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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해 위기에 몰린 한국군...그 원인은?

이인선 기자 | 기사입력 2024/11/21 [08:30]

와해 위기에 몰린 한국군...그 원인은?

이인선 기자 | 입력 : 2024/11/21 [08:30]

간부 지원 감소와 전역 인원 증가

 

  © 대통령실

 

최근 전쟁이 나도 싸울 군인이 없을 정도로 안보 위기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9월 30일 황희 민주당 의원이 육군·해군·공군·해병대 등 각 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4년간 장교 및 부사관의 정원 대비 선발 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는 간부 획득률이 큰 폭으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육군 장교의 선발 비율은 정원의 88.6%로 550명이 부족했고, 부사관 선발 비율은 45.8%로 4,790명이 충원되지 못했다. 이는 2022년 장교 선발 비율(98.3%), 부사관 선발 비율(77.2%)과 비교했을 때 큰 폭으로 감소한 수치다.

 

다른 군 역시 마찬가지였다. 해군은 장교와 부사관의 선발 비율이 각각 91.2%, 86.4%에서 87.7%(70명 부족), 62.4%(1,020명 부족)로 감소했다. 공군은 각각 86.8%(168명 부족)와 88.9%(203명 부족)를 기록했다. 해병대의 경우 부사관 선발 비율이 138.7%에서 85.4%(102명 부족)로 급락했다.

 

▲ 2019~2023년 선발 정원 대비 선발 비율.  © 황희 의원실

 

반면, 전역 인원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7,762명의 중·장기 복무 군인이 전역했다. 2021년에는 6,785명이 전역했지만 지난해에는 9,481명으로 크게 늘었다. 

 

특히 장기 복무 간부의 희망 전역 수는 2019년 2,577명에서 2021년 2,297명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22년에는 2,948명, 2023년에는 3,764명으로 급증했다. 이와 관련해 군 간부에 대한 직업적 선호도와 만족도가 떨어지고, 근무 여건과 경제적 유인이 부족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5년간 ROTC(학군사관) 운영 대학 중 ▲2019년 11개(10%) ▲2020년 3개(2%) ▲2021년 11개(10%) ▲2022년 60개(55%) ▲2023년 81개(75%) 대학이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경쟁률도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2019년 3.2 대 1이던 ROTC 경쟁률은 점점 줄어들더니 2023년 1.8 대 1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졌다.

 

사관학교 퇴교자도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최근 5년간 각 군 사관학교(육군·해군·공군·3사관) 퇴교자는 ▲2020년 90명 ▲2021년 84명 ▲2022년 141명 ▲2023년 174명 ▲2024년 100명이다.

 

황희 의원은 “대한민국 국군의 핵심 전력인 장교와 부사관의 획득률이 저조하고 희망 전역하는 간부가 증가하는 것은 국방부의 인사 정책과 복지 체계 설계 실패 그리고 관심 부족에서 기인한다”라고 진단하며 “이대로 가다간 자연적 인구 감소에 더해 우리 군이 무너질 수도 있다”라고 엄중한 사태임을 경고했다.

 

강원도 소재 기계화보병사단에서 13년간 복무했던 김 모 예비역 육군 상사는 지난 5월 희망 전역을 한 후 노컷뉴스와 인터뷰를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여러 실망스러운 일을 겪으며 ‘이게 군대가 맞나’ 하고 마음이 떠났고, 부실 급식 문제가 터졌을 때 마음이 또 한 번 떠났고, 병장 월급 200만 원 얘기 나올 때도 군대에서 (우리들의) 사기를 아예 관리를 안 해준다고 느꼈다”라고 토로했다.

 

또 “전역한 용사(병사)들이 가끔 연락한다. 전역해서 알바(아르바이트) 하는 애들이 250~300(만 원) 받는다고 한다. (사회로) 나가서 알바 해도 이 정도 번다고 하니까 장기 (복무) 지원을 할 이유가 없고 (의욕이 떨어지게 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군 내 반응과 관련해 “상황을 뻔히 아니까 말리지 못한다. 주임원사부터 시작해 내 첫 부서장께 연락을 했다. 10년 고참인데 ‘저 전역합니다’ 했더니 ‘나도 전역할게’ 하고 나서 딱 20년 채우고 전역하셨다. 그리고 내가 병사일 때 부서장님도 ‘저 전역합니다’ 했더니 ‘나 이미 전역했어’라고 하더라”라고 밝혔다.

