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아침햇살263] 북중, 북러관계의 변화와 우리의 과제 ②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08/22 [09:27]

[아침햇살263] 북중, 북러관계의 변화와 우리의 과제 ②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3/08/22 [09:27]

(이어서)

 

 

중러가 미국의 북한 압박에 동참한 이유

 

1) 핵보유국의 독점 정책

 

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핵폭탄 이론이 등장하면서 강대국들은 너도나도 핵폭탄 개발에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핵폭탄을 개발한 미국이 일본에 2발의 핵폭탄을 떨어뜨려 가공할 위력을 보여주자 전 세계가 공포에 질렸다. 세계는 절대적 힘을 가진 핵보유국과 힘없는 비핵보유국으로 나뉘게 되었다. 프란츠 슈트라우스 서독 국방부 장관은 “오늘날 힘은 군사력이며, 군사력은 곧 핵무력이다. 핵무장 없는 서독은 다른 동맹국의 군대를 위한 취사병이나 보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서독의 운명은 그것으로 결판날 것이다”라고 했다. 

 

▲ 히로시마 핵폭발(왼쪽)과 나가사키 핵폭발 장면. [출처: George R. Caron]     

 

일본이 박살 나는 것을 본 다른 나라들은 이제 사활을 걸고 핵폭탄 개발을 서둘러야 했다. 그렇게 소련(1949년), 영국(1952년), 프랑스(1960년), 중국(1964년)이 차례로 핵개발에 성공하였다. 

 

핵보유국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각국은 서로 다른 고민을 하였다. 핵보유국은 새로운 핵보유국이 등장할 때마다 자신의 패권을 나눠 가져야 했기에 핵확산을 반대하고 핵을 독점하려 했다. 반면 비핵보유국은 핵보유국에게서 살아남기 위해 필사적으로 핵을 개발해 핵독점을 깨려 하였다. 

 

핵독점욕은 첫 핵보유국인 미국이 초반에 이미 드러냈다. 

 

원래 핵개발은 미국보다 영국이 먼저 시작했다. 그러나 전쟁으로 어수선한 영국보다는 본토가 전쟁에 휘말리지 않은 미국이 핵개발에 더 유리했기에 영국이 핵개발 계획을 넘겨주며 미국과 ‘동업’을 했다. 미국은 1944년 하이드 파크 협정을 맺어 핵개발에 성공하면 영국에 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그런데 화장실 들어갈 때 마음과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고 정작 핵개발에 성공하고 나니 미국은 핵무기를 독점하고 싶었다. 그래서 1946년 맥마흔 법을 만들어 핵물질과 핵기술 국외 이전을 금지했다. 영국의 뒤통수를 친 것이다. 

 

결국 영국은 독자 핵개발을 시작해 1952년 핵폭탄 시험, 1957년 수소폭탄 시험에 성공하며 핵보유국이 되었다. 영국이 핵보유국이 되자 미국도 더는 어쩌지 못하고 1958년 상호 핵무기 개발 조약을 맺어 협조 관계가 되었다. 

 

핵보유국이 된 미국과 영국은 프랑스의 핵개발을 방해했다. 1950년대 후반 프랑스가 본격적인 핵개발에 들어가자 미국과 영국은 소련과 손을 잡고 유엔 총회에서 프랑스 핵개발을 반대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처럼 핵독점을 위해서는 동맹도 예외가 아니었다. 

 

핵독점욕에는 자본주의, 사회주의 구분도 없었다. 

 

1955년 중국이 핵무기 개발을 결정하자 미국, 영국은 물론 소련도 반대의 목소리를 냈다. 1959년 10월 중국을 방문한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제1서기는 중·소 합작사업을 다 파기하겠다고 선언하고서 기존에 약속했던 핵폭탄과 미사일 기술 전수도 중단해 버렸다. 소련은 1962년 발발한 중국-인도 전쟁에서 인도를 지지하면서 중국을 적대하기도 했다. 

 

▲ 회담 중인 마오쩌둥(왼쪽)과 흐루쇼프. 1958.1. [출처: 미 의회도서관]     

 

중국의 핵시험이 임박하자 1963년 8월 미·영·소 세 나라는 부분적 핵시험 금지 조약을 체결해 지하 핵시험을 제외한 모든 핵시험을 금지했다. 그러나 중국은 1964년 10월 첫 핵시험에 성공하고 1967년에는 수소폭탄 시험에도 성공했다. 

 

중국의 핵보유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 되자 1971년 헨리 키신저 당시 미 국무부 장관이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해 미중 관계 정상화에 나섰다. 그러나 소련은 중국과 계속 대치하다가 급기야 1969년 국경 분쟁까지 벌였다. 마오쩌둥 중국공산당 주석은 핵개발을 방해한 소련이 미국보다 더 나쁘다고까지 했다. 

 

이처럼 핵보유국은 핵무기를 독점하기 위해 다른 나라의 핵보유를 반대한다. 핵무기 독점은 곧 힘의 독점, 권력의 독점, 패권의 독점으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동맹도, 이념도 필요 없다. 미국이 한국의 독자 핵무장을 반대하는 이유도 핵확산 반대 같은 거창한 명분 때문이 아니라 핵무장한 한국이 미국 말을 안 듣고 독자 행보를 할까 봐 그러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중러가 미국과 경쟁, 대결한다는 점에서 북한과 유사한 처지에 있고 특히 중국은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지만 북한의 핵개발을 반대한다는 점에서 중러와 미국은 전혀 다르지 않았다. 

