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4일 오전 동해에서 신형 지대함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사격 시험을 진행했습니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설정한 ‘북방한계선(NLL)’을 부정하며 이게 북한의 주권을 침해한다고 명확히 언급한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월 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도 ‘북방한계선’을 “불법 무법”이라고 부르며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번 발언도 그 연장선에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발언에서 주목할 점은 ‘주권 침해’에 대한 대응도 분명히 했다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말이나 글로 대응했는데 앞으로는 바다수리-6형 미사일과 같은 무력으로 대응하겠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지금껏 북방한계선을 인정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실력으로 그것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북한은 “우리 국가의 남쪽 국경선이 명백히 그어”졌다고 했습니다.
즉, 북방한계선이 아닌 북한 자체의 서해 국경선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북한이 규정한 국경선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대체로 북한이 1999년 9월 2일 선포한 ‘조선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이 아니겠느냐 추정하고 있습니다.
국제해양법을 근거로 그은 이 선은 북방한계선보다 한참 남쪽에 있으며 서해 5도가 이 선 북쪽에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2000년 3월 23일 별도로 ‘5개 섬 통항 질서’를 발표해 한국 배들이 서해 5도를 오갈 때 이용할 수로를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발언을 보면 북한이 설정한 국경선과 1999년 선포한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특히 적들이 구축함과 호위함, 쾌속정을 비롯한 전투함선들을 자주 침범시키는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 태세를 강화”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여기에서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이라는 표현을 주목해야 합니다.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이 국경선이라면 연평도와 백령도 남쪽에 국경선이 있어야 합니다.
따라서 북한이 새로 설정한 국경선과 기존의 ‘서해 해상군사분계선’은 다른 선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게 이번에 새롭게 규정한 국경선인지, 전부터 북한 내부적으로 규정한 국경선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쨌든 북한이 자체로 규정한 서해상 국경선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어느 시점에 북한이 서해 국경선을 공개적으로 발표할 수도 있겠지만 그때까지 우리는 알 수가 없습니다.
전에는 북한에 “대체 그 국경선이 어디냐?”라고 물어볼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남북 대화가 완전히 차단된 상황이라 물어볼 방법도 없습니다.
북한이 서해 국경선을 정확히 알려주지 않은 상태에서 ‘여기를 넘어오면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우리에게 더 큰 문제입니다.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공포 영화 「싸이코」를 보면 살해 장면이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제한된 정보와 분위기만으로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해서 극한의 공포를 선사합니다.
무지에서 오는 공포심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려주는 좋은 예입니다.
북한이 ‘국경선을 침범하면 공격한다’면서도 정작 국경선이 어딘지를 알려주지 않는 이런 태도는 우리 군의 공포심을 극에 달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공포심은 꽃게잡이, 고기잡이, 군사훈련 등 서해 5도 인근에서 무언가를 할 때마다 우리 군에게 상존할 것입니다.
북한이 말한 서해 국경선이 어디인지 모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더 후퇴하여 상상의 국경선을 설정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즉·강·끝’, ‘선조치, 후보고’를 주장해 온 윤석열 정권 입장에서 모양새가 빠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언제부터인가 ‘선제타격’, ‘두세 배 응징’ 같은 말이 사라져 버린 것처럼 윤석열 대통령은 또 후퇴하게 되는 것이지요.
물론 윤석열은 이런 상황에서도 북한이 무력을 사용하건 말건 우리는 갈 길 가겠다며 북방한계선이 서해 국경선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전처럼 행동하거나 더 강하게 나갈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전쟁은 피할 길이 없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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