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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62]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 분석2

북한은 새로운 길을 천명한 것인가

문경환 | 기사입력 2020/01/14 [18:20]

[아침햇살62]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 결과 분석2

북한은 새로운 길을 천명한 것인가

문경환 | 입력 : 2020/01/14 [18:20]

지난 글에서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결과를 분석하였는데 이후 북한에서 노동신문 사설 등 몇 개의 공식 문헌이 발표되어 내용을 더욱 풍부히 해설하였다. 이에 북한의 올해를 포함한 향후 노선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하기 위한 추가 분석을 한다. 

 

1. 북한은 새로운 길을 천명한 것인가

 

많은 이들이 북한의 ‘새로운 길’에 대해 궁금해 한다. 북한은 과연 ‘새로운 길’을 선언한 것이 맞는지 아닌지, 맞다면 어떤 내용인지 궁금해 한다. 

 

북한은 이번에 ‘새로운 길’을 천명했다. 비록 ‘새로운 길’이라고 명시하지는 않았어도 내용에서 이전과 다른 방향을 선언했다면 ‘새로운 길’을 천명했다고 봐야 한다. 

 

북한이 제시한 핵심적인 변화는 ‘인내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를 마치면서 “당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의 기본사상, 기본정신은 정세가 좋아지기를 앉아서 기다릴 것이 아니라 정면돌파전을 벌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즉, 미국이 변화할 때까지 인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인내하지 않는 길’은 대화와 대결 양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먼저, 대화에서는 대북제재와 비핵화를 교환하지 않을 것이며 뭔가를 주고받는 식의 협상도 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다. 

 

지난 11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담화를 통해 “평화적 인민이 겪는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보려고 일부 유엔제재와 나라의 중핵적인 핵시설을 통째로 바꾸자고 제안했던 베트남에서와 같은 협상은 다시는 없을 것”이며 “우리에게는 일방적인 강요나 당하는 그런 회담에 다시 나갈 필요가 없으며 회담탁 위에서 장사꾼들처럼 무엇과 무엇을 바꿈질 할 의욕도 전혀 없다”고 못을 박았다. 

 

그러면서 “다시 대화가 성립되자면 미국이 우리가 제시한 요구사항들을 전적으로 수긍하는 조건에서만 가능”하다고 하였다. 

 

북한의 요구사항 가운데 핵심은 안전보장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우리 인민의 절실한 요구와 권익, 국가의 자주권과 안전보장을 중심에 두고 정확한 대내외 정치노선을 수립하고 견지하며 그를 관철하기 위하여 부단히 투쟁”하였다고 하였다. 안전보장이란 한반도와 주변국, 나아가 미국 본토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을 제거하고 대북적대정책을 폐기하라는 것이다. 미국이 이를 시행하든 아니면 시행할 구체적 계획을 가져와야 협상이 가능하다는 게 북한의 입장이다. 

 

즉, 대화의 측면에서 볼 때 북한은 밀고 당기는 식의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며 미국이 정 협상을 하고 싶다면 북한의 요구사항을 먼저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회담장에서 미국이 기존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고 억지를 부리며 시간을 끄는 행태를 더 이상 인내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다음으로, 대결에서는 강력한 군사행동을 예고했다. 

 

북한은 핵·미사일 시험유예 약속을 더 이상 지키지 않고 “충격적인 실제행동에로 넘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또 새로운 전략무기를 개발, 공개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어떤 무기인지는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았다. 

 

군사행동에서 ‘새로운 길’이라고 하면 첫째, 지금까지 공개한 것과는 차원이 다른 전략무기를 보여줄 것이며 둘째, 지금까지 공개한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형식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2019년 7월 북한이 공개한 잠수함. 북한은 아직 핵잠수함을 공개한 적이 없다. 


새로운 전략무기가 어떤 것이 될지는 모르지만 2017년에 공개한 무기의 수준을 넘어 군사강국들이 새로 개발했거나 개발 중인 첨단 전략무기들과 비슷하거나 이를 능가하는 무기일 가능성이 높다. 그리하여 미국과 첨단무기, 전략무기 경쟁에서 확고한 우위에 서려 할 것이다. 

 

또 공개 방식도 과감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같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더라도 2017년에는 고각발사를 통해 사거리를 추정만 할 수 있게 보여주었다면 이제는 미국 본토 가까이 직접 날려 보낼 가능성이 있다. 

 

아무튼 군사 분야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는 예측하기 힘들지만 과거처럼 인내하며 수위를 조절하는 수준이 아닌, 미국이 경악할 정도의 행보를 보이지 않을까 싶다. 

