 파병에 관해 설명하고 대응책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한다. 나토와 유럽연합이 한국 살상무기 지원과 한국군 파병을 요청하는 형식으로 대화가 진척될 것이라는 게 재야의 공통된 견해다. 한국은 모든 외교적 수단을 총동원해 북한군 파병 문제를 국제적 논쟁거리로 만드는 동시에 살상무기 지원과 국군 파병을 나토와 유럽연합이 요구하도록 할 것이다.
북러의 반응
북러는 우크라이나와 한국의 요란한 파병 소동에도 비교적 차분하게 지켜보며 “국제적 규범 틀 안에서의 협력”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10월 21일 유엔 제1소위원회에서 첫 북러 반응이 나왔다. 바실리 네벤쟈 러시아 유엔대사는 파병설은 서방이 내놓은 “부기멘”이라고 하면서 “터무니없다”라고 부인했다. 북한 유엔대표부는 “북러 간 합법적, 우호적 협력 관계를 훼손하려는 근거 없는 소문”이라면서 언급할 가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황준국 한국 유엔대사는 “즉각 북러군사협력을 중단하라”라고 촉구했다.
중국 외교부는 아는 바 없다고 침묵을 지키고 유엔은 북한군 파병에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 종료 직후 기자회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처음으로 북한군 파병에 대해 언급했다. 러 하원에서 ‘북러조약’이 비준됐다고 하면서 이 조약에는 ‘상호 군사원조’ 관련 조항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이 조항에 따라 “우리가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답했다. 파병 시인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북한군 파병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라 러시아라는 걸 시인한 걸로 풀이돼야 맞을 것 같다.
10월 23일 이탈리아를 방문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장관이 처음으로 “북한군은 이미 러시아에 와 있다”라고 언급했다. 미국과 나토는 뒤늦게 파병을 확인하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 대선 후보들은 아직 말이 없다. 다만 일전에 트럼프가 “북한의 핵능력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고 이달 초에는 “핵 가진 사람과 잘 지내는 게 좋다”라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북미관계도 개선할 의지가 있다는 걸 피력한 것 같다.
북한군 파병설로 누가 재미를 보나?
지난 10월 4일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이 최초로 북한군 파병을 발표하고 곧이어 젤렌스키가 파병설을, 세계를 향해 공개하고 나섰다. 한국 언론들이 이를 대서특필하고 한국 전체가 발칵 뒤집어졌다. 무인기 침투 사건과 명태균 폭로 사건을 비롯해 모든 현안이 그만 여기에 묻혀버렸다. 10월 23일 국회 비공개회의에서 국정원은 젤렌스키가 한 말을 그대로 되풀이 보고했다. 신기하게도 북한군 파병에 관해 항상 우크라이나가 먼저 운을 떼고 곧이어 남한 언론이 이를 받아 쓴다. 정확하게 말해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우크라이나발 소식 중에는 아직 북한군이 극동에 있다고 하면서 이미 전선에 투입된 북한군 사상자와 포로가 생겼고 심지어 배고파 탈영한 도주병들이 러시아군에 의해 붙잡혔다는 것도 있다. 북한군 영상이라는 것도 식별하기 어려운 것들이고 러시아와 북한 국기가 어느 외딴 탄광촌 앞에 세워진 것도 납득이 가질 않는다. 앞뒤가 맞질 않는다. 나토군 참전을 이끌어 확전하기 위해 젤렌스키는 쿠르스크 러시아 본토까지 침략했다. 미사일 사거리 제한 해제에 실패했고 ‘승리계획’(Victory Plan)도 거부됐다.
매번 확전에 실패한 젤렌스키는 북한군 참전이 확전을 위한 절호의 최후 기회라 믿고 있다. 북한군 파병에 맞춰 나토도 직접 참전하고 돈과 무기 지원을 더 조속히 해야 한다고 연일 목청을 높이고 있다. 한편, 윤석열도 북한의 도발 유인을 위해 대형 풍선 삐라 살포→확성기 방송→무인기 침투 순으로 도발을 유도했으나 끝내 실패하고 말았다. 일란성 쌍둥이라 불리는 윤석열과 젤렌스키는 현재로선 북한군 파병 카드를 뽑아 드는 길 외에 다른 뾰족한 방도가 없다.
이 둘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자기들이 지옥으로 떨어질 것을 알고 극심한 두려움과 공포로 밤잠을 설치고 있을 것이다. 미국 대선이 한 주일밖에 남지 않아 시간에 쫓기고 너무 조급해 증거도 없이 북한군 우크라이나 전선 투입설을 과장, 확대해 퍼뜨리고 있다. 한국의 살상무기 지원과 한국군 파병이 절대로 필요하고 불가피하다는 것을 선전 선동하는 데 혼신을 다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북한군 포로를 국정원이 심문한다는 주장에 대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제정신인가”라고 말했다. 정말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이런 소리를….
맺는말
정보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탁월하다는 미국 정보당국을 제치고 우크라이나군 정보당국이 북한군의 파병 정보를 흘리고 이를 받아 한국 정권이 복창하고 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꼴이 무슨 수상한 공모라도 하는 것만 같아 입맛이 쓰다. 또 하나 이상한 것은 국방부가 아니라 국정원이 이번 북한군 파병 소동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 대선을 의식해선지 과거와 달리 이번 파병 소동에 미국과 나토가 의외로 차분하다. 윤석열 정권과 같이 나팔을 불어 대고 굿판을 벌이지 않는 게 이상하다는 말이다.
푸틴은 러시아 본토를 향해 나토가 제공한 미사일 타격이 강행되면 러시아는 이를 선전포고로 간주해 러-나토 간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나토의 강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바이든이 지난 9월 러시아 본토 타격 미사일 제한 해제를 거부했지만 푸틴은 미국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의 사거리 제한 해제 거부 배경에는 러-나토 전면전에 북한의 자동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북한과 러시아의 신조약에 따라 참전하는 북한군의 1차 임무는 주한미군 28,500명이 주둔하는 평택 미군기지 타격일 것이다.
바이든의 사거리 제한 해제 거부 배경에는 핵미사일을 보유한 군사강국인 북한의 위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푸틴은 믿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봐서 이번 북한군 파병은 푸틴이 미국의 사거리 제한 해제 거부 조치를 믿을 수 없다는 말과 절대로 무관치 않다고 보인다. 해리스의 대선 승리를 가상한 사전 대비책이라고 봐야 한다는 말이다.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우크라이나 전쟁이 조기에 종식될 것이고 북한군 파병설도 바람과 같이 사라질 것이라는 걸 푸틴이 모를 리 없다.
설령 북한군이 쿠르스크 전투에 배치된다 해도 이것은 국제법 틀 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누구도 시비할 명분이 없다. 러-우 전쟁은 러시아가 99% 이긴 전쟁인데, 굳이 북한군을 투입한다는 소리는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취임 이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장담하는 트럼프의 당선이 굳어지는 판국에 말이다. 트럼프와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가 잡지 ‘더 힐(The Hill)’에 실은 공동 기고문은 이들이 얼마나 반전 평화 실현 의지가 강한가를 짐작게 한다. 윤석열과 젤렌스키 두 사람은 이걸 알고 있기에 지금 발광하고 있는 것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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