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미제국주의에 의한 국가폭력」
- 박금란
미국 군사고문의 작전지휘로 여순학살이 진행되었다 작전명령-움직이는 것은 모두 쏴라- 씨를 말려라 마을을 모두 불태워라 우리는 우리를 손님이라고 반갑게 맞이한 인디언 추장의 살가죽을 벗겨 학살하고 땅을 차지하고 지배한 제국의 역사가 있다 우리가 수립한 대한민국에 그 누구도 대들지 못하게 납작 엎드려 순응하게 만들기 위해 우리의 지배에 거역하는 여순을 본보기로 잔혹하게 전멸시키라
항쟁의 마을들 불태워지고 개돼지도 불타 죽었고 생사람도 불타 숯덩이 ‘이 사람이오’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손가락 총’이 지목하는 사람을 즉결 총살을 했고 인권이 어디 있더냐 일본군 출신 김종원이 군인의 잔인성을 키운다면서 순천초등학교 마당에서 무릎을 꿇리고 시퍼런 일본도로 항쟁자들의 목을 쳐서 생피를 보게 하는 귀축도 치를 떠는 시참을 했다 10월 25일까지 6일 동안 죽어간 자만 1만 1천 131명
연보라 쑥부쟁이 꽃잎 붉은 피에 젖어 줄줄 산천초목도 통곡하다 숨을 멈췄다 식민지였던 아무 죄 없는 이 나라를 갈라놓고 통일하자는 애국 백성에게 치가 떨리는 학살 하늘도 무심하오
군인이 민족의 편에 서지 않으면 얼마나 몽매하고 잔혹한가 폭력의 세상 암흑천지 굴속에 갇혀 검은 명령만 기계적으로 접수하고 학살을 실행한 국가폭력
슬픔과 분노가 싸릿대로 자라 싹싹 외세를 쓸어내는 싸리빗자루 되리니 여순항쟁에서 흘린 피 웅덩이 심장에 고여 산자나 죽은 자나 한이 맺힌 74년 무덤도 없이 구천에 떠도는 여순의 영혼이여 두 눈을 감아도 나타나는 억울한 혼령이여
비가 오면 처마 끝에서 그날의 핏물이 내리고 그날의 감지 못한 두 눈이 나무옹이로 박혀 우리들을 지켜보며 세월 갈수록 선명해지는 산역사의 두 눈들
여순항쟁의 진실은 통일의 마중물이다 통일된 평화의 땅에서 그대들은 살아 돌아오리라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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