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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무기 열전 31] 스텔스기의 허와 실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3/11/02 [07:42]

[남·북·미 무기 열전 31] 스텔스기의 허와 실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3/11/02 [07:42]

스텔스기의 한계

 

스텔스기의 가장 큰 약점은 ‘돈’이다. 

 

일단 개발, 생산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간다. 

 

전 세계 국방비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는 미국의 국방비로도 감당이 안 돼 계획대로 생산하지 못하는 처지다. 

 

B-2 스피릿은 원래 132대를 요구했지만 대당 가격이 22억 달러나 하는 바람에 21대 생산으로 그쳤고 F-22 랩터도 처음에 750대를 계획했다가 195대 생산으로 축소했다. 

 

미국이 F-35 라이트닝 II의 해외 판매, 공동 개발에 집착하는 이유도 돈 때문이다. 

 

유럽 각국과 인도, 일본 등도 각자 개발하다가 도저히 감당이 안 돼서 두세 나라씩 합작을 하고 있다. 

 

개발, 생산에도 많은 돈이 들지만 운영·유지비도 천문학적으로 들어가는 게 스텔스기의 특징이다. 

 

미 국방부는 F-35를 총 2,500대 구입할 계획인데 여기에는 약 4천억 달러가 들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전투기의 운영·유지비는 무려 1조 2,700억 달러에 이른다. 

 

운영·유지비가 전투기 구입비의 세 배가 넘는 것이다. 

 

운영·유지비가 이렇게 비싼 이유는 전파 흡수 물질(RAM)이 들어있는 스텔스 도료를 수시로 다시 발라줘야 하기 때문이다. 

 

RAM은 고온에 약하기 때문에 초음속 비행을 할 때 공기 마찰로 인한 열에 파괴된다. 

 

▲ F-22 조종석 앞부분에 바른 스텔스 도료가 파손된 모습. F-22의 비행시간 당 유지비는 평균 6,500만 원 수준이라고 한다.  [출처: X]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공기 마찰을 줄이는 설계를 해야 하는데 이게 비행기 기동성을 떨어뜨린다. 

 

결국 초음속 비행기가 초음속 비행을 자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F-35의 경우 최대 속도가 마하 1.6이지만 실제로는 마하 1.2로 속도를 제한하고 있으며 그마저도 1분 이내로 시간까지 제한하고 있다. 

 

한국군이 사용하는 F-35는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스텔스 도료를 칠하기 위해 록히드 마틴이 지정한 정비창으로 가야 하는데 한국에는 없고 일본, 호주에 있다. 

 

즉, 초음속 비행을 하고 나면 일본이나 호주로 보내 스텔스 도료를 다시 칠하고 와야 한다는 것이다. 

 

꼭 초음속 비행을 하지 않아도 스텔스 도료를 주기적으로 다시 칠해줘야 하므로 운영·유지비가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비쌀 수밖에 없다. 

 

또 스텔스 도료는 칠하고 나서 마르는 데 이틀이 걸린다. 

 

초기에 F-22는 1시간 비행하고 34시간이나 스텔스 도료 칠 등 정비를 했다고 한다. 

 

초음속 비행 후 며칠씩 사용을 못 하면 실전에서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스텔스기는 사용에 많은 제약이 따르고 운영·유지비도 비싸다는 단점이 있다. 

 

 

스텔스 탐지 기술의 진화

 

1991년 이라크전으로 화려하게 등장한 스텔스기 F-117(사실 1989년 미국의 파나마 침공 때 처음 출격했지만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은 1998년 코소보 전쟁 때 유고슬라비아군에 격추되며 체면을 구겼다. 

 

유고슬라비아군이 F-117을 격추한 비결은 아직도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SA-3로 추정되는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되었다는 점만 확인될 뿐이다. 

 

한때는 F-117이 폭탄을 투하하기 위해 폭탄창을 열었을 때 레이더에 포착되었다는 주장이 널리 퍼졌다. 

 

하지만 아무리 발 빠르게 움직인다고 해도 폭탄창을 여는 그 짧은 시간에 레이더로 포착해 미사일을 날려 보내 격추하는 건 상상하기 힘들다. 

