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지구촌 최대 관심사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따른 후폭풍이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뭇사람들이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에 부정적이었고, 특히 중국은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지금 전 세계에 코로나 대재앙, 경제 불황, 자연재해, 전쟁, 온갖 제재 등으로 인류의 불행, 고통이 최고조에 이른 엄중한 시기가 아닌가. 전 지구촌이 당면한 세계적 비극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는 데 앞장서는 모범을 보여야 할 사람이 바로 펠로시 의장이다. 그런데 한다는 짓이 세계 화약고를 찾아가 불장난만 하고 다니니 이를 보고 어찌 입을 다물고 있을 수 있겠나. 한심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오죽하면 펠로시는 노망하고, 바이든은 제정신이 아니라는 소리가 세계 곳곳에서 들린다. 원래 펠로시는 지난 4월, 대만 방문 준비를 했으나 오미크론 감염으로 취소한 바 있다. 펠로시의 이번 해외 나들이 일정을 보면 먼저 <하와이 아∙태 미군사령부→대만→한국→일본→귀국> 순이다. 그의 방문 일정표만 봐도 뭘 노린 강행군인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바이든 정권의 대외정책 우선순위는 대중러 압박, 봉쇄, 고립이다. 타고난 반중러, 극우보수 기질의 펠로시는 바이든의 신냉전 굿판에 뛰어올라 신명 나게 춤판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그는 외교·안보 수장 행세까지 해대면서 미국 안에서도 빈축을 사고 있다.
그런데 펠로시에게는 괴상한 알레르기 발작 증세가 있다. 워낙에 꼴통 반공, 반북이라 ‘북한’ 소리만 들어도 입에 거품을 물고 달려드는 아주 고약한 버릇이 있다. 불과 2년 전 한반도 종전선언을 설득하기 위한 한국 국회의원 방미대표단에 펠로시는 큰 실망과 상처를 안긴 일이 있다. 한반도 평화 통일을 추구하는 미주 지역 시민단체들도 펠로시가 쌀쌀맞은 극우라 아예 접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종전선언 및 대표부 설치 결의안’에 수십 명의 의원이 서명했지만, 그는 거부했다. 한국계의 엔디 김 뉴저지 민주의원이 이 결의안을 주도했다는 건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다. 한편, 영 김 한국계 캘리포니아 공화당 의원이 주도하고 여러 공화당 의원이 서명한 ‘종전선언 반대 서한’이 국무성에 전달된 바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기획 집행하는 건 미국과 영국이고 젤렌스키는 허수아비다. 미국의 총애를 받는 절세의 충견, 젤렌스키는 전 국토가 폐허의 땅이 되고 피바다가 돼도 무기 구걸만 하고 젊은 청년들을 사지로 내몰지 못해 환장하고 있다.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전쟁을 벌인 것 자체가 뭔가 의심스러운 흑막이 있다고 보인다. 자국민의 생명을 고귀하게 여긴다면 무려 20만 명 사상자 속에 젤렌스키도 포함돼야 마땅하다. 벌써 5~6만 명이 희생됐는데도 종전에는 관심이 없고 오로지 싸워 러시아를 이기겠다고 객기를 부린다. 미국, 영국, 나토는 뒤에서 돈과 무기를 대주고 다치고 죽는 건 우크라이나 시민이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군을 ‘용병’이라 하고, 이 전쟁을 ‘미러 대리전’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대리전에서 상머저리 짓을 하는 놈이 있는가 하면, 재미 보는 놈이 있다. 우크라이나 젊은이들이 흘린 피의 대가를 받아 챙기는 ‘죽음의 상인’들은 지금 돈방석에 올라타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라는 말이 여기에 적용되면 딱 들어맞는다. 그런데 억울하게 전쟁에서 죽은 수만 명의 넋이 귀신으로 둔갑해 밤마다 젤렌스키의 꿈자리에 나타나 목을 조일 텐데, 이 괴로움을 어떻게 털어낼 수 있을지 그게 궁금하다.
