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화력을 시위할 때 종종 발사하는 무기가 있다.
바로 방사포다.
영어로는 MRL(Multiple Rocket Launcher)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게 워낙 북한 보도에만 등장하다 보니 사람들도 다연장로켓보다는 방사포가 더 익숙할 지경이 됐다.
사실 다연장로켓이라는 이름만으로는 실물이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는다.
‘연장’이라는 말을 보통 길이를 늘일 때 쓰다 보니 길이가 긴 로켓이 연상되기도 한다.
여기서 말하는 ‘연장’은 여러 개를 장비했다는 뜻의 일본식 한자어다.
무기 이름을 일본식으로 쓰니 어색한 것이다.
차라리 ‘다연발로켓’이라고 했으면 훨씬 이해하기 쉬웠을 듯하다.
이 글에서는 다연장로켓 대신 많은 이들에게 익숙한 방사포라고 하겠다.
최초의 방사포는 1180년경 중국 송나라 시대에 등장한 휴대용 방사포 화롱전(火籠箭)이다.
오늘날의 방사포에 가까운 무기는 1400년대에 조선이 개발한 신기전이다.
엄밀히 말해 신기전은 로켓 추진 화살을 가리키며 이를 화차에 얹어서 사용했다.
최초의 현대적 방사포는 2차 세계대전 때 소련이 개발한 BM-13 카추샤다.
● 미사일인가 포인가
방사포탄을 보면 생긴 게 미사일과 비슷하다.
미사일은 지정된 목표물을 향해 지정된 경로로 날아가며 스스로 방향을 조종하는 유도 기능이 있다.
하지만 방사포탄은 조준해서 쏘고 나면 그걸로 끝이다.
그래서 ‘포’로 분류한다.
방사포탄은 발사 장치도 포와 똑같이 긴 원통형 포신에 넣고 쏜다.
방사포탄이 일반 포탄과 다른 점은 날아가는 동안 로켓엔진으로 더 오래 추진하므로 더 멀리 날아간다는 점이다.
심지어 방사포탄도 일반 포탄처럼 강선을 통과하며 회전한다.
다만 일반 포탄에 비해 길이가 길어서 회전만으로는 자세와 경로를 유지할 수 없다.
특히 옆으로 부는 바람에 매우 취약하다.
그래서 대전차포에 쓰는 날탄처럼 뒤에 날개를 달았다.
그런데 방사포탄 자체가 회전하는데 날개가 있으면 공기저항이 생겨 방해된다.
따라서 날개가 방사포탄 몸체와 따로 회전하도록 만든다.
방사포탄이 날아가는 동안 몸체는 회전하는데 날개는 회전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한편 요즘은 방사포탄에 유도 기능을 탑재해 정확성을 높이는 추세다.
따라서 이제는 방사포탄과 미사일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
우리 군도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를 미사일로 취급한다.
크기가 작고 사거리가 짧고 값도 싼 미사일이 방사포라고 여기면 될 듯하다.
● 장단점
일반 포와 비교할 때 방사포는 장점이 많다.
일단 방사포탄이 일반 포탄보다 폭발력이 더 크다.
또 한꺼번에 여러 발을 발사할 수 있어서 넓은 범위를 한꺼번에 공격할 수 있다.
수많은 방사포탄이 날아와 떨어지는 모습과 소음이 병사의 사기에도 큰 영향을 준다.
방사포를 ‘강철비’라고 부르는 이유도 하늘에서 비처럼 쏟아져 일대를 초토화하기 때문이다.
포신을 만들기 쉽고 값도 싸다는 얘기다.
반동이 거의 없기에 일반 포에 비해 발사 준비 과정이 단순하다.
발사 준비 과정이 단순하면 발사 후 철수도 금방 할 수 있다.
따라서 방사포 공격 후 상대의 반격이 있기 전에 철수하기 좋다.
포신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에 위장하기 좋다.
심지어 일반 트럭을 개조해서 방사포로 만들 수 있다.
첫째, 명중률이 매우 낮다.
방사포탄은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애초에 방사포의 용도는 작은 목표물을 명중하는 게 아니라 여러 발을 한꺼번에 쏴서 넓은 범위를 초토화하는 것이다.
요즘은 방사포탄에 유도 기능을 넣어서 이런 단점을 극복하고 있지만 가격이 엄청나게 비싸다는 문제가 생긴다.
둘째, 방사포탄이 일반 포탄에 비해 훨씬 비싸다.
셋째, 발사할 때 연기가 심하게 발생해 적에게 위치를 들키기 쉽다.
넷째, 사거리 조절이 어렵다.
대구경 곡사포는 포탄을 날려 보내는 장약의 종류나 양을 조절해 사거리를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방사포탄은 고체연료의 양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사거리를 원하는 만큼 자유롭게 조절하는 게 힘들다.
그래서 사거리를 줄이기 위해 방사포탄 앞부분에 ‘드래그 링(drag ring)’을 끼워 공기저항을 키우는 경우도 있다.
다섯째, 장착한 방사포탄을 모두 쏜 다음 재장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초기 방사포는 포신에 하나하나 포탄을 집어넣어야 했는데 요즘은 발사대에서 포신 묶음을 통째로 들어내고 방사포탄이 장전된 포신 묶음으로 갈아 끼우는 식으로 재장전하기도 한다.
그래도 일반 포에 비해 재장전 시간이 길기 때문에 방사포는 한꺼번에 우르르 쏟아붓고 끝내는 용도로 쓰는 게 일반적이다. <저작권자 ⓒ 자주시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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