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기자회견을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용산경찰서는 집시법 위반이라는 방송을 내보냈다. 그러더니 결국 시민들의 기자회견을 에워싸며 위협을 가했다.
하지만 참가자들은 굴하지 않고 회견문 낭독과 “다이옥신이 먼지로 날린다. 용산어린이정원 당장 폐쇄하라”, “용산어린이정원 폐쇄하고 조사하고 정화하라”, “오염 범벅 용산어린이정원 개방한 윤석열은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용산어린이정원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1년을 맞아 정부가 야심차게 개방한 곳이다. 하지만 미군기지로 사용되던 부지를 정화하지 않은 채 개방해 용산 주민들과 시민단체로부터 폐쇄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나오고 있다.
경찰이 용산어린이정원의 문제점이 알려지는 것을 막으려고 민감하게 대응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용산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예약하고 공원에 들어갈 때 가방을 샅샅이 살폈고, 심지어 경찰들이 주민들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고 한다.
이날 기자회견은 용산어린이정원에 들어가서 공원의 실태를 확인한 용산 주민들이 긴급하게 열었다.
기자회견 사회를 본 용산 주민 최명희 씨는 “용산어린이정원을 직접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어린이정원인지, 다이옥신 정원인지, 윤석열의 정원인지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광경이다. 용산주민들은 그냥 이 사태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긴급하게 기자회견을 준비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김은희 용산시민회의 대표는 부평 미군기지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을 때 정화 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발언했다.
김 대표는 “부평미군기지는 다이옥신이 검출된 장소에 하우스 같은 움막을 짓고 공사를 시작했다. 하우스 안에서 땅을 파고, 땅에 있는 흙의 분진이 바깥으로 나가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음압장치를 하면서 정화를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지금 용산어린이정원은 다이옥신이 검출된 곳에 어떤 보호 장치도 없이 굴착기로 땅을 파헤치고 있다”라면서 “우리 국민이 너무나 큰 오염에 노출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어떻게 책임질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박상욱 녹색연합 활동가는 “부평미군기지는 1천 도 이상의 고열을 가하는 열산화 공정으로 정화하는데 기간이 2년 11개월이 걸렸다. 부평미군기지의 다이옥신 오염 원천지는 지금도 완전히 밀폐됐다. 왜냐하면 공기를 통해 사람의 호흡기로 인체에 들어가기만 해도 치명적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용산어린이정원 현장은 대충 흙으로 15센티미터 덮어놓고 거기에 잔디와 꽃을 심어서 은폐하고 있다. 펜스로 가려놓으면 공기 중에 퍼져나가는 다이옥신을 막을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다이옥신이 오염된 땅에서 인부들이 무방비로 작업하고 있다”라고 용산어린이정원의 실태를 폭로했다.
박 활동가는 “더 이상의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하루라도 빨리 오염된 땅의 개방을 막아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소임은 개방이 아니라 완전한 정화이며, 미군에게 제대로 된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는 시민을 대상으로 삼은 조용한 살인을 멈춰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용산어린이정원 문제가 알려지는 것이 두려웠는지 대학생 환경동아리의 공원 입장을 막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문채린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환경동아리 ‘푸름’ 회원은 “지난 11일 회원들의 용산어린이정원 방문이 예정되어 있었다. 회원들은 방문 절차에 따라 온라인으로 예약하고 답사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하지만 방문 하루 전날인 10일 용산어린이정원을 방문할 수 없다고 통보를 받았다. 문의해도 불허 이유를 알려주지 않았다”라면서 “용산어린이정원의 진실을 많은 국민이 알게 될까 두려워서 대학생들의 입장을 막은 것 아닌가”라고 주장했다.
신은섭 자주민주평화통일민족위원회 운영위원장은 “미군은 남의 땅을 쓰다가 나갔으면 그동안의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미군은 전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도 미국에 책임을 물을 생각도 없어 보인다”라면서 “용산미군기지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윤석열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 용산미군기지 온전한 반환을 해서도 윤석열 퇴진이 답”이라고 주장했다.
용산시민회의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다이옥신 먼지가 누출될 수 있는 공사를 즉각 중단할 것 ▲용산어리이정원 당장 폐쇄할 것 ▲국민의 생명을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는 윤 대통령은 당장 물러날 것’ 등을 요구했다.
아래는 기자회견문 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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