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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약자지원법 반대한 노동계, 왜?

이영석 기자 | 기사입력 2024/11/28 [09:28]

노동약자지원법 반대한 노동계, 왜?

이영석 기자 | 입력 : 2024/11/28 [09:28]

정부와 국힘당이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위한 법률’(노동약자지원법)을 제정하겠다고 해 노동계가 반발했다.

 

국힘당은 26일 국회에서 ‘노동약자지원법 입법 발의 국민 보고회’를 열어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약자지원법 제정안을 공개했다.

 

  © 국민의힘


고용노동부와 국힘당이 공개한 법안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이들을 ‘노동약자’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들을 대상으로 표준계약서 제정·보급, 보수 미지급 예방, 분쟁조정위원회 설치·지원, 경력 관리, 공제회 설립·지원, 노동약자지원재단 설립 등을 사업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얼핏 보면 노동자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내용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양대노총은 정부와 국힘당의 노동약자지원법을 반대해 나섰다.

 

왜 그런지 노동계 주장을 살펴보자.

 

민주노총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노동약자 지원의 답은 정부의 시혜적인 정책이 아니라 바로 노동권 보장”이라고 주장하며 이는 노동관계법을 개정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5명 미만 사업장까지 근로기준법을 확대 적용하고 근로기준법 2조를 개정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며 노조할 권리를 위해 노조법 2·3조를 개정하라는 것이다.

 

한편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는 현재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고, 5인 미만 사업장은 근로기준법 적용 제외 대상이다.

 

또 민주노총은 노동부가 노동약자를 보호한다면서 미조직근로자지원과를 신설하고 노사발전재단에 위탁하여 6개 지역에 이음센터를 개설한 것을 두고 “정작 작은사업장 노동자,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이주노동자 등 ‘노동약자’를 지원해 오던 노동권익센터, 비정규센터, 이주노동자지원센터의 운영을 대폭 축소, 폐쇄하면서 노동권 사각지대 노동자 보호를 확대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노동과세계


기자회견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류하경 변호사는 “노동약자지원법은 기만”이라면서 “5인 미만 근로기준법 적용, 노동부 고시 개선, 노조법 2·3조 개정 등 보편적 입법에 대한 ‘방탄’으로 작용할 것이다. 정부가 노동자들에게 뭔가를 하고 있다고 보이게 하는 눈속임”이라고 주장했다.

 

구교현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 지부장은 “정부·여당이 말하는 노동약자지원법은 그냥 ‘공갈빵’”이라며 “법적 분쟁 발생 시 상담 조정 지원을 한다고 한다. 상담이야 하겠지만, 근데 배달노동자에 대한 부당행위를 처벌할 법이 없는데 무슨 문제가 해결될까? 표준계약서? 그건 이미 2020년에 내놨는데. 도대체 어디서 쓰고 있나? 경력인증? 우리 노동 이력은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근데 그걸 어디 쓸 데가 있나? 공제회 활성화? 노조도 있고 노동단체들도 많은데. 또 뭘 만들어서 달라질 게 있나? 무엇 하나 기대할 내용이 전혀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창배 서비스연맹 전국대리운전노조 위원장은 “11년째 대리운전 노동자로 일해왔지만 실질적 조건의 개선은 시혜나 지원이 아니라 노동조합의 노동3권 현실화 과정에서 이루어졌다”라며 “지금껏 보호법이 없어서 취약해진 것이 아니다. 대리기사의 경우 국토부에서 표준계약서도 만들고 공정위에서 노무제공자보호지침도 만들고 금감원에서는 중복보험 개선안도 만들었지만 사용자를 특정하고 강제하지 않으면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혜에 불과한 지원책들을 빼고 나면 노동약자지원법은 오히려 우리를 노동관계법에서 배제하는 근거가 될 것이며, 사용자들의 의무와 책임을 은폐하고 핵심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을 어렵게 할 것”이라며 “노동약자지원법은 말과 달리 노동자들을 갈라쳐 노동조합을 약화시키고 플랫폼기업과 사용자들이 노동관계법을 비켜갈 수 있도록 하는 사용자 보호법이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통해 “노동자는 국가로부터의 지원 등 정책적 시혜의 대상이 아니라 헌법상 ‘일할 권리’, ‘노동기본권’을 가지는 당당한 권리의 주체”라고 주장하며 노동약자지원법이 “노동약자를 시혜의 대상으로 보고 지원하는 내용들로 채워졌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인 미만 적용 제외 등 수많은 근로기준법상 독소조항이 그대로 남아있는 이상, 정부가 노동약자를 보호하겠다는 말은 결국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라며 “정부는 ‘노동약자지원법’이 아닌 근로기준법의 보호 대상을 넓히고 기존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된 다양한 고용 형태 종사자들에게 보편적 노동인권을 보장하는 입법 조치를 강구하라”라고 요구했다.

 

또 “2025년 정부 예산에서 기존 노동약자 지원 예산을 대폭 축소한 정부를 어떻게 신뢰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제기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노동약자’ 규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하는 ‘취약 노동자’를 보면 특수고용·플랫폼·영세사업장 노동자를 포함해 단기·임기제 등 비정규직, 이주민, 여성 등 범위가 훨씬 넓다”라며 “자의적으로 노동약자를 정의했다”라고 짚었다.

 

또 이정희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약자’라는 개념은 한편으로 ‘노동강자’ 존재를 전제해, 노동자를 강자와 약자로 나누고 서로를 배제하는 듯하다”라고 지적했다.

 

향후 노동계와 정부·여당 간에 의견 충돌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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