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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업지도원 사건, 국방부와 조선일보의 미심쩍은 행보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 기사입력 2020/10/14 [15:26]

어업지도원 사건, 국방부와 조선일보의 미심쩍은 행보

이형구 주권연구소 연구원 | 입력 : 2020/10/14 [15:26]

 

9월 22일, 서해 어업지도원이 사살(추정)된 지 한 달이 다 되어간다. 국방부는 사건 초기 서해 어업지도원이 월북을 시도했으나 북한이 사살하고 시신을 소각했다’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사건의 진상이 명백히 규명되기는커녕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월북이 맞는지, 월북이 맞았다면 대체 어떻게 이동했는지, 왜 성공 가능성이 낮은 방식을 선택했는지 등이다. (*이런 의혹에 대해서는 [아침햇살97] 서해 어업지도원 사건의 의혹과 합리적 추론에서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의혹이 짙어질수록 드러나는 사실도 있다. 서해 어업지도원 사건에 어떤 모종의 의도가 섞여 있다는 게 점점 확실해지는 것이다.

 

1. 불확실한 첩보와 단정적인 발표

 

국방부는 9월 24일 북한이 어업지도원을 발견, 월북하겠다는 진술을 들은 뒤 상부의 지시로 총격을 가하고 시신을 불태우는 만행을 저질렀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워낙 단정적으로 발표해 국방부가 이미 사건 경위를 명백히 규명한 듯 여겨졌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국방부의 발표가 확실하지 않다는 게 드러났다. 가장 미심쩍은 내용은 ‘시신’ 소각이다. 국방부는 북한이 시신을 불태웠다고 발표했지만, 북한은 통지문을 보내 어업지도원이 타고 온 ‘부유물’만 불태웠다고 한다.

 

국방부는 무슨 근거로 북한이 시신을 소각했다고 발표한 것일까? 지금까지 국정감사 등에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국방부가 판단한 근거는 ‘불빛을 관측한 사진’과 ‘첩보’다. 불빛을 관측한 사진만으로는 진위를 밝힐 수 없다. 그렇다면 쟁점은 국방부가 무슨 ‘첩보’로 시신 소각을 판단했냐는 것이다.

 

그러나 국방부가 입수한 첩보는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9월 29일에 공개한 바에 따르면 국방부는 감청을 통해 북한이 “연유에 발라서 태우라고 했다”라고 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감청한 내용 중에 시신을 의미하는 단어는 없었다고 밝혔다. 결국, 국방부가 가진 첩보로는 시신을 태웠는지, 아니면 부유물만 태웠는지 판단할 수는 없는 것이다.

 

2. 조선일보의 미래에서 온 편지

 

 

한편, 조선일보가 이상한 보도를 해 눈길을 끌었다. 어업지도원의 아들이 10월 6일 날짜로 쓴 편지를 조선일보가 10월 5일에 보도한 것이다. 국민은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보고 “미래에서 가져온 편지냐”며 이 편지는 조선일보의 기획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논란이 일자 조선일보는 “이 편지는 원래 6일 오후로 예정된 국방부 앞 유가족 기자회견에서 공무원 이 씨 형 이래진 씨가 낭독하려던 것이었고, 해당 내용을 5일 저녁 입수한 것. 따라서 날짜가 6일로 돼 있음.”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해명에도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먼저, 기자회견문 같은 글이라면 기자회견 당일을 기준으로 작성하는 게 일반적이긴 하다. 그러나 편지는 다르다. 설령 10월 6일에 편지를 보낸다고 하더라도 보통은 편지를 10월 5일에 썼으면 편지 쓴 날짜로 10월 5일을 적는다.

 

특히, 어업지도원의 아들은 고등학교 2학년으로 지금까지 정치나 언론과 접촉해 본 일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어업지도원의 아들이 언론에 보도될 것을 고려해 편지 쓴 날짜를 일부러 다음날로 기록한다는 것은 부자연스럽다.

 

또한, 조선일보는 이 편지를 단독으로 보도했다. 어업지도원 가족 측에서 보도자료를 통해 편지를 여러 언론사에 공개한 것이 아니라, 조선일보가 어업지도원 가족 측과 접촉해 편지를 따로 건네받은 것으로 보인다. 가족 측과 조선일보가 모종의 연계를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정황이다.

 

3. 무엇을 위해 국민을 속이나

 

그동안 국방부는 서해 어업지도원 사건에 의혹을 제기하면 첩보로 판단한 것이며, 첩보의 자세한 내용은 밝힐 수 없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국방부는 보안상 첩보를 직접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해 사건을 제 입맛에 맞춰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시신 소각은 국민이 북한에 분노했던 가장 큰 요인이다. 북한에 대한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국방부의 목적이었을 수 있다.

 

조선일보 또한 만약 어업지도원 아들의 편지를 기획하거나 개입했다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편지의 내용은 어업지도원이 죽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을 하고 있었냐는 것이다. 만약 편지가 기획된 것이라면 가족의 아픔까지 정부 공격을 위해 이용했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서해 어업지도원 사건은 한 국민이 생명을 잃었을 뿐 아니라 남북 사이에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심각한 사건이다. 진상을 규명하고 사건을 슬기롭게 헤쳐 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의도적으로 정부를 공격하거나 남북갈등을 조장하기 위해 사건을 왜곡하거나 조작하는 일이 일어나선 안 될 것이다. 국민이 적폐 세력의 공작 시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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