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이하 현지 시각) 미국 대선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끝내 민주당 후보직에서 사퇴했습니다. 1차 대선 토론회 직후 쏟아진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바이든의 사퇴는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이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유세 중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후보가 총격을 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다행히 총알이 트럼프의 귀를 관통하며 목숨을 건졌지만 안타깝게도 트럼프 뒤에 있던 관중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트럼프에게 총을 쏜 범인은 즉시 경호팀 저격수에게 사살되었습니다. 트럼프는 피를 흘리며 유세 현장을 떠나기 전에 주먹을 높이 치켜들며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무사함을 알렸는데 이 사진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수사 당국은 범인이 20세 백인 남성으로 단독범이며 범행 동기가 불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의혹
이 사건은 너무 극적이어서 많은 의혹을 낳았습니다.
우선, 의도적인 경호 실패 의혹이 있습니다.
미국은 총기가 흔하고 총격 사건이 빈번하며 정치인 암살도 잦았던 나라라서 정치인 경호에도 철저합니다. 특히 이번에는 대통령 후보이자 동시에 전직 대통령이기 때문에 특별한 경호가 적용됐습니다. 그럼에도 고의성이 의심될 정도로 경호에 빈틈이 많았습니다.
일단 유세 현장에서 고작 135미터 떨어진 창고 건물 옥상을 그대로 방치해 둔 것이 말이 안 됩니다. 해당 건물과 유세장 사이에는 장애물도 없었습니다. 당연히 경호원이 옥상을 지키고 있거나, 옥상을 감시하거나, 옥상에 올라가지 못하게 건물을 폐쇄했어야 합니다. 한 전문가는 현장의 고지대는 경호원이나 경찰이 먼저 점령하고 누구도 옥상을 걸어갈 수 없어야 한다며 현장 경호가 놀라울 정도로 엉망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창고 건물 주변 사람들이 범인을 목격하고 여러 차례 경찰에 신고했지만 제대로 조처하지 않았다는 증언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창고 지붕이 ㅅ 자 모양이고 난간이 없어서 밑에서도 잘 보였고 범인을 찍은 사진이 돌 정도로 목격자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해명에는 뭔가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아무리 능숙한 저격수라고 해도 목표물을 조준해서 쏘려면 시간이 걸립니다. 범인이 경찰관을 발견하고 총을 겨눴다가 경찰관이 내려가자 다시 총을 돌려 트럼프를 겨눈 뒤 총을 쏘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심지어 조준경도 없이 귀(원래는 머리를 겨냥)를 맞출 정도면 상당히 침착하게 조심히 방아쇠를 당겨야 합니다. 당시 범인을 사살한 저격수도 범인을 포착한 뒤 조준해서 사격할 때까지 15초나 걸렸을 정도입니다. 따라서 경찰관이 내려온 직후 총격이 있었다는 건 말이 안 되는 핑계일 것입니다.
그러면 그 시간 동안 경찰관은 지붕에서 내려온 뒤 뭘 하고 있었을까요? 총을 든 사람이 지붕 위에 있었는데 최소한 “저기 총을 든 사람이 있다”라고 소리쳐 주변 사람들을 대피라도 시켰어야 하는 것 아닐까요? 가장 현명한 판단은 허공에 총을 쏴서 범인을 당황하게 만들고 주변 경호원들에게 경고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영국의 한 언론은 범인과 가까이 있던 경호원 저격수가 범인을 발견하지 못한 건 중간에 나무가 시야를 가렸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멀리 있던 경호원만 범인을 볼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런 분석도 이상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현장의 경호원은 당연히 무전기 이어폰을 귀에 꽂고 실시간으로 서로 소통합니다. 누구라도 옥상에 총을 들고 누워있는 사람을 발견했으면 서로 소통해서 가능한 요원이 곧바로 제압했을 것입니다.
미국 사법 당국이 의회에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경찰과 경호원들은 범행 한 시간 전부터 범인을 ‘요주의 인물’로 지목하고 있었으며 범행 20분 전에는 경호국 저격수도 그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범인이 총을 쏘자 곧바로 사살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도 머리를 맞췄습니다. 즉, 언제든 범인을 제압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당국은 범인을 포착하고도 곧바로 대응하지 않은 것은 실제 위협적인 인물인지 판단하는 데 현장의 혼선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무전기로 경호원들이 모두 소통할 수 있는데 옥상에 총을 든 사람이 같은 편인지 아닌지 불분명해서 놔뒀다는 겁니다. 황당한 이야기입니다.
