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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준44] 북한의 북일대화 거부에서 드러난 이모저모

문경환 기자 | 기사입력 2024/04/03 [09:30]

[정조준44] 북한의 북일대화 거부에서 드러난 이모저모

문경환 기자 | 입력 : 2024/04/03 [09:30]

북한, 하루 만에 북일대화 거부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북일정상회담에 관해 3월 25, 26일 이틀 연속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3월 25일 담화에서 김여정 부부장은 “최근에도 기시다 수상은 또 다른 경로를 통해 가능한 빠른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우리에게 전해왔다”라고 밝히면서 북일관계 개선에서 중요한 것은 일본의 정치적 결단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월만 해도 기시다 총리는 북일정상회담에 관해 개인적인 소견만 밝혔는데 이번에는 북한에 직접 의향을 전달한 걸로 보아 빨리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일본 내각관방장관이 납치자 문제와 북핵 문제를 언급하면서 일이 틀어진 듯합니다. 

 

북한은 일본인 납치자 문제가 이미 해결됐기 때문에 다시 논의할 수 없다고 했는데 내각관방장관은 “전혀 받아들일 수 없다”라고 반박했고 “핵, 미사일 등의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한다는 방침에 변함이 없다”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러자 김여정 부부장은 3월 26일 담화에서 “일본은 역사를 바꾸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며 새로운 북일관계의 첫발을 내디딜 용기가 전혀 없다”라고 평가하며 “북일정상회담 관련 발언은 자기의 정치적 목적에 따른 것”이라고 규정했습니다. 

 

그러면서 “북일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있어서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일본 측과의 그 어떤 접촉도, 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고 선언했습니다.

 

북한이 하루 만에 일본과 대화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분명히 밝힌 것입니다. 

 

북한은 일본이 ‘새로운 북일관계’로 나아갈 ‘정치적 결단’을 할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앞으로 일본과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신원식 장관도 대화와 공존 주장

 

북한이 26일 북일대화를 거절하자 미 국무부 대변인은 29일(현지 시각) “우리는 북한과의 대화와 외교의 중요성에 대해 매우 분명하게 밝혀왔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대북 대화 추진의 막후가 미국이라는 증거입니다.

 

원래 일본의 군사, 외교 정책은 미국의 하위 임무를 담당해 왔습니다. 

 

특히 대북 정책은 미국의 주요 관심사이기 때문에 북일정상회담을 일본이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없는 일입니다. 

 

모두 미국의 전략, 계획, 지시에 따라 추진하였다고 보아야 합니다.

 

일본의 전제 조건 없는 북일정상회담 제안은 미국의 ‘조건 없는 대화’ 전략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은 북한이 계속 거절하는데도 틈만 나면 ‘조건 없는 대화’를 하자고 북한에 매달립니다. 

 

한편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3월 18일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북한을 향해 “도발을 멈추고 대화에 나서 남북한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합리적인 길을 찾아주길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압도적 대응’, ‘참수’를 운운하고 ‘즉·강·끝’, ‘선조치 후보고’로 북한에 강력 대응할 것을 주장하던 신원식 장관이 매우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화, 공존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미국의 ‘비핵화 중간 단계’ 정책, 일본의 북일정상회담 제안, 신원식 장관의 대화·공존 발언이 서로 무관해 보이지 않습니다. 

 

미국은 계속해서 북한과 대화할 방법을 찾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그때마다 거절하고 있습니다.

 

일본을 대하는 초고압적 태도

 

김여정 부부장 발언에서 북한이 일본을 대하는 태도가 고압적인 것을 넘어 초고압적으로 보입니다.

 

김여정 부부장은 “북일정상회담은 우리에게 있어서 관심사가 아니다”라며 일본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습니다. 

 

또 아직 대화를 거부하기 전인 25일 담화에서도 “자기가 원한다고 하여, 결심을 하였다고 하여 우리 국가의 지도부를 만날 수 있고 또 만나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시다) 수상은 알아야 한다”라며 초고압적인 태도를 보였습니다. 

 

KBS 뉴스는 27일 보도 「예상됐던 파국?…북한은 무엇을 원했을까」에서 “북한의 잇단 일방적 발표에 일본은 일단 외교적으로 다소 망신을 당한 모양새가 됐습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이 일본을 이렇게 대할 수 있는 배경은 뭘까요?

 

북한은 일본을 물리쳐야 할 침략자, 숙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제강점기에는 한반도를 침략하였고 지금은 미국과 함께 북한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일본을 반드시 없애버려야 하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북한은 자신의 힘이 강하기 때문에 일본을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은 일제강점기에도 자신의 힘, 항일무장투쟁으로 일본을 물리쳤다는 역사 인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핵과 미사일을 모두 가진 전략국가로서 미국의 하수인으로 여기는 일본을 더 가볍게 대하는 것일 테지요.

 

북한은 일본에 원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아쉬운 것도 없습니다. 

 

북한은 자립적으로 경제를 발전시키고 있기 때문에 일본에 경제적으로 원하는 것이 없습니다.

 

반대로 일본은 북한에 바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본이 이번 정상회담을 추진한 데에는 기시다 총리의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정치적 목적과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을 북일 경제 협력으로 돌파해 보려는 경제적 목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초고압, 일본은 저자세를 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한 분석들

 

북한의 북일정상회담 거절과 관련해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지원에 따른 자신감을 배경으로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지원하지 않을 때도 일본과 대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분석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북한이 북일정상회담을 거절한 이유는 간단합니다. 

