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이 네이버를 향해 라인야후의 지분을 소프트뱅크로 넘길 것을 요구하는 일본 정부를 편든 정황이 드러나 파문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라인야후의 주력 산업인 라인(LINE)은 한국으로 치면 카카오톡에 해당하는 일본의 국민 메신저다. 세계 각국 이용자 수억 명을 대상으로 한 라인의 여러 부가 사업은 성장 잠재력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가 나서서 국제 전망성이 좋은 라인야후를 독차지하려 한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 압박에 관해서는 다음 기사 참고. ☞ 「‘2024년 판 내선일체’…독도·라인 일본에 내주려는 윤석열?」
어떤 이유에서인지 윤석열 정권은 ‘네이버의 결정을 기다리겠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지분 매각) 협상을 지켜보겠다’는 식으로 손을 놓았다. 자국 기업을 보호하지 않는 윤석열 정권의 행보 자체가 라인야후 포기 선언이라는 지적이 적잖았다.
그런데 최근 보도를 통해 윤석열 정권이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강탈을 직접 편들고 있음이 사실로 드러났다.
지난 7일 조선일보 기사 「[특파원 리포트] 외교부는 日 언론플레이까지 돕나」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은 지난 2일 한국 도쿄특파원단에 지분 매각과 관련한 일본 정부의 설명을 전화로 알릴 테니 기사를 쓸 대표 언론사 한 곳을 지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특파원단은 일본 총무성의 요구를 거부했고, 전화 통화가 아닌 기자회견이나 브리핑을 열 것을 일본 총무성에 제안했다. 그러자 일본 총무성은 도쿄특파원단의 제안을 무시하고 연합뉴스와 통화해 일본 정부의 설명을 전하는 기사를 싣게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충격적인 진실이 드러났다. ‘한국 내 반일 여론이 드세니 전화로라도 한국 언론에 오해라고 말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 바로 한국 외교부였던 것이다. 특히 외교부는 특파원단이 일본 총무성의 요구를 거부하자 연합뉴스에 연락해 기사를 쓰도록 손을 썼다고 한다. 윤석열 정권이 스스로 일본 정부의 손발이 돼 움직인 셈이다.
한국에서 조선일보는 흔히 ‘친일 수구 언론’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마저도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강탈에 침묵하는 윤석열 정권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다고 여기는 듯하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그동안 윤석열 정권이 일본 정부의 지분 매각 요구에 왜 무대응으로 일관해 왔는지 의문이 풀리게 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일본 총무성의 지분 매각 요구에 관해 “굉장히 이례적인 상황”이라면서도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은) 중장기적 사업 전략에 따라 결정할 문제”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네이버의 태도와 관련해 윤석열 정권이 네이버에 지분을 넘기라고 압박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일부에서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 지난 8일 오마이뉴스 보도 「네이버, 결국 일본에 항복할 운명인가... “한국정부 정말 한심”」에 따르면 이름을 밝히지 않은 라인야후의 관계자는 윤석열 정권을 향해 숨기지 않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관계자는 라인야후에서도 한국 측 인사로 추정된다.
“역대 최상의 한일관계라 자화자찬하면서 일본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 기술 기반의 기업이 지금 반강제적으로 지분을 빼앗기게 생겼는데 아무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한말 나라 뺏기던 과정과 흡사하다. 정말 한심하다.”
여기서 라인야후 관계자가 말한 “구한말 나라 뺏기던 과정”을 주목해 봄 직하다.
