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1만 328명이 사망했고, 무너진 건물 아래 실종된 사람이 2천여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 중 어린이와 여성이 6,956명으로 67%이다. (연합뉴스 그래픽, 2023.11.8.)
그리고 이스라엘은 지난달 17일(현지 시각) 가자 지구 알아흘리 아랍병원을 폭격해 471명의 사람이 숨지게 했다. 병원에는 환자들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폭격을 피해 민간인들이 모여 있어서 그 피해가 더욱 컸다. 또한, 지난 10일에는 북부 지역 피난민 수천 명이 모여 있는 알시파 병원을 폭격해 13명이 사망하였고, 세계보건기구(WHO)도 이 병원이 폭격당했다고 확인했다.
어린이와 여성 그리고 노인을 가리지 않는 이스라엘의 병원과 학교를 포함한 무차별 폭격은 살인 만행이자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행위이다.
또한, 가자 지구에 대한 전면적인 전력과 연료공급 차단으로 병원의 절반이, 1차 의료시설의 3분의 2가 폐쇄됐다.
이는 국제적십자 운동과 국제인도법 위반일 뿐만 아니라 명백한 전쟁범죄이다.
국제적십자는 전시에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부상병에게 보호와 간호를 제공하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활동을 한다.
또한, 무력 충돌에 직접 영향을 받는 민간인뿐 아니라 전쟁으로 물과 식량, 보건 진료, 거처, 의복 등 필수적인 것을 박탈당한 어린이와 여성 그리고 노인 등을 구호(救護)한다.
지춘란은 중국의 국공내전(인민해방전쟁)과 한국전쟁에 참전하여 2개의 전선에서 미국과 싸웠지만, 의료 요원으로 국제적십자 정신에 따라 적군과 아군을 차별 없이 간호했다.
지춘란, 국제적십자 정신에 따라 피아(彼我)를 구분하지 않다
국공내전에서의 지춘란 행적은 판결문에 “피고인 지춘란은 4280.3.25 만주 길림성에서 중공군 제72단 전사(위생원)로 입대 후 만주 중국 본토에서 국부군과 대전하면서 중공군 부상병을 치료하여 오던 중 4282.5월 양사(소위)로 승진 4282.9.4 중국 공산당에 입당”이라고 되어있다.
그러나 이중 “중공군 부상병을 치료”는 완전히 날조된 허위 판결이다.
지춘란은 중국 인민해방군뿐만 아니라 장제스 국부군도 차별하지 않고 간호하고 보호했다.
부군 황금수는 “국공내전 당시 지춘란은 총은 가지고 다녔지만, 워낙 전상자가 많아 피아(彼我)를 구분하지 않고 의료 행위에만 전념했다고 한다. 전상으로 죽어가는 사람을 차별 치료한다는 것은 의료 요원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한다”라고 증언했다.
그리고 조선일보(1954년 10월 15일) 중앙고등군법 기사는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정당한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이 아시다시피 최근의 인지(印支, 인도차이나반도의 동부를 차지한 옛 프랑스령 연방. 지금은 베트남, 라오스, 캄보디아의 세 독립국으로 되어있다 - 필자 주) 전쟁에서 호지명 공산군은 불란서[프랑스]의 간호장교를 즉시 보낸 사실이 있는 만큼 나는 적십자(赤十字) 요원이니 즉시 이북으로 보내주기바란다”라고 한 것처럼 지춘란은 자신이 적십자 요원임을 강조했다.
지춘란은 이미 인도차이나전쟁과 베트남 호찌민 등 국제정세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리고 국제적십자 운동과 1949년 국제인도법의 주요 조약인 제네바 4개 협약 중 제3협약(포로의 대우에 관한 제네바협약)에 대해서도 꿰뚫고 있어 이북으로 송환을 주장했다.
국제적십자 운동의 기원과 앙리 뒤낭
국제적십자 운동을 제안한 사람은 제네바의 사업가 앙리 뒤낭이다.
그는 1859년 6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의 전쟁으로 수천 명의 사망자와 부상자들이 죽어가는 참혹한 상황을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각 나라의 의무부대만이 이들을 간호하다 보니 의료 요원의 한계가 있어, 치료받지 못한 양측 군인들은 지치고 피 흘리는 몸을 이끌고 자기들의 진지로 돌아가는 것을 뒤낭은 보게 된다.
그는 이런 참담한 상황을 보고 무조건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즉시 마을의 교회 안에 임시 병원을 설치하여 죽어가는 부상병들이 평화롭고 조용히 치료받을 수 있도록 했다.
이후 제네바로 돌아온 뒤낭은 당시 전투의 참상과 그의 체험을 담은 『솔페리노의 회상(UnSo uvenir de Solferino)』 이라는 책을 1862년 11월에 출판한다.
그리고 전시에 적군과 아군 가리지 않고 부상병에게 간호와 보호를 제공할 수 있는 중립적이고 독립적인 봉사단체를 모든 나라에 설치할 것을 그는 제안한다.
당시 뒤낭의 생각은 혁명적이었으며, 1864년 제네바에서 외교회의가 소집되어 부상병들을 위한 중립적이고 인도주의적 지원에 대한 최초의 제네바협약이 채택된다.