 

일본이 북한의 요구를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일본이 북한의 “주권적 권리 행사”, 즉 핵과 미사일 개발을 문제 삼지 않는 것과 납치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 이렇게 두 가지를 전제조건으로 제시하였습니다. 

 

이것을 일본이 받지 않았기 때문에 대화가 결렬된 것입니다. 

 

그럼 미국의 대북 전략도 함께 생각해 봅시다.

 

미국은 벌써 몇 년째 ‘조건 없는 대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일단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겁니다. 

 

그런데 북한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입니다.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을 통하여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더욱 그럴 것입니다. 

 

북한은 만남 자체보다는 성과 있는 대화를 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외교에서 서로 주고받을 것을 전제로 회담하는 것이야 상식 아닐까요? 

 

아무 조건 없이 만나는 것은 친혈육끼리 혹은 초등학교 때 친구끼리나 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서로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북미 대화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대화에 관심이 없다고 하는데도 미국이 계속해서 대화를 요청하는 걸 보면 미국이 대화를 매우 하고 싶어 하나 봅니다.

 

그렇다면 미국이 북한이 받을 만한 조건을 제시해서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하거나 아니면 그냥 대화를 걷어차 버리면 되는데 둘 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전에는 미국이 북한을 전략 핵무기로 위협하고 대북 제재로 경제 봉쇄를 하며 유엔을 통해 외교적으로 고립시켰습니다. 

 

미국 나름대로 주도권을 잡으면서 협상과 대화를 진행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때문에 미국이 완전히 수세에 몰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미국은 조건 없는 대화를 제안해 봅니다. 

 

그런데 북한이 거절합니다. 

 

북한이 받지도 않고 자신도 성사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별로 할 것이 없으니 그냥 계속해서 대화를 제의해 봅니다. 

 

이것이 현재 미국의 전략인 것 같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해가 어려운 정신질환자 같은 말도 나옵니다. 

 

해리 해리스 전 주한 미 대사는 3월 27일 미국의소리(VOA)에 “어떤 대화라도 아예 대화를 않는 것보다는 낫다”라면서 “이상은 현실에 의해 절제해야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뭘 하자는 것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북한 비핵화라는 ‘이상’만 좇을 게 아니라 ‘현실’적인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 같은데 그래서 절제한 결과가 뭔지 내놓는 것은 없고, 여전히 아무 전제조건 없는 것을 의미하는 ‘어떤 대화라도’ 하자는 건 어차피 실현 불가능한데 어쩌자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2월에 북일정상회담 제안에 호응한 것을 두고 한·미·일 공조를 흔들어놓을 의도가 있다고 분석하였습니다.

 

그때는 나름대로 일리가 있는 분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북한이 북일정상회담을 추진할 경우에만 성립합니다. 

 

북한이 매우 빠르게 회담 제안을 거절해 버렸으니 이제 북한은 그런 의도가 없다고 봐야 합니다.

 

아무튼 북한이 회담 제안을 받아 한·미·일 공조를 흔들려고 하는 게 걱정됐다면 일본이 회담을 추진하지 않으면 그만이었을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한·미·일이 나서서 북일정상회담을 추진하다 북한의 한마디에 한·미·일 공조가 흔들려버렸으니 이를 씨름에서는 되치기 기술이라고 하지요. 

 

그래서 이런 식의 분석은 북한의 외교 되치기 기술을 대단히 높게 평가하는 것이고 그만큼 북한을 대하는 한·미·일 공조가 허약하다는 말이 됩니다.

 

지금이라도 한·미·일 공조를 굳건히 하려면 대화를 추진하지 않으면 되는데 일본은 굳이 또 대화를 추진하려는 것 같습니다. 

 

짐승도 한 번 빠진 수렁에는 다시 빠지지 않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국힘당이 총선에서 역전하는 길

 

이번에 북한이 회담을 거절하면서 일본에 초고압적인 태도를 보였는데 이를 보는 우리 국민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일본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시원하게 잘한다는 댓글이 있을 정도로 반응이 좋습니다. 

 

이것은 우리 국민도 일본을 침략자, 숙적으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국민에게 뿌리 깊은 반일 정서가 있는 것입니다.

 

이쯤에서 갑자기 용산 대통령실이 생각납니다.

 

신원식 장관이 북한에 대화와 공존의 길로 나오라고 촉구했는데 이 주장은 4.27판문점선언의 정신과 같고 북한의 주장과도 비슷합니다. 

 

북한과 주장이 비슷하다고 해서 나쁜 것이 아닙니다. 

 

이익이 되고 좋은 것은 서로 배우고 활용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북한처럼 일본을 초고압적으로 대하면 어떨까요?

 

예를 들어 일본이 지금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데 “일본은 독도가 한국 땅이라고 4월 5일까지 인정하라. 아니면 4월 6일에 해군 이지스함을 독도에 보내고 독도수호사령부를 창설하겠다”라고 강하게 경고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4월 6일이 되면 경고한 그대로 집행하면서 “일본이 앞으로도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면 우리 대한민국은 그 즉시 일본과 단교하고 대마도를 한국 영토로 점령, 편입하겠다”라고 ‘특별 담화’를 당당하게 발표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런 ‘특별 담화’를 발표하면 민심은 폭발할 것입니다. 

 

윤석열 정권과 국힘당이 지금 총선에서 극심한 위기에 몰리고 있는데 아주 시원하게 뒤집어 대승을 안아올 것입니다.

 

‘바이든’을 전 세계 면전에서 ‘날리면’ 해 버린 윤석열 아닙니까?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총선 앞두고 이거 정말 좋은데, 정말 좋은데, 어떻게 전달할 방법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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