 

▲ 2020~2024년 사관학교 자진 퇴교자 현황.  © 허영 의원실

 

▲ 2019~2023년 학군사관(ROTC) 대학 정원 미달과 경쟁률 현황.  © 허영 의원실

 

전차, 장갑차, 자주포 조종할 군인 부족

 

김 모 예비역 육군 상사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후 상황과 관련해 “훈련을 하기는 한다. 근데 이제는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이유가 일단 사람이 없다. 우리 사단은 기계화부대니까 전차와 장갑차가 있는데 보직률이 60%, 70%도 안 되는 부대가 있다. 전차 10대 중 3대, 4대가 못 움직이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중대 간부들이 와서 사격을 같이 하고, 그러면 다음 중대에서 사격할 때는 그 간부들이 역할만 바꾸는 거다. 내가 포수인데 다른 중대 훈련할 때는 가서 조종수 임무 해주는 식이다. 보병은 하차 전투(보병 산개)를 해야 하는데 하차 전투를 포기하고 탑승해서 포를 쏘거나 보병 간부가 조종까지도 하고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K-9 자주포를 포함한 육군 자주포 전력 10대 중 3대는 조종수가 없어 유사시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용원 국힘당 의원이 10월 10일 육군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육군 자주포 조종수 보직률은 2022년까지 80%대였다가 2023년 72.2%로 급감했고, 2024년(6월 30일 기준)에도 72.9%에 그쳤다.

 

육군 내 전차(92.7%), 장갑차(93.2%) 보직률도 부족한데 자주포 보직률은 더 낮은 상황이다.

 

군 관사 미배정과 이사 비용

 

유용원 의원이 10월 17일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육군 간부 중 군 관사를 배정받지 못한 인원은 2,800여 명이다.

 

소령 이상 간부들이 10월부터 보직 이동을 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연말에 수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관사에 입주하지 못한 간부들은 대부분 독신자 숙소, 부대 회관 등 임시 거주 시설에 머문다. 가족들은 이전 근무 부대의 관사에 남아 별거 형태로 주거할 수밖에 없다.

 

특히 관사 미배정이 심각한 지역은 강원도다. 육군 제2군단에서 관리 중인 화천군 소재 군 관사 데시앙 아파트(321세대)의 경우 매월 평균 135명의 입주 대기자가 발생하고 있다.

 

초급 군무원들 역시 일을 쉬거나 그만두고 있다. 군 관사에 배정받지 못해 민간주택에 거주하다 보니 주거 비용이 과도하게 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군무원 중 군 주거시설에 입주한 인원은 약 18.7%에 불과하다.

 

육군 내 7급 이하 군무원의 면직 인원은 2019년 113명에서 2023년 442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육군 전방 부대에 보직된 총 3,514명의 신규 임용 군무원 가운데 휴직은 648명, 면직은 896명으로 44%에 달했다.

 

이사비 문제도 크다. 군인에게는 ‘군 수송운임지시’에 따라 이사 거리를 따져보고 구간별 이사비가 지급돼야 하지만 현실성이 부족하다.

 

충남 계룡시 신도안면에서 철원 동송읍으로 약 260킬로미터의 거리를 이사할 경우, 사다리차 비용을 포함 평균 330만 원의 이사 비용이 생긴다. 하지만 군 간부에게 지급되는 돈은 222만 원뿐이고 108만 원은 개인 부담이다.

 

유용원 의원은 “복무 5년 차 이상 군 간부에게만 한정적으로 이사 비용이 지급되고, 사다리차 비용은 간부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점 등은 이사 대상 전원에게 이사비 전액을 지급하고 있는 공무원 여비 규정과 차별 요소가 많아 제도의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라고 평가했다.

 

국방부는 이와 관련해 간부 처우 개선과 보수 인상 등 대응책을 내놓고 있으나, 초급 간부들의 불만은 여전히 높다. 심지어 조기 전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까지 제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당장 혹한기를 앞둔 상당수 훈련병들이 방상내피를 지급받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육군군수사령부는 최근 방한복 상의 내피(방상내피, 속칭 깔깔이) 납품 업체들에 잇따라 공문을 보내 “2023년 계약 해지 및 2024년 계약 지연으로 방상내피 재고가 부족해 용사 초도보급 미지급이 발생하고 있다”라며 조기 납품을 촉구했다. 공문에는 재고를 고려할 때 11~12월 미지급자가 다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도 담겼다.

 

허위 병역 기피와 타국 군대 이직

 

이러한 군 내 어려움 때문인지 병역 기피, 군 간부들의 타국 군대 이직 등이 늘어나고 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0년~2024년 전시근로역 편입 현황」에 따르면, 수형으로 인한 전시근로자는 올해 9월 말 기준 1,707명이었다.

 

전시근로역은 평시에는 징병되지 않다가 전시에만 소집돼 군사 지원 업무에 투입되는 인원들을 말한다. 즉 사실상 군 면제나 다름없다.

 

해당 수치는 2020년 1,279명, 2021년 1,119명, 2022년 1,154명, 2023년 1,350명이었던 것과 비교해 크게 늘었다.

 

허위로 정신 질환 진단을 받아 병역을 기피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정신 질환 위장(16명), 고의 체중조절(11명), 학력 속임(2명) 사례를 적발했다. 또 지난해 3월에는 뇌전증 질환을 악용해 병역 면탈을 시도한 병역의무자(108명)와 공범(20명), 브로커(2명) 등 130명을 적발했다.

 

병무청은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정신 질환을 앓고 있다고 가짜 진단서를 받아 병역을 면제받으려 한 혐의로 20명을 적발했다고 11월 4일 밝혔다.