국제인도법과 국제적십자 운동 기본원칙
국제인도법(International Humanitarian Law)은 국제적 또는 비국제적 무력 충돌 시 전투 능력을 상실하였거나 적대행위에 가담하지 아니하는 사람 (부상자, 병자, 포로, 민간인, 의무 또는 종교 요원, 적십자 구호 요원 등) 들에 대하여 국적, 인종, 종교, 계급, 정치적 견해 등에 어떠한 차별 없이 그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전쟁의 수단과 방법을 금지하거나 제한함으로써 무력 충돌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국제법의 한 분야이다.
그리고 두 번에 걸친 세계대전이 끝나고 1945년 제네바 4개 협약이 추가된다.
오늘날 국제인도법의 핵심 부분인 제네바협약에 조인한 국가는 거의 200여 개나 된다.
국제적십자 운동 기본원칙 중 대표적인 것이 인류애(Humanity)와 공평(Impartiality) 그리고 중립(Neutrality)이다.
인류애는 전쟁터에서 부상자를 차별 없이 도우려는 열망에서 탄생한 국제적십자 운동의 사명이다. 운동의 목적은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며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고 보장하는 데 있다.
공평은 극적, 인종, 종교적 신념, 계급 또는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차별하지 않는다. 오직 개개인의 절박한 필요에 따라 고통을 덜어주고 가장 위급한 재난부터 우선 해결하도록 노력한다.
중립은 지속해서 모든 사람의 신뢰를 받기 위해 적대행위가 있을 때 어느 편에도 가담하지 않고 어떤 경우에도 정치적, 인종적, 종교적 또는 이념적 성격을 띤 논쟁에 개입하지 않는다.
팔로군 출신 지춘란과 마오의 3대기율과 8항주의
부군 황금수는 “지춘란은 국공내전에서 중국인민해방군 제4야전군 총사령관 임표(林彪, 린뱌오, 1907~1971) 산하 신사군 소속이었다. 칠흑 같은 야밤에도 정확하게 주사를 놓고 치료를 감당하는 능력이 있었다. 또한 이론과 실력을 겸비한 중국 야전병원 의료 성원으로, 전상자 병동과 중증 병동 중 당적 서열에 의해서 중증 병동 책임을 맡았다”라고 지춘란을 소개했다.
또한, 제3지대 남도부 빨치산 생존자 성일기의 증언을 토대로 한 정원석 장편소설 『북위 38도선(하)』(교학사, 2006)에 따르면 “갈산 고지에서 남도부 사령관의 수발을 든 지춘란은 중국 팔로군 간호 중위로 동북 지방 의용군 출신이었다. 일월산에서 사령관을 따라 남하했다”라고 쓰여있다.
지춘란은 중국 국공내전 당시 팔로군 소속이었다.
부군 황금수는 “지춘란이 가끔 혼자서 중국 군가를 부르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모든 규율, 강령, 지시가 전부 노래로 정리되어 실천하는 것이 특색이었다. 나는 중국어를 모르기 때문에 내용을 질문하면, 무찌르자, 적을 죽이자 이런 구절은 없고 주로 인민을 도와주자, 지켜주자, 모든 인민에게 고통을 주면 안 된다. 이런 내용이었다”라고 증언했다.
1947년 10월 10일, 국공내전 당시 마오쩌둥은 ‘중국 인민해방군 총사령부가 3대기율 8항주의(三大規律 八項注意)를 재차 반포할 것에 대한 훈령’을 기초했다. 이때부터 ‘3대기율, 8항주의’는 전군의 통일된 기율이 되었다.
지춘란은 황금수와 살면서 자연스럽게 마오쩌둥의 ‘3대기율과 8항주의’를 이야기했다.
<3대기율의 노래>
첫째는요, 모든 행동은 지휘에 따르지요. 발걸음 일치하면 승리할 수 있답니다. 둘째는요, 군중에게서 바늘 하나 실 한오라기라도 가져오면 안 되지요. 군중들이 우리를 옹호하고 좋아한답니다. 셋째는요, 모든 노획물은 공용으로 하지요. 인민의 부담을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3대 기율은 바로 우리가 만든답니다.
<8항주의를 잊지 말자 노래>
하나, 말은 부드럽게, 군중들을 존중하자. 거만하면 안 됩니다. 둘, 물건을 사면 공정한 값을, 힘으로 강탈하면 절대 안 돼. 셋, 빌린 물건은 돌려주자. 손해를 끼치면 절대 안 돼. 넷, 부서진 물건은 배상해요, 배상액은 제값으로. 다섯, 때리거나 욕하면 절대 안 돼, 군벌의 버릇은 반드시 고칩니다. 여섯, 농민의 작물을 사랑합시다. 행군이나 작전 때는 조심 또 조심 일곱, 부녀자를 희롱하면 큰일 납니다. 우리는 불량배가 아니니까요. 여덟, 포로 학대는 절대 안 돼, 때려도 안 돼. 호주머니를 뒤지면 더 안 되네.
기율을 준수하자. 우리 모두 각성하자. 서로서로 감독하고 위반은 절대 금지 혁명 기율 조항들을 우리 모두 기억하자. 전사들은 곳곳에서 인민들을 사랑하세. 조국을 보위하고 영원히 전진하자. 전국의 인민들이 우리를 사랑하네. 우리를 환영하네.
※ 격주로 연재합니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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