 

게다가 미군도 이미 폭격을 끝내고 귀환하다가 격추당했다고 하면서 이 주장은 설득력을 잃었다. 

 

가장 설득력 있는 주장은 유고슬라비아군이 사용한 UHF 밴드 장파장 레이더가 F-117을 탐지했다는 것이다. 

 

레이더가 사용하는 파장은 다양한데 파장이 짧으면 해상도가 높고 레이더 크기도 작아지는 대신 탐지 거리가 짧고, 반대로 파장이 길면 해상도도 낮고 레이더 크기도 커지지만 대신 탐지 거리가 길어진다. 

 

그 가운데 스텔스기가 주로 흡수하는 전파는 파장이 짧은 X 밴드 레이더 전파다. 

 

따라서 파장이 긴 UHF 밴드 레이더는 스텔스기를 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러 나라가 X 밴드 레이더가 아닌 VHF 밴드, L 밴드 등 장파장 레이더를 동시에 이용해 스텔스기를 탐지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민감도가 높은 최신 능동 위상배열 레이더(AESA)도 스텔스기를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미 레이시온사가 개발한 최신 AESA 레이더인 AN/SPY6는 일반 레이더에서 골프공 크기로 보이는 스텔스기 F-35A를 330킬로미터 밖에서 포착할 수 있다. (「스텔스기 잡는 ‘만능 레이더’ 2024년 호위함에 장착한다」, 서울신문, 2020.11.12.)

 

러시아의 대공 미사일인 S-300, S-400의 AESA도 VHL·L·X 밴드 파장을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스텔스기를 탐지할 수 있다고 한다. 

 

스텔스기는 레이더에서 완벽하게 사라지는 게 아니라서 상대국에 종종 포착된다. 

 

중국은 2015년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 중국군 스텔스기인 J-20에 탑재한 레이더로 110킬로미터, 150킬로미터 떨어진 F-22, B-2 스텔스기들을 포착했다고 하였다. 

 

또 중국 CCTV는 2017년 동중국해에서 비행 중인 F-22를 탐지했다고 보도했다. 

 

2017년 10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이스라엘의 F-35I가 시리아군의 지대공 미사일 S-200에 맞아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 직후 이스라엘 F-35I 1대가 가동 중단되었다는 보도가 나와 연관이 있는지가 논란이 됐다. 

 

또 2018년 9월 24일 Su-35 전투기 조종사로 추정되는 인물이 시리아에서 비행 중 찍은 F-22 사진을 공개하는 일도 있었다. 

 

▲ Su-35가 촬영한 F-22.   © Fighter-Bomber

  

한편 패시브 레이더도 스텔스기를 탐지할 수 있다. 

 

유고슬라비아군도 UHF 밴드 레이더가 아닌 패시브 레이더로 F-117을 포착했다는 주장이 있다. 

 

패시브 레이더란 일반 레이더와 달리 전파를 쏘지 않고 물체가 발신하는 전파를 포착해 물체를 탐지하는 장치로 엄밀히 말하면 레이더가 아니라 전파 감지기다. 

 

스텔스기도 무선 통신이나 레이더를 작동하며 전파를 발신하므로 패시브 레이더가 포착할 수 있다. 

 

유고슬라비아군이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패시브 레이더는 체코의 국영기업 테슬라가 개발한 타마라 레이더다. 

 

이후 체코는 타마라 레이더를 개량한 베라 레이더를 개발했으며 중국도 타마라 레이더를 입수해 자체 패시브 레이더인 YLC-20을 개발했다. 

 

스텔스기를 탐지하는 레이더 개발이 가장 활발한 나라는 중국이다. 

 

2019년 중국전자과기(CETC)는 스텔스기 탐지 능력을 갖춘 레이더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레이더는 통상 사용하는 전파와 적외선 사이의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하는데 파장이 짧은 만큼 먼 거리를 탐지하지 못하는 게 단점이다. 

 

2022년에는 300킬로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는 스텔스기를 탐지하는 소형 적외선 탐지 장치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런 레이더들이 실전에 쓰이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스텔스 기술도 더 발전할 것이다. 

 

아직 스텔스기도 완벽하지 않고, 스텔스기를 탐지하는 기술도 완벽하지 않다. 

 

창과 방패의 경쟁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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