나토의 정부, 외교, 안보 수장들이 뻔질나게 키이우를 방문해 젤렌스키를 격려하고 지원을 약속했다. 그들 중에는 미 국무부와 국방부도 있다. 뒤이어서 펠로시도 의회 대표단을 이끌고 키이우를 방문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 강행은 또 하나의 큰 전쟁으로 번질뻔했다. 그는 대만 상륙 직후 가장 먼저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시비를 걸고 들었다. 멀쩡한 시민이 하루 수백 명씩 살해되는 인권불모지, 거덜 난 미국식 민주주의 출신이 감히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시비를 걸 주제가 되기나 할까. 펠로시는 주로 중국을 비난하고 대만 분리 독립을 충동질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펠로시는 “대만은 독립국이고 중국에 속하지 않는다”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망언을 쏟아냈다. 1972년 미중 정상 간 합의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완전히 뒤집는 작태다. 대만 화약고에 펠로시가 불을 질렀다. 원자탄급의 초대형 화재다. 전 세계가 공포에 떨었다. 극도로 자극된 중국이 초고강도의 무력 시위를 나흘이나 계속 벌였다. 미사일이 대만 상공을 통과해 일본에 떨어졌다. 한편 그의 대만 방문 중 지난 8월 3일,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대만정책법안’이 표결될뻔했다. 이 법안은 사실상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정, 대만대표부를 설치하기로 돼 있다. 또, 대만 안보를 위해 35억 달러 지원도 들어있다. 남의 나라 땅을 제 것인 양 요리한다. 노상강도보다 더 흉악하다.
미국, 영국, 나토의 공동전선은 쉽게 러시아를 몰아내고 조기에 전쟁을 끝낸다는 계획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영국,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그만 발목이 잡히는 바람에 차질이 생겼다. 애초 계획했던 대만으로의 전선 이동이 더 어렵게 됐다. 장기전의 후과로 골머리를 앓는 나토가 대만 전선에 선뜻 나설 수 없을 뿐 아니라 2개의 전선을 동시에 감당할 여유가 없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펠로시의 이번 대만 방문의 주된 목적은 대만 분리 독립운동을 고무하는 동시에 한·미·일 삼각동맹을 조기에 구축하자는 걸로 보인다.
이제는 전쟁 종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젤렌스키가 러시아에 이미 함락된 동부 러우 국경지대를 수복하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수복한다고 해도 이 지역과의 재결합 가능성은 거의 없다. 지난 민스크 협정을 위반한 키이우 정권은 지금까지 8년간 동부 분리 공화국 주민들을 무려 2만 5,000명이나 희생시켰다. 다른 지역과 달리 이 지역 주민들은 러시아군을 환영하고 동시에 지역 출신 민병대가 러시아군과 합동작전을 펴고 있다. 결국 미영의 극구 반대로 물거품이 된 러-우 5차 앙카라 평화회담 결과를 수정 또는 보완해 나토와 무관한 영구 중립화의 길로 들어서는 게 유일한 대안일 것 같다.
우크라이나에서 발목이 잡히지 않았다면 예상되는 대만 전선에 한국, 일본이 자진해서 특공대로 참전하게 돼 있다. 이미 지난달 에스퍼 전 미국 국방부 장관은 ‘미국의 소리’와 인터뷰에서 “대만전쟁에 한국이 무력으로 자동 참가하게 돼 있다”라고 발언했다. 우리 몰래 막후에는 이미 이런 각본이 완성돼 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대만에서 바로 서울로 날라 온 펠로시는 38선 공동경비구역(JSA) 시찰에 나섰다. 뼛속까지 친미 친일로 명성을 날리는 윤석열 대통령은 펠로시를 만나질 않고 40분간 전화 통화만 했다. 대통령실은 국익 차원에서 만나질 않았다고 변명했다. 하지만 중국을 의식한 걸 모를 리 없다.
이를 두고 서울에서는 외교 참사 또는 현명한 외교술이라는 엇갈린 평가가 나오고 있다. 윤석열-펠로시 짧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글로벌 전략동맹 발전을 언급했고, 펠로시는 한미 간 안보 결속을 강조했다. 펠로시는 “주한미군 2만 8,000명은 한국 민주주의의 상징”이라고 치켜세웠다. 미군을 끼고 있어 민주주의를 잘한다는 소리다. 미군이 없는 나라는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건 모욕적 발언이다. 국민을 머저리로 보는 건방진 작태다. 남북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경색되는 가운데, 펠로시가 왜 군사분계선 시찰에 나섰을까? 불길한 예감이 앞선다. 1950년 6.25 전쟁 발발 직전, 덜레스 미 국무부 장관이 쌍안경을 끼고 38선 이북을 시찰한 걸 연상케 해서 더욱 불안하다.
대통령 안보실은 펠로시의 전선 시찰을 “한미 간 대북 억지력의 징표”라고 했다. 하지만, 그건 변명으로 들린다. 날로 고조되고 있는 남북 긴장 상태를 전쟁 위기로 격상키 위해 북측 도발을 유인하려는 치사한 불장난이다. 이건 한·미·일 삼각동맹 구축과 일본 재무장을 위한 기막힌 구실이자 조건으로 보인다. 덧붙여서 북한의 예상되는 초강경 대응을 끌어내 위기를 최고의 수준까지 끌어올리자는 것이 아닐까. 이것은 미국의 아·태지역 전략 전술에 결정적으로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이미 지상최대 수준의 한미연합훈련이 8월 중순 강행된다. 북한의 강경 대응을 ‘도발’로 규정하고 대대적 소동을 피우면서 대만전쟁에 불을 지피려고 할 것 같다. 동시에 미국 추종 세력을 앞세워 중국을 집중 공격하려 할 것이다.
