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전후로 항공모함 사상 최대 집결
얼마 전 미국의 한 언론사가 오는 4~5월쯤 한반도 주변에 미 항공모함 5척이 집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재 한반도 인근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 칼빈슨함 외에 에이브러햄 링컨함, 조지 워싱턴함이 전개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에이브러햄 링컨함은 2월 5일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출항해 전투준비태세 훈련을 마치고 4월께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으로 올 전망입니다.
또 대서양에 있는 조지 워싱턴함도 로널드 레이건함과 교대를 위해 4~5월 한반도 인근 서태평양으로 움직일 예정입니다.
로널드 레이건함은 원래 모항이 일본 요코스카이며, 칼빈슨함과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은 미 해군 항공모함의 해외 전개 주기가 6개월임을 고려하면 각각 4월, 7월까지 서태평양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할 전망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2월 말 이탈리아 항공모함인 ITS 카보우르함도 인도·태평양으로 오는데 이탈리아 언론에 따르면 이 항공모함이 일본 경항모와 함께 연합훈련을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일본 경항모는 이름만 경항모일뿐 카보우르함보다 갑판이 더 긴 항공모함입니다.
영국도 항공모함을 보내려 했지만 긴급 수리를 해야 해서 연기했다고 합니다.
항공모함이 없는 독일, 네덜란드는 해군 호위함을 인도·태평양에 보낼 방침입니다.
인도·태평양의 중심이 동아시아라는 걸 고려하면 공교롭게도 우리 총선을 전후로 항공모함 7척에 경항모, 호위함들이 한반도 인근에 집결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흔히 항공모함을 ‘떠다니는 군사기지’라고 부르는데 항공모함은 절대 혼자 다니지 않으며 항모전단으로 묶여서 다닙니다.
항모전단은 항공모함 1척에 이지스함 3~4척, 핵잠수함 2척 이상, 군수지원함 등이 따라다닙니다.
항공모함에 탑재한 수십 대의 함재기까지 생각하면 항모전단 하나가 웬만한 중소국의 해군·공군력을 합친 것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이걸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7개, 경항모까지 따지면 8개나 모은다니 무슨 세계대전이라도 하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군사전문가인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 항공모함 5척이 한반도 인근에 실제로 집결한다면 북한을 공포에 떨게 할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항공모함의 집결이 북한을 압박하려는 조치임을 숨기지 않는 것입니다.
항공모함을 모아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의문도 듭니다.
보통은 미 항공모함이 1개만 출현해도 지역의 나라들이 긴장합니다.
예를 들어 이번에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항공모함 2대를 중동 인근에 급파했습니다.
팔레스타인은 물론 시리아, 레바논, 이란 등 주변국을 압박, 견제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그런데 북한을 향해서는 툭하면 항공모함 3대를 동원하더니 이제는 아예 5대, 7대를 끌어모았습니다.
북한은 항공모함 3대로 압박이 안 되는 강심장이라고 판단한 것일까요?
아니면 압박 정도를 넘어서 진짜 심각한 군사 행동을 하려는 것은 아닐까요?
하필이면 한국 총선이 있는 때에 맞춰 항공모함을 대규모로 모은다니 뭔가 계획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추론하는 게 합리적일 것입니다.
가장 쉽게 추론할 수 있는 건 연일 대북 강경책을 쏟아내는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승리를 위해 북한과 국지전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군사적 충돌이 발발하면 곧바로 전면전으로 확산할 것 같습니다.
북한이 그렇게 공언하고 있습니다.
자칫하면 한반도에서만 전면전을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일본과 미국까지 핵미사일이 날아갈지도 모릅니다.
이걸 막기 위해 항공모함을 끌어모으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항공모함을 어마어마하게 모아서 북한에 ‘윤석열이 때려도 너는 가만히 맞고 있어라’라고 위협하는 것이지요.
