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았던 ㄱ 씨 등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이 28일 구속됐다.
이들의 혐의는 해외에서 북한 공작원을 만나 지령을 받고 활동을 했으며, 대남 정보를 북한에 보냈다는 것이다. 이른바 간첩 혐의이다.
그런데 국정원은 매우 이례적으로 이런 사실을 기자단에게 문자로 직접 알려줬다.
국정원은 문자로 “‘민주노총’ 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자 구속영장 발부 관련 국정원에서 알려 드린다”라며 “오늘 수원지방법원은 국정원과 경찰(국가수사본부)이 수원지방검찰청(공공수사부)을 통해 청구한 ㄱOO(53세·민주노총 조직국장), ㄴOO(48세·보건의료노조 조직실장), ㄷOO(55세·전 금속노조 부위원장), ㄹOO(52세·전 금속노조 조직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라고 알렸다.
그리고 이들의 혐의 일부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렸다. 국정원은 압수수색을 통해 100여 건이 넘는 대북 통신 문건을 찾아냈으며 “범죄 사실 중 국가기밀 탐지·수집과 국가기간망 마비와 같은 공공의 안전에 급박한 위협이 될 수도 있는 내용도 있어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언론에 영장 발부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피의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
형법 126조(피의사실공표)는 “검찰, 경찰 그 밖에 범죄 수사에 관한 직무를 수행하는 자 또는 이를 감독하거나 보조하는 자가 그 직무를 수행하면서 알게 된 피의사실을 공소제기 전에 공표(공표)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라고 돼 있다.
국정원은 민주노총 전·현직 간부 4명의 구속 사실을 알리면서 이들에 대한 피의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그런데 국정원의 이런 행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른바 경남지역 ‘자주통일민중전위’ 사건으로 4명, 제주지역 ‘ㅎㄱㅎ’ 사건으로 2명 등을 압수수색과 구속할 때도 이들의 피의사실을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또한 경남지역 금속노조 간부 2명 압수수색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국정원이 피의사실을 공표하는 것은 국민에게 한국 사회에 여전히 ‘간첩’이 있으며, 이들을 잡기 위해서는 국정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주입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2024년 1월 1일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넘어가는 상황이라, 이를 다시 뒤집어 국정원이 대공수사권을 쥐고 있으려는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인지 국정원 수사관들은 올해 민주노총 사무실 등 여러 곳을 압수수색할 때 ‘국가정보원’이 적힌 옷을 입고 나타나 존재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리고 윤석열 퇴진, 심판 등의 투쟁을 벌이는 사람과 단체가 북한의 지령을 받아 움직이는 것처럼 왜곡해, 윤석열 정권 퇴진, 심판 투쟁을 약화하려는 의도이다.
국정원이 이른바 간첩단 사건에 지속해서 피의사실을 유포하자 ‘정권위기 국면전환용 공안탄압 저지 및 국가보안법 폐지 대책위원회’는 국정원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국정원의 문자로 피의사실을 알린 것과 관련해 이날 민주노총은 간첩단 사건과 민주노총을 엮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피의사실 공표라고 비판했고, 금속노조는 피의사실 공표로 논란을 만드는 것은 정보기관이 해야 할 역할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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