 

2. 자력부강으로 ‘주체혁명위업’ 승리

 

북한은 대내 노선으로 경제를 기본전선으로 설정했다. 그리고 자력으로 부강하고 번영할 것을 강조했다. 여기에는 민생 향상의 측면과 함께 미국의 경제제재를 무력화하는 측면이 존재한다. 

 

북한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현 시기 경제부문 앞에 나서는 당면과업”으로 “경제발전과 인민생활에 필요한 수요를 충분히 보장하는 것”을 꼽았다. 즉, 경제발전의 성과로 “‘세상에 부럼 없어라’의 노래가 온 나라 전체 인민의 실생활로” 되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북한 국민이 경제발전의 혜택을 누리는 것과 함께 대북경제제재를 무력화해 미국의 대북적대정책을 파산에 이르게 하는 효과가 있다. 북한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북미대결은) 자력갱생과 제재와의 대결로 압축”되었다고 하였다. 핵보유국이 된 북한에 대해 미국이 군사적 대결을 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미국은 대북제재에 매달릴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그런데 경제제재마저 무용지물이 되면 미국은 더 이상 대북적대정책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는 단순히 미국의 대북제재, 대북적대정책을 중단시키는 의미만 갖는 게 아니다. 북한의 자력갱생과 미국의 경제제재가 대결을 펼쳐 북한이 승리한다면 이는 체제대결에서 승리하는 의미를 갖는다. 김정은 위원장은 2016년 노동당 7차 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모든 면에서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를 하늘과 땅처럼 만들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처럼 자력부강, 자력번영은 일반적 차원의 경제개발이 아니라 체제대결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조국통일의 방법론 성격까지 가진 것으로 보인다. 지금 한국 국민 속에서 남북협력경제를 통한 평화번영이 대세로 자리 잡았는데 북한의 경제부흥이 여기에 불을 지펴 통일 열망을 끌어올리고 남북 민중을 하나로 묶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북한이 자력부강, 자력번영을 할 수 있을까? 사상 최악의 경제제재 속에서 작년까지 경제가 빠르고 꾸준히 성장한 것을 보면 불가능해보이지 않는다. 

 

3. 자력강화와 양대 기둥

 

북한은 앞에서 살펴본 군사적,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는 핵심 방법으로 ‘자력강화’를 꼽았다. 전원회의 보고를 보면 “각 방면에서 내부적 힘을 보다 강화할 것”, “적과의 치열한 대결은 항상 자체의 역량강화를 위한 사업을 동반하며 자기를 강하게 만드는 사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어떤 목표를 남의 힘을 빌리지 않고 오로지 자기 힘으로만 달성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만약 이를 해낸다면 온전히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고 그 결과도 온전히 자기 것으로 취할 수 있다.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에서 완전히 주동적 공격전을 벌이겠다는 구상을 가진 듯하다.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 조금이라도 의존하면 북한 뜻대로 대미 공세를 펼 수 없다. 과거에도 이들 나라들은 북미 중재를 한다면서 북한에 양보를 요구한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보면 북한은 북미 관계에서의 주도권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도 확고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구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실로 자주, 자존의 최고봉이라 할 만하다. 

 

국제 관계에서 남에게 의존하면 주도권을 쥘 수 없다는 것은 한국의 현실을 봐도 알 수 있다. 한국은 경제와 안보를 모두 미국에 의존하고 있다. 사실 외세의존은 한국이라는 나라의 출발이며 근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보니 경제와 안보를 자력으로 할 수 없다는 숙명론과 패배주의에 깊이 빠져있다. 지금도 대미의존은 ‘국시’나 다름없다. 뭘 하나 하더라도 미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일개 대사가 대통령을 두고 색깔론을 펴지를 않나, 대통령 신년사를 두고 이래라저래라 간섭한다. 해리스 주한미대사의 행태를 보면 마치 총독이 식민지 대하듯 한다. 이게 모두 대미의존 때문이다. 

 

북한의 자력강화는 정신력과 과학기술력 두 가지 기둥을 가지고 있다. 

 

먼저, 정신력이란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바람 정신’으로 자력강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2018년 3월 12일 노동신문 사설을 통해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바람정신’을 “부닥치는 애로와 난관을 맞받아 뚫고나가는 완강한 공격정신이며 백번 쓰러지면 백번 다시 일어나 끝까지 싸우는 견결한 투쟁정신”이라고 정의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항일선열의 정신이라고 설명했다. 또 “백두의 혁명정신, 백두의 칼바람정신을 안고 살면 세상에 무서울 것도 없고 못해낼 일도 없다”고 설명했다. 