 

병무청은 관련해 “대부분 우울증, 불안장애 등이었다”라고 설명했다.

 

병무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정신 질환을 이유로 병역을 기피하다 적발된 사례는 115건에 달한다. 이는 2020년 26건, 2021년 29건, 2022년 24건, 2023년 16건, 올해 9월까지 20건을 합한 수치다.

 

▲ 병무청 특별사법경찰이 2012년부터 적발해온 병역면탈 범죄.  © 병무청

 

한편, 현재 병력이 부족한 호주는 시민권을 주는 조건으로 외국군 간부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한국 내에서 불확실한 미래와 열악한 처우에 고민하던 군 간부들이 더 좋은 조건이 있는 호주로 떠나고 있다.

 

2022년 10월 14일 현지 군사 잡지에 등장한 허 모 대위는 호주 왕립 연대 제3대대에서 복무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그는 한국 육군 소령으로 전역했으며 레바논 평화유지군, 한미연합사 등에서 20년 가까이 복무했다고 밝혔다.

 

그는 호주군으로 이직하게 된 계기가 최전방 근무 당시의 업무 환경이었다며 “많은 업무량과 기본적인 생필품 공급도 제한적인 전방에서 나와 함께 하기 위해 희생하는 가족들에게 미안함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단계 계급을 낮춰 호주군으로 옮겼지만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이 나아졌다는 게 가장 큰 차이”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MBC는 10월 30일 이와 관련해 “올해도 육군 대대 지휘관급 장교가 전역 후 곧바로 호주군에 입대했다. MBC 취재 결과 최소 4명 이상의 한국군 장교가 호주군으로 옮긴 것으로 파악됐다”라며 “모두 뛰어난 어학 실력과 해외 파병, 연합작전 수행 경험을 보유한 핵심 간부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방한한 호주군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한국군 간부들에게 이직을 권유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덧붙였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의대 정원 문제로 시작된 의료대란 속에서 의사들이 해외로 이직하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군대 무시

 

군 문제가 이렇게까지 심각해진 이유와 관련해 단순히 국방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정부는 그간 전쟁을 조장하면서도 군대를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 국방부를 쫓아내고 국방부 청사를 대통령실로 만들었다. 결국 국방부는 합참 청사로 일부 이전했고, 국방부와 합참이 한 건물에서 함께 지내게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초창기 대통령실 이전 계획에 따르면, 대통령 관저는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이전될 예정이었다.

 

또 윤석열 정부는 지난 2년 반 동안 북한과의 전쟁을 벌이려는 언행으로 북한을 자극했다. 그 결과 한반도 정세는 악화되었고 전쟁 위기는 일촉즉발 그 자체가 되었다.

 

특히 계엄 의혹, 무인기 평양 침투 사건 등에 이어 급기야 ‘북한군 러시아 파병설’까지 퍼뜨리며 러시아를 적대하면서 우크라이나 파병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었다.

 

▲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 군 골프장 출입 정황.  © 국회방송

 

이러한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위기를 관리할 생각도 없이 군 간부들을 내쫓으면서까지 여유롭게 군 골프장에서 골프를 쳤다.

 

추미애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8월 31일부터 11월 9일까지 총 8회 군 골프장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24일 토요일은 공군 한성대 체력단련장, 9월 5일 목요일은 해병대 덕산대 체력단련장, 9월 7일 토요일은 국군복지단 남수원 체력단련장을 이용했다. 10월 12일 토요일, 11월 2일 토요일, 11월 9일 토요일을 비롯한 나머지 5번은 모두 국군복지단 태릉 체력단련장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은 8월 24일 성남 한성대 공군 골프장을 이용했다. 이때는 한미연합훈련인 ‘을지 프리덤 실드’ 훈련 중이었다.

 

9월 7일은 북한이 오물 풍선을 보낸 날이다. 통상 매일 86팀의 예약이 꽉 차는 남수원 체력단련장이 이날은 윤석열 대통령이 온다는 이유로 경호상 72팀만 받았다.

 

10월 11일 밤에 북한이 무인기 평양 침투 사건을 발표했고 오물 풍선 부양 등을 이유로 다음 날 태릉 골프장을 예약한 군 관계자들에게 “현 상황 관련, 장성 및 고위공무원, 국직부대장 주말 간 골프 운동 자제”라는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

 

그런데 안보의 가장 최종적인 책임을 지는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10월 12일 골프를 즐겼다.

 

추미애 의원은 이와 관련해 “안보 위기가 가장 올라가고 장성들에게 골프를 치지 말라는 엄명이 내려갔던 날인데 군 통수권자는 골프장에서 여유 있게 즐긴다면 국민이 국정을 신뢰할 수가 없지 않겠나”라고 비판했다.

 

이로 미뤄 볼 때, 윤석열 정부의 태도가 군 내 불만을 키우는 데 일조한 것으로 분석된다. “즉.강.끝”을 외치며 ‘힘에 의한 평화’를 만들겠다던 윤석열 정부가 오히려 군대를 와해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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