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아시아에 신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를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세르게이 럅코프 러시아 외무부 차관은 25일(현지 시각)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 대담에서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고려하느냐는 질문에 “당연히 우리가 반복해서 경고해 온 잠재적 선택지 중 하나”라면서 “세계 어느 지역이든 군사 기술적 대응을 포함한 러시아의 후속 조치는 미군 움직임에 달려 있다”라고 하였다.
럅코프 차관은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 배치에 관한 국제적 제약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의 발언은 이번에 러시아가 최초로 선보인 중거리 탄도미사일 오레시니크를 연해주 등 러시아 극동지역에 배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러시아의 극동지역 미사일 배치가 갖는 의미는 중거리 미사일에 관한 미러, 미소 대결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INF 조약 체결과 폐기
1987년 12월 8일 미국과 소련은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을 체결했다.
다만 공중 또는 해상 발사 미사일은 가능하다.
이에 따라 두 나라의 지상 발사 중·단거리 미사일이 모두 폐기되었다.
두 나라가 이 조약을 체결한 목적은 유럽에서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1970년대부터 미국과 소련은 유럽에서 중거리 탄도미사일 경쟁을 벌였다.
수백 발의 핵미사일이 소련과 서유럽을 서로 겨냥하면서 핵전쟁 위기가 고조되자 이를 막아야 한다는 압박에 결국 미국과 소련이 서로의 중·단거리 미사일을 모두 폐기하기로 합의하였다.
2000년대 들어 미국은 유일 패권을 달성했다고 판단하고 군사력 증강을 제약하는 조약들을 폐기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게 2002년 폐기한 탄도탄 요격 미사일(ABM) 조약과 2019년 폐기한 중거리핵전력 조약이다.
냉전 해체 후 미국은 러시아보다 중국을 더 견제해야 할 나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중국은 위의 조약들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이 요격 미사일이나 중거리 미사일 영역에서는 불리했다.
결국 2018년 10월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시 대통령이 중거리핵전력 조약을 탈퇴하겠다고 선언했고 실제로 2019년 2월 1일 공식 탈퇴했다.
미국의 조약 탈퇴에 대응해 러시아도 다음날 조약을 탈퇴해 중거리핵전력 조약은 완전히 사라졌다.
미국의 타이폰 필리핀 배치
조약 폐기 후 미국과 러시아는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을 시작했다.
미국은 ‘다크 이글’이라는 장거리 초음속 무기(LRHW) 개발을 시작했는데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미러의 중거리 탄도미사일 개발 경쟁에서 일단 러시아가 앞서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미국은 북한과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한다.
2019년 8월 3일 호주에서 마크 에스퍼 미국 당시 국방부장관이 아시아지역에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전개하겠다고 했으며 지난 4월 3일에도 찰스 플린 미국 육군 태평양사령관이 “중거리 능력을 갖춘 발사 장치가 곧 아시아·태평양지역에 배치된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실제로 4월 11일 미군은 필리핀 북부 루손섬에 중거리 미사일 발사 체계인 ‘타이폰(Typhon)’을 배치했다.
타이폰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요격 미사일 SM-6를 탑재한 차량 이동식 발사대와 지휘통제 차량, 물류 차량 등으로 구성된다.
미군은 미국-필리핀 연합훈련의 일환으로 일시 배치했으며 9월에 철수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9월이 되자 미국은 철수 계획이 없다며 말을 바꿨다.
중국이 이에 강력히 반발한 것은 물론이다.
중국이 9월 25일 44년 만에 태평양으로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게 미국의 타이폰 배치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번에 러시아가 아시아에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역시 미국의 타이폰 필리핀 배치에 대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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