 

▲백두산 혁명전적지 답사대가 항일투쟁 당시를 담은 대형 조각상 앞을 지나고 있다. 

 

우리 민족에게 백두산은 민족의 성산이자 일제강점기 항일독립운동의 상징이다. 북한은 굶어 죽고, 얼어 죽고, 맞아 죽는다는 ‘아사, 동사, 타사’를 각오하고 일제 백만 관동군과 맞서 싸운 항일선열의 정신력으로 미국과의 대결도 승리하고 경제번영도 이루겠다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지난 8일 ‘연길폭탄정신을 심장마다에 만장약하고(가득 채우고)’라는 기사를 보도했다. 아무 것도 없는 산 속에서 수류탄인 연길폭탄을 만들어낸 항일선열들의 정신이 있으면 미국을 압도할 전략무기 등 못 만들 게 없다는 내용이다. 

 

북한이 정신력을 국가 발전의 핵심 요소로 꼽는 것과 달리 미국은 돈을 핵심 요소로 꼽는다. 경제도, 군사도, 심지어 정치도 돈이 핵심이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국제 사회는 돈이 모든 것을 지배한다는 생각을 상식처럼 가지고 있다. 

 

결국 북한의 구상은 정신력으로 돈을 이기겠다는 것이다. 국제 사회의 상식과 달리 정신력이 돈을 이긴다, 돈이 아니라 정신력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북한의 모습을 보면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정신력으로 군사 분야는 물론 경제 분야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정신력은 북한이 최고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다음으로, 북한은 과학기술력을 통해 자력강화를 이루겠다고 한다. 

 

사람은 허리띠 졸라매고 검소하게도 살아갈 수 있다. 국가도 가난하게도 살아갈 수는 있다. 과학기술 없어도 밥과 김치만으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은 과학기술력을 매우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미국의 제재를 견디고 살아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군사든 경제든 세계 정상에 우뚝 서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전원회의 보고에서 “누구도 범접할수 없는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하겠다고 하였다. 미국과 군사적 대결의 영역에서 북한이 가진 목표다. 경제 영역에서도 세계를 선도하는 번영을 누리겠다는 게 북한의 목표일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미국을 상대로 하는 전략무기 개발사업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경제영역에서도 과거 CNC 개발이나 려명거리 개발 등 깜짝깜짝 놀라는 것들을 많이 보여줬다. 눈여겨 볼 대목이다. 

 

4.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힘

 

북한이 자력으로 군사, 경제 영역에서 세계 정상에 서겠다고 하는데 이를 가능하게 하는 힘이 있어야 할 것이다. 북한은 그 힘을 일심단결에서 찾는다. 

 

북한이 말하는 일심단결이란 ‘혁명의 주체’인 ‘수령, 당, 대중의 통일체’가 하나로 단단히 뭉치는 것이다. 통일부 북한정보포털에 소개된 북한의 이론에 따르면 ‘수령을 중심으로 대중이 단단히 결합되어야하며 당은 대중의 핵심부대로 수령과 대중을 연결’한다고 하며 ‘수령, 당, 대중’이 얼마나 일심단결을 실현하느냐가 혁명과 발전을 좌우한다고 한다. 

 

그런데 북한 이론에 따르면 ‘수령, 당, 대중’의 일심단결을 이루는 데서 결정적 요인은 ‘수령’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수령, 당, 대중의 통일체’를 통일적으로 지휘하는 중심이 ‘수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과연 일심단결의 힘으로 자력부강을 이룰 수 있겠는지를 예측하려면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면밀히 알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직후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서 영광이다”, “젊은 나이에 한 나라를 이끌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위대한 인격에 매우 영리하다”, “매우 재능있으며 자기 나라를 매우 사랑한다”라고 하였다. 이런 평가는 이후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나왔다.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을 끝내고 악수하는 모습. 

 

우리 국민도 수차례 진행된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높은 수준의 정치력과 능력, 인간미 등을 자세히 목격했다. 실제로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여론조사 결과 신뢰도가 77.5%까지 치솟는 등 민심을 휘어잡았고 많은 이들이 대단하다고 평가했다. 

 

김정은 위원장의 지도를 통한 자체 역량으로 미국을 군사적으로 제압하고 경제적으로 번영하겠다는 게 이번 전원회의 결론에 대한 이해다.

 

 

 

※이 글은 자주시보와 주권연구소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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