자국 정부로부터는 어떠한 도움조차 받지 못하는 데다가 일본 정부와 소프트뱅크의 동시 압박에 시달리는 네이버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지분 매각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일본은 한국과는 정반대로 정부와 소프트뱅크가 ‘한 몸’처럼 손발을 맞춰 네이버 지분을 넘겨받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일본에서 네이버의 지분 매각은 시간문제라는 식의 보도가 쏟아지는 것이 대표 사례다. 지분 매각을 둘러싼 상황은 갈수록 일본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 8일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는 도쿄에서 열린 라인야후 실적 발표 자리에서 네이버 클라우드의 개인정보 유출에 관한 조치로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단계적으로 종료, 기술적인 협력 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총무성 행정지도는 (대주주인) 위탁처(네이버)와 자본적 지배 관계에 있는 것에 대한 재검토를 의미한다”라며 “대주주인 네이버에 (데이터 관리를) 위탁하는데 강하게 관리를 요구할 수 있겠냐는 과제를 준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일본 총무성이 지분 매각 결정에 깊숙이 개입했음을 인정하는 주장이다.
또 이데자와 CEO는 “(앞으로 네이버와는) 사업 면에서도 매우 관계가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이러한 조치에 관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매우 중대한 사태이기 때문에 최우선으로 해결하라는 조언을 했다”라며 “(네이버에) 매우 강하게 대응하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게다가 이날 라인야후 이사회의 유일한 한국인이었던 신중호 최고상품책임자(CPO)가 라인야후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네이버 출신으로 라인 개발을 주도한 신중호 CPO는 그동안 라인야후 내부에서 라인과 관련한 상품 개발 등에 관여해 왔다. 신중호 CPO를 사실상 쫓아낸 라인야후는 앞으로 이사회를 전원 일본인으로 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날인 9일 미야카와 준이치 소프트뱅크 최고경영자는 2023년 회계연도 실적 발표 자리에서 “라인야후의 강력한 요청으로 네이버와 지분 조정을 협의 중”이라며 “지분율을 어떻게 조정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소프트뱅크가 머저러티(절반 이상)를 갖는 방향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네이버 클라우드에 기반을 둔 라인야후의 기술 유출은 네이버가 소프트뱅크와 협력 관계가 아니었다면 소송까지 할 사안이었다며 “(네이버로부터 매입은) 주식 1개에서 전부까지 논의된다”라고 했다. 협상에 따라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 지분을 모두 가져갈 수도 있다고 한 것이다.
이 가운데 일본 경제산업성도 네이버의 지분 매각을 기정사실로 하는 듯한 행보에 나섰다.
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소프트뱅크의 인공지능(AI) 개발용 슈퍼컴퓨터 정비에 421억 엔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런데 일본 경제산업성은 소프트뱅크가 자금을 지원받으려면 ‘클라우드를 자사에서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최근 지분 매각 논란으로 볼 때, 일본 경제산업성의 이러한 조치는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을 강조하는 조치로 풀이된다. 현재 라인야후 이용자의 개인정보는 네이버 클라우드가 관리하고 있는데, 앞으로는 개인정보 관리를 소프트뱅크가 하도록 강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가 사실상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네이버 지분 사냥’에 나섰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일본 정부의 라인야후 강탈을 옹호하는 윤석열 정권의 ‘친일·매국’ 행위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지난 9일 구글 CPO 출신으로 정보·기술(IT) 전문가인 이해민 조국혁신당 국회의원 당선인은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앞으로 제2, 제3의 라인야후 사태가 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네이버의 라인야후 지분 매각은 시작일 뿐, 앞으로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이 일본 측에 지분을 넘기는 사례가 많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 상당수는 일본으로 넘어가게 되고 국익 측면에서도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
사태가 이처럼 심각한데도 남의 일처럼 바라보는 윤석열 정권의 태도는 여전하다.
논란이 거세지자 9일 외교부는 민간기업의 일에 정부가 섣불리 나설 수 없다며 “(지분 매각과 관련한) 네이버의 입장 확정이 우선”이라는 태도를 고수했다.
또 10일 강도현 과학기술정보부 제2차관은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네이버가 라인야후 지분과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일 경우 적절한 정보보안 강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했다.
네이버의 지분 매각은 일본 총무성이 라인야후에 제시한 시한인 오는 7월 1일 이후 판가름 날 것이란 관측이 높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한국 정부가 한국 기업 보호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만약 윤석열 정권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국민 사이에서 윤석열 정권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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