 

2) 미국의 견인

 

미국은 북한도 동구권 나라들처럼 소련(러시아)의 말을 듣는 위성국 정도일 것으로 여겼다. 소련이 해체된 뒤로는 중국이 북한의 체제를 지켜주는 ‘후견국’이라 여겼다. 그래서 중국, 러시아를 포섭해 북한을 압박하면 북한이 금방 핵개발을 포기할 것으로 보았다. 

 

박후건 경남대 교수는 2018년 5월 28일 자 프레시안 기고 글 「북미 정상회담, 평양 개최 가능성 열려있는 이유는」에서 “북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방법은-글쓴이 주) 중국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중국이 북한의 생명선을 쥐고 있기 때문에 (즉 북한은 중국의 원조와 도움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중국에서 원조와 도움을 끊게 되면 북한은 손을 들고나올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라고 소개했다. 

 

이런 생각은 수십 년 북미 대결 과정에서 오류임이 반복 확인되었지만 미국은 여전히 이 방법을 포기하지 않았다. 

 

심지어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2022년 2월 4일 한미연구소가 주최한 화상 대담에서 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을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중국과 북한 문제를 논의하는 게 가능할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중국과 논의하는 것이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을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 미국이 할 수 있는 건 중국에 매달리는 것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런데 중국, 러시아는 유럽, 일본과 달리 미국이 시키는 대로 하는 하위동맹국이 아니다. 당연히 압박하거나 반대급부를 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중국은 유엔에서 미국 손을 들어주고 대북 제재에 동참해 주면서 미국에 최혜국대우(MFN)를 받고 세계무역기구(WTO)에도 가입할 수 있었다. 미국이 중국을 우대한 것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북한을 압박해 주는 대가도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17년 북한의 국가 핵무력 완성 이후 미국은 중국에 무역전쟁을 걸고 대만을 부추겨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는 등 대결 자세를 취하고 있다. 중국을 견인해 북한의 핵개발을 막으려던 구상이 실패로 끝나 더 이상 중국에 혜택을 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중러가 정책을 바꾼 이유

 

1) 동병상련의 처지에 빠지다

 

2014년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자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가 러시아를 제재하였다. 그리고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대러 제재는 더욱 강력해졌다. 

 

중국 역시 화웨이와 ZTE를 필두로 2018년부터 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으며 미중 무역전쟁도 변형된 형태의 경제 제재라 할 수 있다. 

 

미국의 제재를 받는 중국, 러시아 처지에서 미국을 위해 북한을 제재하는 것은 적을 이롭게 하는 ‘이적 행위’가 된다. 

 

게다가 대북 제재가 미국을 이롭게 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자국 기업에 직접 손해를 주기도 한다. 

 

2005년 9월 미 재무부는 중국 마카오 소재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DA)를 북한의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해 제재하였다. 그 여파로 BDA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 이후 2007년 북미 협상 결과 미국은 BDA 북한 계좌 동결을 해제하였다. 그러나 정작 BDA에 대한 돈세탁 지정 철회는 2020년에야 이루어졌다. 북미 대결 과정에서 엉뚱한 중국 은행이 막대한 피해를 본 것이다. 

 

2022년 5월 미 재무부는 ‘오토 웜비어 법’에 따라 미국의 제재 대상인 고려항공을 지원한 러시아 극동은행과 또 다른 제재 대상인 조선무역은행을 지원한 스푸트니크은행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처럼 미국의 경제 제재로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는 세 나라가 서로를 제재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북·중·러가 서로 돕고 힘을 모아 미국과 맞서는 게 상식적이다. 

 

2) 북한이 우위를 점하다

 

두 나라가 싸울 때 제3국 처지에서는 힘센 나라 편을 들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편을 드는 게 국제 사회의 상식이다. 지금까지 미국이 ‘초일류강대국’을 자처하며 막강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휘두르면 대다수 나라는 미국 편을 들면서 떡고물이 떨어지기를 기대했다. 

 

예를 들어 이라크전이 석유 자원을 노린 미국의 부당한 전쟁임을 모두가 알았지만 미국의 일방적 승리가 뻔했기에 모두가 미국 편을 들었다. 한국도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이라크 파병을 결정했다. 그리고 이라크 재건 사업에 참여해 이익을 볼 수 있다는 논리가 뒤따랐다. 

 

▲ 이라크 파병동의안의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여의도 긴급행동. 2003.12.     © 참여연대

 

북미 대결에서도 미국은 ‘초강대국’, 북한은 ‘약소국’으로 통했기에 대다수 나라들은 미국 편을 들었고 중국, 러시아도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 북미 대결 과정이 길어지면서 예상과 다른 양상이 펼쳐졌다.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겠다고 여겼지만 북한은 굴복하지 않았고 미국도 섣불리 침공을 못 하면서 머뭇거렸다.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결정적으로 2017년 북한이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군사적 주도권은 북한으로 확고히 넘어가 버렸다. 이제는 북한이 미국 본토에 핵미사일을 날리겠다고 위협하면, 미국이 대화로 해결하자고 쩔쩔매는 형국이 됐다.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을 미국 방향으로 쏘아도 미국은 비상 상황에 돌입하며 야단법석을 떨지만 응징하겠다는 말을 못했다. 

 

미국이 북한에 밀리는 모습을 보며 중러는 미국의 요구를 계속 들어줄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미국의 요구로 북한을 제재하며 압박했는데 만약 북미 대결에서 북한이 승리한다면 자신이 난처한 처지에 빠지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이길 것 같은 나라 편을 드는 게 상책이다. 

 

(계속)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