아니면 ‘연평도 포격전 정도는 허용하지만 한국 전역을 공격하면 곧바로 항공모함이 개입하겠다’는 압박을 가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즉, 한반도에서 국지전만 일어나도록 제어하기 위해 항공모함을 끌어모으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북한의 강경 대응은 계속된다
북한은 새해 들어 연일 신무기들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월 14일 고체 연료를 사용한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1월 19일 핵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5-23 시험을 진행했으며, 1월 24일과 28일 전략 순항미사일 불화살-3-31형을 시험발사했습니다.
또 1월 30일 전략 순항미사일 화살-2형 발사훈련을 했고, 2월 2일 순항미사일 초대형 탄두 위력시험과 신형 대공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으며, 2월 12일 유도 기능을 갖춘 신형 240밀리미터 다연장로켓탄 사격 시험을 했고, 2월 14일 신형 지대함 순항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 시험을 했습니다.
이러한 북한의 군사 행동을 보면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북한의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18일 대륙간 탄도미사일 화성포-18형 발사훈련을 한 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워싱턴이 우리를 상대로 잘못된 결심을 내릴 때는 우리가 어떤 행동에 신속히 준비되어 있으며 어떤 선택을 할지를 뚜렷이 보여준 계기로 되었다. 우리의 흔들림 없는 초강경 대응 의지와 절대적 힘을 다시금 똑똑히 시위하였다”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면 미국 본토를 전략 핵미사일로 공격하겠다고 분명히 보여준 것입니다.
올해 들어 등장한 각종 미사일, 수중 공격정들은 사거리를 따져볼 때 한반도 주변에 모여드는 항공모함, 한국과 일본의 군항에 정박한 군함들을 핵폭풍으로 날리고 핵 해일로 뒤집어엎겠다는 구상을 보여준 것입니다.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아마도 하와이나 괌의 미군 기지를 겨냥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와이에는 미 인도-태평양사령부가 있으며 괌에는 앤더슨 기지와 아프라항 등 동아시아를 겨냥한 미군의 핵심 시설이 있습니다.
북한의 전략 순항미사일의 사거리는 대략 2천 킬로미터로 한국은 물론 일본 오키나와까지도 충분히 도달합니다.
북한이 개발한 핵 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은 사거리가 최대 2천 킬로미터일 것으로 추정되는데 청진에서 출발해 혼슈와 훗카이도 사이를 지나 요코스카까지 가면 대략 2천 킬로미터가 나옵니다.
요코스카에는 미 제7함대 사령부와 주일미해군, 해상자위대 요코스카 지방대가 있는데 항공모함 1척, 순양함 1척, 구축함 12척, 지휘함 1척, 소해정 2척 등 미국, 일본의 방대한 해군 무력이 밀집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은 한국은 물론 북한을 겨냥한 여러 미국, 일본 기지와 항공모함 함대를 핵무기로 동시 공격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240밀리미터 로켓탄 시험은 용산에 있는 대통령실과 합동참모본부 등을 외과 수술식으로 정밀 타격하겠다는 구상을 보여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거 사례에서 보면
지금 북한과 미국은 서로를 압박하는 형국이며 강대강 대결이 점점 고조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누가 상대의 압박에 겁을 먹느냐가 중요한데 북미 모두 상대가 공포를 느끼고 있고 또 느끼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우리로서는 이것을 판별할 정보나 능력이 없으니 그저 과거 사례를 찾아 참고할 뿐입니다.
북한과 미국의 군대가 처음 대면한 것은 한국전쟁 초기인 1950년 7월 5일 오산입니다.
미 제24보병사단 사단장 윌리엄 딘 소장은 사단 내 가장 전투 준비가 잘 되어 있는 제21연대에서도 제2차 세계대전의 경험이 풍부한 지휘관이 있는 제1대대를 오산에 파견해 북한군을 저지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지휘관인 찰스 스미스 중령의 이름을 따서 흔히 스미스 특수임무부대라 부르는 이 부대는 즉시 한국에 출동했습니다.
오산에 도착한 스미스 특무부대는 전투태세를 갖추고 북한군을 기다렸습니다.
이윽고 북한군 전차부대가 나타났습니다.
