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이 10, 11일 연속으로 담화를 발표해 미군 정찰기의 주권 침해 문제에 관하여 자세한 정보를 공개하였다.
지난 10일 북한 국방성 대변인이 담화를 발표해 “조선동해에서는 몇 차례나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영공을 수십㎞나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고 주장했고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사실무근”이라고 주장하면서 진실 공방이 벌어졌다.
이에 김여정 부부장이 합참의 주장을 반박하는 담화를 이틀 연속 발표해 사건의 내막을 드러냈다.
먼저 10일 담화는 “‘대한민국’의 합동참모본부가 미 국방성이나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 대변인이라도 되는 듯 자처”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을 향해 경고했는데 왜 미국이 아닌 한국이 답변하느냐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미국의 동의 없이 한국 합참이 대응했다면 매우 괴이한 현상이며, 미국의 지시로 대응했다고 한다면 그것 역시 모양새가 이상하다.
왜 미국이 직접 대응하지 못하는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김여정 부부장의 10일 담화가 나온 뒤에야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긴장 고조 행동을 자제하고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에 관여할 것을 촉구한다”라며 “우리는 외교에 전념하고 있으며 전제조건 없는 북한과의 대화에 대한 관심을 여러 차례 분명히 밝혔으나 안타깝게도 북한은 의미 있는 방식으로 대화하기를 거부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주권 침해 여부에 관해서는 답변하지 않은 것이다.
김여정 부부장은 11일 담화에서 “해당 공역과 관련한 문제는 우리 군과 미군 사이의 문제”라면서 한국 합참에게 “당장 입을 다물어야 한다”라고 하였다.
미국에 직접 해명하라고 요구한 셈이다.
다음으로 이틀 연속 발표된 담화는 미국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영공을 침범했는지 소개하였다.
10일 담화는 “오늘 새벽 5시경부터도 미 공군 전략정찰기는 또다시 울진 동쪽 270여㎞~통천 동쪽 430㎞ 해상상공에서 우리 측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하면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동부 지역에 대한 공중정찰을 감행”하였으며 “우리 공군의 대응 출격에 의해 퇴각하였던 미 공군 정찰기는 8시 50분경 강원도 고성 동쪽 400㎞ 해상 상공에서 우리 측 해상 군사분계선 상공을 또다시 침범”하였다고 하였다.
11일 담화는 “10일 미 공군 전략정찰기는 5시 15분부터 13시 10분까지 강원도 통천 동쪽 435㎞~경상북도 울진 동남쪽 276㎞ 해상 상공에서 조선동해 우리 측 경제수역 상공을 8차에 걸쳐 무단 침범”하였다고 좀 더 자세히 설명하였다.
여기서 특이한 표현은 ‘경제수역 상공’이다.
통상 영공은 영토와 영해 위의 상공으로 지정되며 영해는 해안에서 12해리까지 인정된다.
1해리는 1,852미터이므로 12해리는 22.224킬로미터다.
북한이 언급한 ‘경제수역’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의미하는데 해안에서 최대 200해리(370킬로미터)까지 인정한다.
배타적 경제수역은 200해리 안에서 연안국이 선포하는 것으로 해당 수역 안에서 경제 활동에 관한 주권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즉, 영해는 아니지만 부분적인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수역이다.
다만 배타적 경제수역 상공을 영공으로 규정하지는 않기 때문에 다른 나라 비행기가 이곳을 지나가도 국제법적으로 제재할 방법은 없다.
10일 담화는 이와 관련해 “240해리(444킬로미터) 이상의 탐지반경을 가진 적대국의 정찰자산이 우리의 200해리 경제수역을 침범하는 것은 명백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과 안전에 대한 엄중한 침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 측 군사경계선 수역은 물론 경제수역 상공도 미군 정찰자산들이 마음대로 들어올 수 있는 미국의 군사연습 마당이 아니다”라고 하여 영공(군사경계선 수역)이 아니지만 배타적 경제수역 상공에도 미군 정찰기가 들어오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를 통해 북한이 배타적 경제수역 상공을 일종의 방공식별구역(ADIZ)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방공식별구역이란 영공 침입을 막기 위해 설정하는 공역으로 국제법적으로 인정하지는 않지만 일부 나라가 일방적으로 선포하고 있다.
한국도 미군이 1951년 설정해 준 카디즈(KADIZ)라는 방공식별구역을 운영하고 있다.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나라들은 다른 나라 비행기가 방공식별구역 안에 들어오려면 사전 통보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무단으로 진입하면 항의와 경고를 하고 전투기를 출격해 견제하기도 한다.
방공식별구역과 북한의 ‘주권이 행사되는 영공’에는 일정한 차이가 있다.
일단 방공식별구역은 영공이 아니며 주권 역시 미치지 않는다.
다른 나라 비행기가 방공식별구역 안으로 들어갔다고 해도 국제법적으로는 주권 침해가 아니기 때문에 공격할 수 없다.
기껏해야 전투기를 출격해 위협하는 게 최대치의 대응이다.
그러나 북한이 말하는 ‘주권이 행사되는 영공’은 북한 스스로 주권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침범할 경우 격추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물론 북한이 주장하는 ‘주권이 행사되는 영공’, 즉 배타적 경제수역 상공은 국제법적으로 주권을 인정하지 않는 공역이기 때문에 상대방 비행기를 격추하면 이는 전쟁행위가 된다.
정상적인 관계에 있는 두 나라 사이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 ‘침공’이 되지만 북미 사이는 정전상태이기 때문에 ‘침공’이 아닌 ‘전쟁 재개’가 된다.
게다가 북한은 2013년 정전협정 백지화를 선언한 상황이라서 현재 북미는 형식적으로 전쟁 상태에 있는 것이며 전쟁 와중에 비행기를 격추한 것일 뿐이라는 논리를 펼 수도 있다.
미국이 북한의 담화들에 직접 답변을 못 하는 이유도 이런 복잡한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을 통해 북한이 배타적 경제수역 상공을 주권이 미치는 영공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확인되었고 앞으로 미국 정찰기 비행이 더욱 까다로워졌다.
과연 미국이 어떤 대응을 할지 주목된다.
다음은 김여정 부부장의 10, 11일 담화 전문이다. ※ 원문의 일부만으로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편향적으로 이해하거나 오해할 수도 있기에 전문을 게재합니다. 전문 출처는 미국의 엔케이뉴스(NKnews.org)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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