당시 상황을 추측해 보자면 누군가 무전기로 경호원, 경찰들에게 계속 지시를 내려 범인을 제압하지 못하게 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물론 대놓고 ‘우리 편이니 놔둬라’는 식으로 하지는 않았겠지요. ‘상황이 불분명하니 대응을 보류하라’는 식으로 시간을 끌다가 범행 직후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을 것입니다. 만약 범인의 배후가 있다면 이를 숨기기 위해 범인을 사살하는 게 가장 깔끔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의혹도 있습니다.
뉴스1이 16일 보도한 「피습 트럼프 뒤 영상 찍는 수상한 여성…공범 음모론 확산」에 따르면 트럼프 피격 현장 바로 뒤에 있던 한 사람이 수상한 행동을 하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되었다고 합니다. 그 영상을 보면 선글라스와 모자를 착용한 이 여성은 총격 직전부터 어딘가를 향해 여러 번 기웃거리더니 총격이 시작되자 모두 혼비백산한 가운데 혼자 침착하게 휴대전화를 꺼내 현장을 촬영하며 살짝 웃는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런 의혹들을 보면 한 청년의 단독 범행이라기보다 거대한 배후세력이 있는 사건으로 보는 게 합리적입니다.
자작극 가능성은 없다
먼저 자작극 의혹을 살펴봅시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이 트럼프를 유리하게 만들었으니 자작극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두 가지 이유에서 자작극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첫째, 자작극으로 꾸미기에는 너무 위험부담이 컸습니다.
범인은 조준경도 없이 약 135미터 떨어진 곳에서 트럼프의 머리를 향해 총을 쐈습니다.
만약 트럼프가 총격 직전에 화면을 보느라 우연히 고개를 돌리지 않았으면 머리에 총을 맞고 즉사했을 것입니다.
아무리 실력이 좋은 저격수라고 해도 조준경 없이 연설 중인 사람의 귀를 조준해 맞추는 건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자칫 조금만 빗나가도 머리에 총을 맞게 되는데 그렇게 위험 부담이 큰 방식으로 자작극을 벌이지는 않습니다.
둘째, 이렇게 충격적인 자작극을 꾸밀 이유가 없습니다.
보통 충격적인 자작극을 꾸밀 때는 자기가 지고 있어서 역전을 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당시는 트럼프가 1차 대선 토론회에서 압승하여 승리의 기세를 높일 때였습니다.
굳이 이런 사건을 일으킬 이유가 없습니다.
바이든 배후설
바이든 대통령 측이 배후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강력한 경쟁자를 제거하려다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단순히 대선에서 경쟁자에게 밀린다고 암살까지 한다면 선거 때마다 암살 사건이 터질 겁니다.
만약 트럼프 암살에 성공했다면 누가 좋아했을지 따져봅시다.
트럼프가 바이든과 여러 쟁점에서 각을 세웠지만 가장 주목받은 지점은 우크라이나 전쟁입니다. 트럼프는 자기가 대선에서 이기면 24시간 안에 전쟁을 끝내겠다고 하였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군수업체와 네오콘을 중심으로 미국 군산복합체가 사활을 걸고 진행하는 전쟁입니다. 이들은 전쟁을 곧바로 끝내겠다는 트럼프가 죽일 듯이 싫었을 것입니다. 오죽하면 사건 직후 민주당 당직자인 재클린 마소가 페이스북에 “다음에는 실패하지 않도록 사격 수업을 받아달라”라는 글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면서 해고되는 일까지 있었겠습니까?
이들 가운데는 바이든의 아들 헌터 바이든도 있습니다.
헌터 바이든은 여러 부정부패와 범죄로 악명 높은 인물입니다. 그런데 특이한 건 헌터 바이든이 오래전부터 우크라이나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헌터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천연가스 회사인 부리스마 홀딩스의 이사였는데 우크라이나 검찰이 이 회사를 부패 혐의로 수사하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당시 부통령이던 바이든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검찰총장을 해임하지 않으면 10억 달러 대출 보증을 철회하겠다고 압박해 실제로 퇴진시켰습니다. 바이든은 부리스마 홀딩스의 자문인 바딤 포자르스키를 직접 만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헌터 바이든은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를 반드시 꺾고 아버지를 재선에 성공시키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6월 27일 1차 대선 토론회에서 바이든이 완패를 했습니다.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미국 대선은 1차 토론회에서 이긴 후보가 최종 승리한다는 일종의 ‘전통’도 있다고 합니다. 토론회 후 민주당 내에서 후보를 바꾸라는 요구가 빗발쳤습니다.