펠로시는 도쿄로 날아가 융숭한 대접을 받고 매우 흐뭇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시다 총리 관저에서 지난 5일 조찬 회담을 했다. 주로 미일동맹 강화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에 대해 집중논의했다. 한편 기시다는 펠로시에게 4일부터 시작된 중국의 무력 시위에 사용된 미사일 일부가 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중국의 무모한 행동이 평화 안정을 헤친다고 아첨을 떨었다. 실제로는 펠로시가 대만에서 불을 지른 불똥이 일본에 떨어진 것인데 중국을 나무란다. 또한 대만과 미일은 중국군의 군사훈련을 도발이라며 당장 중단하라고 목청을 돋웠다. 하지만, 미국이 해왔고 하게 될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에 대해선 입도 벙긋하지 않는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내로남불’이 아니고 뭔가.
이번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는 거리를 두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하지만,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미국 권력 서열 3위라는 신분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바이든 동의가 있었다고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미국의 주요 언론매체와 많은 논객은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잘못된 시간, 잘못된 장소’를 택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의 대만 방문을 앞두고 있었던 시진핑, 바이든 정상 통화 직후 나온 중국 측 발표문에는 “불장난하면 타죽는다”라는 최고 수위 경고가 있었다. 펠로시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 국방부 장관과 합창 의장은 미국의 상대방과 통화를 거부하고 있다. 또, 왕이 외교부장은 캄보디아 아세안 안보 회의에서 중일 외교부 장관 회담을 취소하고 심지어 일본 대표의 발언 도중 퇴장하기도 했다.
펠로시가 38선 화약고 앞에서 벌인 불장난은 북한을 자극했다. 조영삼 외무성 보도국장은 펠로시의 비무장지대 시찰은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시각을 그대로 까밝힌 처사라고 비난했다. 또한 그는 윤석열 정권을 동족 대결로 내몰아 정세를 격화시켜 적대정책과 군비증강 책동을 합리화를 꾀하려는 음흉한 술책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서 그는 “미국은 붙는 불에 키질하고 있다. 펠로시가 묻어놓은 화근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성토했다. 8월에 있을 한미연합훈련은 한반도의 운명을 가를 ‘판도라의 상자’가 될 것이다. 북한이 대응 차원에서 선보일 신형 무기는 전 세계를 놀라게 할 것이다. 나아가 미국의 오금을 저리게 할 것이다. 결국 미국이 대북 적대 정책을 폐기하고 북미관계 정상화의 길로 방향을 틀지 않고는 배길 수가 없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미국이야 전쟁 없이는 하루도 못사는 나라니 굳이 여기서 들먹일 필요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선진국이라는 유럽연합과 나토가 평화적 해결에는 눈곱만큼도 관심이 없고 미국, 영국 주도의 전쟁에 일제히 뛰어들었다는 것은 미국과 다를 바 없는 호전광이라고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하기야 ‘가재는 게 편’이라고, 과거 식민지를 수탈해 먹던 제국주의 근성과 냉전 사고방식이 재발동해 패거리가 된 것인가? 일본이 재무장하고 군국주의 망상을 꿈꾸듯이 독일도 그런가?
애초 나토는 반공전선 연합체로 출발한 것인데, 이제 냉전이 사라졌으니 나토의 해체가 당연한 정답이다. 아직도 냉전, 제국주의, 반공의 시각으로 중러를 경계 대상으로 지목하고 친선, 평화, 협력에 매우 인색한 것은 바람직한 선진국의 자세가 아니다. 여전히 제국주의 근성과 냉전사고 방식을 아직도 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하겠다. 유럽과 모든 나라가 2차 대전 승리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소련 시민 2,500만 명의 고귀한 희생을 치르고 소련이 나치를 물리치고 승리를 쟁취한 것이다. 어떤 의미에선 소련 시민의 희생에 누구나 마음의 빚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중러와 손에 손잡고 친선, 협력, 평화를 창출하고 혜택을 나누지 못할 이유가 없지 않나 말이다.
냉전이 끝나고 옐친에 이어 푸틴도 유럽연합과 나토에 가입을 원했지만, 유럽연합과 나토는 일거에 이를 거부했다. 이것이 오늘날 비극의 상징인 우크라이나 전쟁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떠오른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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