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기 조종사에게 두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하나는 목표물을 정확히 맞히기가 어렵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격추당하기가 쉽다는 점이다.
이 둘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
명중률을 높이려면 고도를 낮추거나, 속도를 늦추거나, 회피기동 없이 직선으로 날아야 하는데 이러면 대공무기나 적기에 격추되기 쉽다.
그렇다고 격추를 피하고자 반대로 하면 명중률이 떨어진다.
그래서 만든 게 활공 폭탄과 유도 폭탄이다.
활공 폭탄은 폭탄에 글라이더 날개와 유도장치를 달아 마치 순항미사일처럼 이용하는 무기이다.
다만 자체 추진력이 없기 때문에 비행기가 높은 곳에서 던져준다고 보면 된다.
활공 폭탄은 100킬로미터까지도 날아가기 때문에 웬만한 공대지 순항미사일과 맞먹는다.
유도 폭탄은 글라이더 날개가 없어 활공 기능이 없이 유도 기능만 있는 폭탄으로 이 가운데는 사거리가 30킬로미터정도 나오는 것도 있다.
다만 활공 폭탄, 유도 폭탄의 사거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폭격기가 그만큼 높이 떠서 빠르게 날아야 하는데 폭격기의 고도가 올라가면 레이더에 쉽게 포착돼 격추되기 쉽다.
활공 폭탄, 유도 폭탄은 순항미사일이 나온 후에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이유는 가격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날개와 유도장치만 만들어 기존에 생산한 항공 폭탄에 부착하는 방식이라서 가격이 저렴하다.
2차 세계대전과 이후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시기 대량으로 생산해 창고에 쌓아놓은 항공 폭탄을 재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일석이조라고 할 수 있다.
무기 분야의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 운동인 셈인데 무기가 워낙에 ‘돈 먹는 하마’다 보니 이것 말고도 무기 분야의 아나바다 운동은 의외로 흔히 볼 수 있다.
1991년 걸프전 당시 사용한 유도 폭탄은 전체 투하 폭탄의 10%를 넘지 않았으나, 2003년 이라크 전쟁에서는 투하한 폭탄의 80~90%가 유도 폭탄이었을 정도로 유도 폭탄은 큰 인기를 끌었다.
미국은 활공 폭탄보다 유도 폭탄의 비중이 더 높다.
미국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유도 폭탄은 합동직격탄(JDAM·Joint Direct Attack Munition)이다.
여기서 합동(joint)은 공군과 해군이 공동으로 개발했다는 의미다.
1999년부터 사용하기 시작한 JDAM은 마크-82·83·84와 벙커버스터 BLU-109 등의 항공 폭탄에 장착하는 것으로 폭탄에 장착하면 GBU(Guided Bomb Unit)라 부른다.
예를 들어 마크-84에 장착한 JDAM은 GBU-31이라 부른다.
JDAM에는 위성항법 체계인 GPS 수신 장치와 관성유도 장치가 탑재되어 있으며 최대 28킬로미터까지 날아갈 수 있다.
JDAM은 개당 3만 달러 이하로 미사일에 비교하면 매우 저렴하며 정확도는 CEP 10미터 미만으로 매우 정확하다.
미국은 싸고, 정확하며, 기존 항공 폭탄을 재활용할 수 있는 JDAM을 대량 생산해 여러 나라에 수출했다.
2020년 2월 기준 43만 개를 생산했다고 한다.
그런데 2023년 미 국방부 기밀문서 유출 사태에서 충격적인 사실이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우크라이나 공군은 2022년 12월부터 미군이 제공한 JDAM을 사용해 상당한 전과를 올렸다.
그러나 2023년 3월부터 러시아군이 GPS 교란을 시작했고 다수의 JDAM이 여기에 당했다.
JDAM이 GPS 교란에 취약하다는 주장은 전부터 있었고 이미 미군도 이에 대비해 GPS 신호를 암호화하고 교란 전파를 수신하지 않는 기술을 적용하는 등 보완했다.
그런데도 결국 GPS 교란에 당한 것이다.
미군은 아직 정확한 원인을 못 찾은 것으로 보인다.
JDAM에 날개를 부착해 활공 폭탄으로 개량한 JDAM-ER(Extended Range)도 있는데 정작 미군은 사용하지 않고 호주가 사용한다.
미군이 사용하는 활공 폭탄은 GBU-39 소구경 폭탄(SDB)이다.
보잉이 개발하여 2006년 실전 배치되었으며 탄두 무게 93킬로그램, 사거리 150킬로미터, 정확도(CEP) 1미터의 성능을 보인다.
한국은 2013년 KGGB(Korean GPS Guided Bomb)라는 활강 폭탄을 개발했다.
마크-82 항공 폭탄에 부착하는 KGGB는 최대 사거리 100킬로미터에 투하 후 경로 변경도 가능하며 어떤 전투기에도 장착할 수 있는 무기로 모든 면에서 JDAM보다 우수하다고 한다.
다만 대당 가격이 1억 원에 달하는 것은 단점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유도폭탄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남·북·미 무기열전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