이틀 뒤 바이든 가족은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 모였습니다. 여기서 아마 헌터 바이든이 대선 완주를 강력히 주장한 듯합니다. 연합뉴스는 21일 「“바이든 투쟁에 가족이 후원군…사퇴론, 여당내 파벌싸움 간주”」 보도에서 워싱턴포스트 기사를 인용해 “대선 레이스 잔류 의지를 다지는 바이든 대통령의 중요한 버팀목으로는 차남 헌터 바이든이 꼽힌다”라며 “아버지와 정세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민주당에서 대선 경쟁력 회의론이 제기되는 그를 지지하는 등 힘을 보태고 있다”라고 하였습니다.
이후 바이든은 후보 교체 요구를 물리치고 대선을 완주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많은 이들이 토론회가 망했으니 바이든 승리는 물 건너갔다고 하는데 정작 토론회의 패자인 바이든은 자신만만했습니다. 그리고 7월 8일 기부자들과 통화 행사에서 “토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끝났다. 이제 트럼프를 과녁 중앙에 놓아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가설을 세워볼 수 있습니다.
바이든 가족회의에서 헌터 바이든이 트럼프 암살을 제안했을 수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헌터(Hunter·사냥꾼)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헌터 바이든의 계획을 들은 바이든은 이제야 살길이 열렸다며 좋아했고, 사람들에게 후보 교체란 없다고 선언하며 자신만만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흥분한 나머지 기부자들에게 실수로 ‘과녁’ 얘기를 흘렸습니다. 정신이 깜빡깜빡 하는 치매 증상이 이런 실수를 일으켰을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암살 미수 사건 후 바이든은 자신이 했던 이 ‘과녁’ 발언이 실수였다고 하였습니다.
범인을 즉시 사살한 저격수에게 고마워할 사람은 누구일까요? 트럼프는 범인이 즉사하면서 배후를 밝힐 수 없으니 손해입니다. 바이든 측이 고마워할 것입니다.
트럼프 암살 실패 후 바이든 사퇴 여론은 더욱 커졌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바이든이 코로나19에 걸렸다며 칩거에 들어갔습니다. 진짜 걸렸는지는 알 수 없지만 아마 상심이 컸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결국 후보직을 사퇴하였습니다.
사건의 근본 원인
트럼프가 처음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한 건 아닙니다. 전쟁 초반 트럼프의 태도는 중립에 가까웠습니다. 그러다 전쟁이 수렁에 빠지면서 점점 반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바이든과 트럼프, 민주당과 공화당이 무슨 전쟁과 평화로 노선 갈등을 빚는 게 아닙니다. 미국에 이익이 된다면 뭐든 가리지 않고 한다는 점에서 다를 게 없습니다. 다만 전쟁이 뜻대로 안 되면서 노선이 갈린 것입니다.
전쟁을 시작했던 바이든은 어떻게든 전쟁에 승리하려고 합니다. 전쟁에서 이겨야 미국이 산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트럼프는 전쟁에서 승리하는 건 이미 글러 먹었다고 판단하고 전쟁을 끝내자고 합니다. 전쟁에서 빨리 발을 빼야 미국이 산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북한에 대한 정책도 갈립니다. 트럼프는 18일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하면서 “나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아주 잘 어울렸다. (집권하면) 나는 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잘 지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핵무기를 많이 가진 사람과 잘 지내면 좋은 일”이라고 했습니다.
이게 무슨 트럼프가 친북 인사라서, 평화주의자라서 하는 말이 아닙니다. 트럼프가 한때 북한을 향해 ‘화염과 분노’를 운운하고 ‘완전한 파괴’를 운운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저 트럼프는 북한과 전쟁을 하면 진짜 핵미사일이 날아올 것 같으니 피하고 대신 중국에 화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판단했을 뿐입니다.
원래 난파선에 탄 사람들은 서로 살겠다고 우왕좌왕하기 마련입니다. 지금 미국은 선장과 항해사가 자기 말을 들어야 살 수 있다며 격렬히 대립하다 급기야 총까지 빼 들고 쏘는 그런 상황입니다. 모두 미국이 몰락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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