스미스 특무부대가 포격을 가하고 총을 쏘았는데 북한군 전차는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방어선을 돌파해 지나가버렸습니다.
어리둥절해진 미군은 북한군이 자신을 한국군으로 착각한 것 같다고 짐작하고는 북한군 전차 행렬에 대고 “우리는 한국군이 아니다. 우리는 미군이다!”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그리고 1시간 뒤 북한군 본진이 나타나 일방적 공격을 퍼부어 스미스 특무부대는 540명 중 40%가 사상하는 궤멸적 타격을 입었으며 스미스 대대장은 급히 철수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너무 정신없이 철수하는 바람에 B중대 2소대는 철수 명령을 받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또 얼마나 혼비백산 했는지 일부 병사는 오산에서 동해안까지 걸어서 도망가거나 서해안까지 도망가 조각배를 타고 부산으로 도주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나중에 미국의 역사학자 존 톨랜드는 한 북한 장교에게서 당시 전투에 참전한 미군이 너무 겁에 질려 싸울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전쟁 직전까지 갔던 1968년 푸에블로호 사건도 대표적인 북미 대결 사례입니다.
북한은 1968년 1월 23일 미국의 ‘첩보선’ 푸에블로호가 영해를 침범했다며 배를 나포했습니다.
푸에블로호의 구조 요청을 받은 미국은 대책을 논의하다가 결국 구조를 포기하였습니다.
구조 요청을 받은 즉시 주한미군이나 주일미군의 전폭기를 출격하면 충분히 구조할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2010년 기밀 해제된 당시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 회의록에 따르면 백악관은 푸에블로호 구출을 위해 북한을 공격하면 북한이 대미 전쟁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어서 구조를 포기했다고 합니다.
당시 주한미군은 수백 발의 전술핵무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핵무기도 없는 북한을 상대로 하면서 전면전이 발발할까 우려했다는 게 이상하지만 실제로 그랬다고 합니다.
그래도 미국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데 북한에 밀리는 모습을 보일 수 없어 항공모함을 3척이나 투입해 북한을 위협했습니다.
배와 승무원을 내놓으라는 것입니다.
베트남전이 한창인데 항공모함을 3척이나 동원한 것을 보면 미국이 단단히 벼른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전쟁이 날 것을 우려한 소련도 미국과 타협하라며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보복에는 보복, 전면전에는 전면전으로”라고 선언하고 전시 동원체제를 선포했습니다.
항공모함에 겁을 먹고 물러서기를 기대했던 미국은 오히려 전면전을 준비하는 북한을 보며 계속 대결을 할 수 없었나 봅니다.
결국 미국은 북한이 원하는 대로 3A, 즉 영해 침범을 인정(Admit)하고 사과(Apologize)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Assure)하고 승무원을 돌려받았습니다.
다만 푸에블로호는 전리품이라는 이유로 돌려받지 못했고 지금도 북한에서 반미 교양 자료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전쟁의 불구름이 보인다
최근 러시아가 한반도 전쟁 위기의 심각성을 계속 경고하고 있습니다.
1월 31일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발표해 “최근 한반도에서 긴장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부 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은 2월 3일 서울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에 상당한 분쟁 가능성이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북한 주재 러시아 대사도 7일 타스통신과의 대담에서 “한반도의 상황은 미국의 모험주의 정책으로 인해 매우 걱정스러운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이반 젤로홉체프 러시아 외무부 제1아시아국장 역시 11일 리아노보스티통신 대담에서 “한반도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 가능성이 급격히 증가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외부에서 볼 때 한반도 전쟁 위기가 그만큼 심각한가 봅니다.
윤석열은 이번 설 명절에 최전방에 있는 해병 부대를 찾아가 “적이 도발할 경우 ‘선조치, 후보고’ 원칙에 따라,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단호하고 압도적으로 대응해 적의 의지를 완전히 분쇄”하라고 했습니다.
한반도에 전쟁의 불구름이 덮쳐오고 있습니다.
눈에 선히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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