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의 진격」
-박금란
미군 총구멍으로 동토가 된 이 땅에 48년 10월 19일 이슥한 어둠을 타고 초가집 싸리울타리 넘어 어둠에 울적 젖은 산 메아리가 고동쳤다 ‘애국인민에게 고함 우리들은 조선인민의 아들 노동자 농민이다 우리는 우리의 사명이 국토를 방위하고 인민의 권리와 복리를 위해 생명을 바쳐야 한다는 것을 잘 안다 우리는 제주도 애국인민을 무차별 학살하기 위하여 우리들을 출전시키는 작전에 조선 사람의 아들로서 조선동포를 학살하는 것을 거부하고 조선인민의 복지를 위해 총궐기 하였다 동족상잔 결사반대 미군 즉시철퇴‘
일본군 총에 낡은 짚신 질질 끌려왔던 세상 해방이 되었는데 변함없이 왜 이리 돌아가나 밭일하다 주저앉은 두렁에서 생피를 토하는 참새무리가 호미 끝에 앉아 제주 4.3을 도와줘요 파닥거리다 숨을 거둔다 감나무 감이 피로 뭉쳐 툭툭 4.3의 붉은 맹세 떨군다
생목숨이 죽어나가는데 마른번개 치는 난발의 허공을 뒤집고 두 발은 땅을 단단히 딛으려는 악몽의 세상 엎으려는 곡예 죽창 같은 마음 곳 세우고 하루를 살아도 사람같이 싸우자
무명저고리들이 모여들었다 등이 굽은 할머니 곰방대 할아버지 애를 업은 아낙 쇠똥네 개똥네 해방네 힘깨나 쓰는 머슴 장돌뱅이 거리마다 가득 결연으로 서린 얼굴들이 양코배기 총구에 못 살겠다 밀물처럼 밀려오고 있었다
여수인민항쟁의 불길은 10월 20일 3시에 순천을 접수하고 여순의 천리마가 하늘을 가로질러 구례 곡성 남원 골짜기를 진동시켰고 벌교 보성 화순 들판 가로질러 새까맣게 모인 군중들 이글이글 불이 일었다 광양 하동에도 번개처럼 번져 애국으로 뭉친 불길은 순식간에 통일국가수립의 민중의 바다로 요동쳤다
투쟁의 땀에 젖은 민중들은 반드시 이겨야 한다고 서릿발 한을 쓸어내렸다
정의가 푸른 강물 이루어 투쟁의 뜨거운 땀 맛을 보았다 그날의 핏줄기 오늘까지 깊은 강으로 흘러 역사에서 더욱 생생히 살아나 여순항쟁 진군의 별빛 무구하여라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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