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현지 시각) 사회적, 인도적, 문화적 문제를 다루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결의안 ‘나치주의, 신나치주의를 찬양하고 현대적 형태의 인종주의, 인종차별, 외국인 혐오와 편협을 조장하는 온갖 현상들과의 투쟁’(나치주의 미화 방지 결의안)이 채택됐다.
이와 같은 결의안은 위원회 투표를 거친 후 통상 12월에 진행하는 유엔총회 투표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사실 ‘나치주의 미화 방지 결의안’은 2000년 무렵부터 러시아 주도로 상정되어 매년 유엔총회에서 채택되는 결의안이다.
이번 결의안은 러시아, 북한, 중국, 시리아, 쿠바, 베네수엘라, 볼리비아, 부르키나파소, 에티오피아, 알제리,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라오스, 말리, 니카라과, 파키스탄, 세르비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수단, 시리아, 타지키스탄, 토고, 우간다, 우즈베키스탄 등 40개 나라가 공동 발의했다.
결의안은 나치주의 미화 및 선전과 관련된 사건을 강력히 규탄하고 역사적 진실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환영하며 반인도적 범죄를 규탄했다.
또 제2차 세계대전의 역사와 결과를 수정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를 권고하는 조항이 들어있다.
그리고 “인종, 국적, 종교 또는 신념에 근거한 인종주의, 차별, 증오 및 폭력을 조장하는 교육 자료와 수사를 교육 과정에서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했다.
그리고리 루키안체프 러시아 외무부 다자간 인권협력국장은 “곧 우리는 스스로를 ‘유엔’이라고 상징적으로 불렀던 반히틀러 연합의 회원국들이 나치주의에 승리한 위대한 승리의 80주년을 기념하게 될 것”이라며 결의안 취지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유엔이 만들어진 목적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치주의에 대한 승리는 뉘른베르크 재판소의 판결에 의해 법적으로 공식화되었다. 뉘른베르크 재판소의 판결은 현대의 역사 왜곡론자들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수정할 수 없는 불변의 사실”이라고 짚었다.
루키안체프 인권협력국장은 “나치 독일에서처럼 인종의 순수성과 ‘이질적인 요소’의 제거를 주장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점점 더 빈번해지고 있다. 이슬람 공포증, 기독교 공포증, 아프리카 공포증, 라틴아메리카 공포증, 중국 공포증, 러시아 공포증, 반유대주의가 일상화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또 “유럽의 도시 거리에서는 신나치주의자들과 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의 횃불 집회와 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나치에 협력하여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을 국가적 영웅이자 민족 해방 운동의 참여자로 내세우려 하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나치주의에 맞서 싸우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을 기리는 기념비를 파괴하는 것이 국가 정책이자 국가 이념이 되었고, 나치주의에 대한 승리와 관련된 상징은 법으로 금지되었다”라고 설명했다.
루키안체프 인권협력국장은 “우리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 철폐에 관한 국제협약 제4조의 요건을 엄격히 준수하여 이러한 표현을 입법적으로 금지할 것을 각국에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결의안을 채택하는 것은 인류와 인도주의의 승리를 위해, 지구상의 평화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은 분들에 대한 우리의 의무다”라며 “반히틀러 연합국 국민들의 영웅적인 행동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이 자리에 여러분과 함께 앉아 있지 못했을 것이며, 인권 문제에 대해 논의하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나치주의 미화 방지 결의안’은 말 그대로 입법과 같은 적절한 수단을 통해 나치주의, 인종주의 등을 철저히 배격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을 시작한 2022년부터 서방과 동맹국들은 ‘러시아가 신나치주의 척결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면서 ‘나치주의 미화 방지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고 신나치주의자들을 비호해 주었다.
2022년 위원회 표결 결과 찬성 105표, 반대 52표, 기권 15표였다. 2023년에는 찬성 112표, 반대 50표, 기권 14표였다.
올해는 찬성 116표, 반대 54표, 기권 11표였다.
여기서 특징적인 것은 2022년과 2023년 기권했던 한국이 올해 돌연 반대한 것이다.
이는 윤석열 정부가 그간 ‘북러 무기 거래설’,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 등을 제기하며 친미·친일·친우크라이나 성향을 보여온 것과 관련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아무리 러시아를 규탄한다고 한들 이번 반대표로 나치주의를 미화하는 데 동조했다는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한국 언론 등에서 해당 내용을 보도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이번 결의안 채택을 반대한 나라들은 다음과 같다.
북아메리카 : 미국, 캐나다 (2개국) 아시아 : 한국, 일본 (2개국) 오세아니아 : 호주, 뉴질랜드, 키리바시, 마셜 군도, 미크로네시아 연방, 팔라우, 통가, 피지 (8개국) 동아프리카 : 말라위 (1개국) 유럽 : 영국, 독일, 우크라이나, 프랑스, 벨기에, 불가리아, 헝가리, 그리스, 덴마크,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스페인, 이탈리아, 키프로스,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룩셈부르크, 몰타, 네덜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포르투갈,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핀란드, 크로아티아, 체코, 스웨덴, 에스토니아, 안도라, 산마리노, 북마케도니아, 몰도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리히텐슈타인, 몬테네그로, 모나코, 오스트리아, 조지아, 알바니아 (41개국)
결의안 채택에 앞서 우크라이나, 영국, 호주, 일본, 알바니아, 마셜 군도, 뉴질랜드, 북마케도니아, 노르웨이, 북아일랜드 등은 “러시아가 신나치주의를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토적 침략을 정당화하려 했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갖고 지적하며, 영토적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신나치주의를 구실로 사용하는 것은 신나치주의에 맞서려는 진정한 노력을 심각하게 훼손한다”라는 문구를 넣을 것을 제기했다.
이는 찬성 66표, 반대 43표, 기권 51표로 받아들여졌다.
그렇게 문구가 들어가게 됐음에도 서방과 한국, 일본 등은 나치주의 미화 방지 결의안에 반대한 것이다.
결국 서방과 동맹국들은 나치주의, 인종주의 등을 미화하면서까지 러시아를 악마화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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